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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팥으로도 콩처럼 연기할 수 있는 마에스트로 박의 매직. 육각형 완성형 영화인 '어쩔수가없다'에 추석 극장 성패가 달렸다.
올해 최고의 화제작이자 기대작인 '어쩔수가없다'는 국가대표급 연기력을 자랑하는 명품 배우 캐스팅과 베테랑 제작진의 만남으로 이미 '완성형' 영화로 기대감을 올린바, 추석 극장 '어쩔 수 없이' 관객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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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영화 속 가장 큰 주제인 실직에 대해 "나 역시도 잠재적인 실직자다. 지금 작품을 끝내면 다음 작품에서 투자가 안 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게 된다. 남 이야기가 아니다. 또 이런 일은 가정을 파괴하는 일이다. 흔히 구식 남자들에게는 실직은 남성성에 대해 부정당하는, 말하자면 사내 구실을 못한다는 자괴감을 빠지게 만드는 일이다. 여러모로 무서운 일이다"고 덧붙였다.
많은 관객에게 인생 멜로로 꼽히는 '헤어질 결심'(22) 이후 3년 만에 신작을 선보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털어놨다. 박찬욱 감독은 "데뷔 감독이 아니고서야 늘 부담감이 된다. 전 작품과 비교를 스스로도 하고 있고 신작 개봉을 앞두고 관객이 어떻게 반응할지 겁도 난다. 나는 유독 바로 전 영화와 어떻게 하면 다른, 상반된 영화를 만들까 늘 노력를 하는 감독이다"며 "'헤어질 결심'이 시적인 느낌이 가깝다면 '어쩔수가없다'는 산문에 가까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헤어질 결심'이 여백이 많았다면 이 작품은 꽉 찬 영화라고 설명하고 싶다. 그리고 '헤어질 결심'이 여성을 강조한 이야기라면 '어쩔수가없다'는 남성을 탐구하는 이야기다. '헤어질 결심'을 좋아했던 관객이 전혀 다른 결인 '어쩔수가없다'도 잘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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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어쩔수가없다'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박찬욱 감독과 여러 이야기를 하며 작업했지만 그 중 가장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눈 주제는 설득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 하는게 나의 할 일인데, 만수가 이러한 극단적 선택을 하는 행동, 그리고 모든 해고를 당한 사람들이 봤을 때 이해가 되고 설득될까 싶었다. 살인을 결심을 하기 전까지 과정과 마음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다가가려면 어쩌면 시리즈로 만들어야 겠다는 결론까지 왔지만 결국은 영화적인 설정으로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하더라"고 캐릭터 만수를 대변했다.
손예진은 "박찬욱 감독은 디테일한 연출과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감독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건 팥인데 콩으로 연기해'라는 박찬욱 감독의 주문에도 믿음으로 연기할 수 있는 것은 감독의 힘이다"고 밝혔다.
부부로 호흡을 맞춘 이병헌과 손예진의 만남도 특별했다. 이병헌은 "부부끼리 친하기도 해서 거리낌이 없었지만 이 작품에서 '역시 손예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많은 순간 놀랐다. 자신이 찾아가야 할 감정을 잘 찾아가는 배우라 너무 놀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손예진은 "현실 부부 연기를 한다는 게 정말 자연스러워야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처음 이병헌 선배와 연기했는데 힘을 주지 않고 편하게 연기하더라. 우리가 골프를 몇 번 같이 쳤는데 그때는 이병헌 선배를 보면서 '저렇게 힘을 주고 볼을 치면 아플텐데' 걱정했는데 연기는 정반대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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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은 "이 작품을 촬영하면서 느낀 걸 비유하자면 나도 동네에서 주먹 좀 쓰면서 아이들 패고 다녔다고 말했는데 진짜 선수를 만나 후달리는 기분이었다. 뭘 해도 후달리고 힘들었다. 현장은 그렇지 않았는데 나 혼자 긴장한 현장이었던 것 같다. 해외 영화제를 가면서 정말 많이 놀랐다. '마에스트로 박(박찬욱 감독)' 덕분에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고 웃었다.
염혜란은 "아라라는 역할은 매력적인데 내 이야기에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실직이 끝이 아니고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말이 설득을 가질 것 같았다"고 캐릭터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어쩔수가없다'는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이 출연했고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4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