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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BIFF] 그로테스크한 이병헌과 원기옥 모은 손예진, 이 조합 '어쩔수가없다'(종합)

기사입력 2025-09-17 17:37


[SC리뷰-BIFF] 그로테스크한 이병헌과 원기옥 모은 손예진, 이 조합…
사진=CJ ENM

[부산=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어쩔 수 없이, 나는 이렇게 살게 되어 있어."

올해 최고의 화제작이자 기대작인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베니스를 사로잡고 토론토를 뜨겁게 달군 뒤 마침내 부산으로 상륙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스릴러 범죄 블랙 코미디 영화 '어쩔수가없다'(박찬욱 감독, 모호필름 제작)가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개막작 기자시사회로 공개됐다.

박찬욱 감독이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 작가의 1997년 발표작 소설 '액스'를 읽고 매료돼 20년간 영화화를 준비한 '어쩔수가없다'는 지난 2022년 개봉한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앞서 지난달 열린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으로 진출해 월드 프리미어로 전 세계 최초 공개된 이후 아시아, 그리고 국내에서 부산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인 만큼 국내·외 취재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413석의 중극장도 모자라 212석의 소극장까지 객석이 가득 찬 '어쩔수가없다'의 이야기는 이렇다.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 만수(이병헌)가 가장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만끽하기도 전 삶을 바친 회사로부터 덜컥 해고된 후 아내 미리(손예진)와 두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그리고 어렵게 장만한 자신이 태어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 준비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극한 상황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SC리뷰-BIFF] 그로테스크한 이병헌과 원기옥 모은 손예진, 이 조합…
변태적인 완성도로 화려한 진수성찬을 차린 박찬욱 감독과 함께 신명난 칼춤을 춘 배우들이 모여 만든 마스터피스 '어쩔수가없다'는 정말 어쩔 수 없이 관객을 매료하게 만드는 연출과 스토리, 그리고 명품 연기까지 모든 요소를 완벽히 갖춘 육각형 웰메이드 영화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어쩔수가없다'의 모든 것인 만수 그 자체가 된 이병헌은 이번에도 '미친 연기'로 139분간 스크린을 씹어 삼키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종잇밥을 25년간 먹으며 단 하루도 제지 아닌 일을 생각하지 않았던 '올해의 펄프맨', 그리고 가족을 위해 헌신을 마다치 않는 만수 이병헌은 실직이라는 벼랑 끝에 몰리면서 외롭게 자신만의 전쟁을 이끌어 가는 장군의 처연하지만 또 비장한 그로테스크한 아이러니의 끝을 보인다. 만수가 매 순간 변하는 희로애락의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표현한 이병헌은 왜 박찬욱 감독마저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만 한 배우인지 입증하게 만든다.


[SC리뷰-BIFF] 그로테스크한 이병헌과 원기옥 모은 손예진, 이 조합…
7년 만에 돌아온 손예진도 역시는 역시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오랜 휴식기를 취한 손예진은 마치 원기옥을 모아 터트린 오공처럼 박찬욱 감독이 만든 무대에서 사뿐 사뿐 걷다가 또 훨훨 날아 오르며 균형을 맞춘다. 생계가 어려워진 상황 속 누구보다 이성적으로 가족을 지키는 현모양처 미리를 사랑스럽게 표현한 손예진은 '어쩔수가없다'의 멜로와 코미디를 담당하는 주축으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어쩔수가없다'로 연기 인생 3막의 시작을 제대로 알린 손예진이 드디어 극장으로 돌아왔다.


[SC리뷰-BIFF] 그로테스크한 이병헌과 원기옥 모은 손예진, 이 조합…

이병헌과 손예진이 주축이 된 '어쩔수가없다'이지만 각각 이야기의 챕터를 담당하는 환상의 신 스틸러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의 일당백 열연도 빠질 수 없다. 만수가 재취업을 노리는 '문 제지'의 반장 선출 역의 박희순과 만수의 잠재적 경쟁자 범모 역의 이성민, 그리고 범모의 아내 아라 역의 염혜란은 그동안 본 적 없는 캐릭터로 충격을 안긴다. 특히 영화 중반부 만수에게 전환점이 되는 사건인 이병헌, 이성민, 염혜란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3인 난투극은 '어쩔수가없다'의 백미 중의 백미다. 진짜 차력쇼를 방불케한 세 사람의 액션은 우스꽝스러우면서 동시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섬뜩한 기분을 선사한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노동자들의 실직이 늘어나는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는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 중 가장 땅에 발을 디딘 현실 고발 생존극으로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가족을 향한 아버지의 책임감, 하지만 동시에 직업에 대한 장인의 광기 어린 집착을 담은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 전매특허인 통렬한 화법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린다.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이 끝까지 보게 만드는 '깐느 박'의 매직. '헤어질 결심'이 고품격 멜로의 정수였다면 '어쩔수가없다'는 처절한 생존극의 마스터피스다.


[SC리뷰-BIFF] 그로테스크한 이병헌과 원기옥 모은 손예진, 이 조합…
'어쩔수가없다'는 24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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