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아내 예뻐서 질투? 실제 부부싸움 그렇게 안 하죠"…'이민정♥' 이병헌도 '어쩔수가없다'(종합)

기사입력 2025-09-25 09:27


[SC인터뷰] "아내 예뻐서 질투? 실제 부부싸움 그렇게 안 하죠"…'이…
사진=BH엔터테인먼트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이병헌(55)의 화려한 원맨쇼로 꽉 채운 '어쩔수가없다'가 마침내 관객을 찾는다.

스릴러 범죄 블랙 코미디 영화 '어쩔수가없다'(박찬욱 감독, 모호필름 제작)에서 25년간 헌신한 회사로부터 해고당한 뒤 자신만의 전쟁을 시작한 구직자 유만수를 연기한 이병헌. 그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어쩔수가없다'의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열정을 털어놨다.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 작가의 1997년 발표작 소설 '액스'를 원작으로 한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제지 전문가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앞서 지난달 열린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으로 진출해 월드 프리미어로 전 세계 최초 공개됐고 이후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그리고 지난 17일 개막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올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등극했다.

특히 2000년 개봉한 '공동경비구역 JSA'를 시작으로 박찬욱 감독과 인연을 맺은 이병헌은 2004년 개봉한 '쓰리 몬스터' 이후 '어쩔수가없다'까지 세 번째 호흡, 21년 만의 재회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박찬욱 감독이 펼친 세계에서 제대로 날개를 편 '연기의 신(神)' 이병헌은 '어쩔수가없다'에서 가족과 집을 지키려는 구직자로 변신, 벼랑 끝에 몰린 인물 만수의 절박함과 결정적인 순간에 드러나는 어설픈 행동, 짠내 나는 연민까지 세밀하게 표현하며 극의 리얼리티를 끌어올렸다. 필모그래피에서 또 하나의 '인생작'을 추가하며 '이름값'을 증명해 냈다.


[SC인터뷰] "아내 예뻐서 질투? 실제 부부싸움 그렇게 안 하죠"…'이…
사진=BH엔터테인먼트
이날 이병헌은 오랫동안 기다렸던 개봉에 대해 "시간이 빨리 간다고 이야기를 해야 할지,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해야 할지 지금에는 여러 감정이 든다. 촬영을 하면서도 계속 박찬욱 감독에게 '이 영화 빨리 보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내용은 알지만 박찬욱 감독이 이걸 어떻게 또 후반 작업을 해 관객에게 놀라움을 줄까 궁금했다. 후반작업에서 영화의 분위기가 또 굉장히 달라지는 감독 중 한 명이다. 굉장히 궁금하면서 '빨리 보고 싶다'를 입에 달고 살았다"며 "영화제 출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봉 전 전 세계 한 바퀴를 돌게 된 영화다. 영화 홍보를 다 한 것 같은데 또 하게 됐다. 즐거운 기다림이었고 기대하고 감정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드디어 오늘(24일)이 오는 게 감회가 새롭다. 우리가 받았던 감정을 관객도 고스란히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나도 이 영화를 5번 봤는데, 여전히 안 보이는 것이 보이니까 굉장히 신기하더라. 특히나 마지막에 봤을 때는 IMAX 관에서 봤는데 안 보였던 감정까지 다 보이더라. 미세한 감정이 다 보이는 재미가 있었다"고 자신했다.

'어쩔수가없다'를 향한 만족감도 상당했다. 이병헌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사실 잘 모르겠더라. 잘 모르겠다는 감정이 비단 이 영화가 나의 기대를 못 미쳤다가 아니라 '이 감정이 뭐지?'라는 감정이더라. 이미 객관성을 잃은 상태에서 봤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같이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봤기 때문에 처음에는 내 부분만 봐서 더 그런 감정이 느껴진 것 같다. 그런데 2~3번 보니까 영화 전체가 보였다. 그리고 그 감동이 점점 커졌다. 배우들도 그렇고 모든 파트 사람들이 다 그럴 것 같다. 처음 봤을 때는 아무 것도 못 보다가 전체를 보는 여유가 생기는 그러한 영화다"고 덧붙였다.

베니스영화제 비하인드도 솔직하게 답했다. 호평이 이어지면서 기대를 모았던 '어쩔수가없다'는 충격적인 반전으로 수상이 불발돼 아쉬움을 남긴 것. 박찬욱 감독은 베니스영화제에 대해 "내 수상 보다는 이병헌의 남우주연상을 기대했는데 아쉽게 됐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병헌은 "수상에 대한 이야기가 현지에서도 계속 나왔다. 사실 나는 수상을 꿈도 안 꿨는데, 박찬욱 감독 당신이 상을 받고 싶어서 그런 것인지 내 핑계를 대면서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나는 상을 생각지도 않았다. 나중에 계속 이야기를 하니까 '진심인가?' 싶기도 했다"며 "다만, 이 작품에 대한 언론과 평론가들의 평이 계속 1위를 했고 그래서 이 영화가 뭔 일 낼 것 같다 생각한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도 분위기가 좋았다. 영화제 후반 쯤 지인이 인공지능 서비스 챗GPT(ChatGPT)로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 누가 받을 것 같냐며 물어봤다고 하더라. 내가 인공지능이 선정한 유력 후보 세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그것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결과가 아쉽지 않았고, 나는 그릇이 큰 사람이라 나중에 베니스영화제에 또 초청된다면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고 농을 던졌다.


[SC인터뷰] "아내 예뻐서 질투? 실제 부부싸움 그렇게 안 하죠"…'이…
사진=CJ ENM
남다른 티키타카를 펼칠 만큼 절친한 박찬욱 감독과 재회도 특별했던 이병헌이다. 이병헌은 "나에게 '어쩔수가없다'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부분은 아무래도 박찬욱 감독이다. 20여년 전 박찬욱 감독과 두 작업을 했지만 그 사이에도 나는 늘 박찬욱 감독과 작업을 원했고 박찬욱 감독 또한 작품이 있을 때마다 나에게 같이 하자는 제안을 해왔지만 일정이 잘 맞지 않았다. 만날 것 같다가 못 만나는 상황이 많았다. 그런데 '어쩔수가없다'는 15~17년 전 미국에서 박찬욱 감독이 지나가면서 가볍게 말한 작품이었고 다시 나한테 제안을 줬을 때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그 이야기를 하게 됐구나 싶었다. 영화의 90%가 만수를 따라가는 여정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내 종합선물세트 연기라고도 표현해 주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영화다. 만수의 모든 희노애락을 따라가는 영화다. 어쩔 수 없이 나의 모든 감정이 나올 수밖에 없고 내 감정과 표정들을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칭찬을 해주는 것 같다"며 "거의 모든 배우가 박찬욱 감독과 작업하고 싶을 것이다. 나 역시 평소에 친하지만 존경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이런 감독과 17년 전 잠깐 꺼냈던 이야기를 나와 함께 작업하게 됐다는 게 감회가 새롭더라. 나의 연기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너무 좋아할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박찬욱 감독은 내 개그에 매번 재미있어 하면서도 말로는 '매번 웃어주기 힘들다'라고 반응하다. 나도 받아쳐 '나와 유머 결이 다르다'고 놀리는 사이다. 박찬욱 감독이 생각했을 때 나는 실없는 농담도 많이 하는 배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부분이 만수 캐릭터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생각한다. 실없이 농담하고 웃기려고 하는 부분이 실제로 많이 있고 만수처럼 겁 많고 어떤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도 많이 닮아 있다"며 "웃긴 일화가 있는데, 영화 속 장면에 내가 범모(이성민)를 몰래 지켜보면서 '아, 안돼!'라고 탄식하는 장면이 있다. 그 대사를 보자마자 내 유명한 밈인 드라마 '아이리스'의 '아 안돼' 장면이 생각났다. 리허설을 하는데 '아, 안돼' 대사를 치니까 실제로 모든 스태프가 웃었고 박찬욱 감독만 안 웃더라. 다들 '아이리스' 장면이 떠올라 이야기를 했는데 박찬욱 감독만 '나는 못 봤다'라며 모르는 눈치였다. 우려를 표했는데 박찬욱 감독은 '그 장면이 안되는데 상황인데 뭐라고 말을 하냐'고 말하더라. 나는 바꿀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박찬욱 감독 말처럼 상황적으로 만수가 '안돼' 반응이 제일 먼저 튀어나올 것 같았고 대신 애드리브를 더하려고 했다. 그리고 보통 나를 비롯해 다들 박찬욱 감독에게 '아이리스' 밈을 그 정도로 이야기 했으면 했으면 한 번쯤 찾아 볼만 한데 끝까지 안 찾아보더라. 결국 촬영 때 내내 안 보다가 베니스영화제 가장 마지막날 보게 됐다. 그날 박찬욱 감독 부부랑 우리 부부, 제작사인 백지선 대표와 커피숍에 갔다가 '아, 안돼' 이야기가 나왔고 백 대표가 영상을 틀어 보여줬다. 그 밈을 처음 본 박찬욱 감독이 빵 터졌다. 20년 넘게 안 박찬욱 감독이 내 밈을 보고 그렇게 좋아하는 걸 처음 봤다. 10분간 웃더라"고 밝혀 장내를 웃게 만들었다.


[SC인터뷰] "아내 예뻐서 질투? 실제 부부싸움 그렇게 안 하죠"…'이…
하드캐리했던 캐릭터 만수에 대한 처지와 상황에도 많은 공감을 느낀 이병헌이다. 이병헌은 "개인적으로 만수의 상황과 직결되는 일은 내게 없었지만 다른 측면으로 봤을 때는 만수의 감정이 어떤 감정일지 이해가 되는 지점은 있었다. 나도 '어쩔수가없다' 개봉 이후 다음 작품이 없지만 그럼에도 행복한 상황은 여전히 생각하는 시나리오가 있거나 대본이 있기 때문에 일이 끊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아직 많은 배우들이 작품이 끝난 뒤 다음 작품이 개런티 된 게 없어 힘든 상황이 많다. 잠시나마 실직인 상황을 맞게 되고 작품이 계속 없다면 몇 년간 실직이 이어지는 것이다. 간접적으로나마 그런 상황을 동료들에게 많이 들었다. 인공지능 발전도 우리에게 영향이 크다. 이미 우리 생활 깊숙하게 침범하고 있지 않나? 어떤 동료가 최근에 영상 하나를 보여줬는데 AI가 만들었다고 하더라. 마치 사람이 만든 영상과 같았다. 그 영상을 보고 우리는 뭐 하는 걸까 싶더라. 만수가 평생을 일한 제지 일도 요즘 종이를 쓰는 일이 없어지면서 많이 줄어들었는데, 만수의 직업처럼 극장도 지금 위기 상황이다. 극장 산업이 너무 힘들다. 위기의 끝에 매달린 느낌이다. 물론 영화를 만들어 스트리밍 형식으로 OTT를 통해 보여줄 수 있지만 관객이 직접 방문해 영화를 봐야 운영이 되는 극장은 진짜 위기다. 사양산업 측면에서 따진다면 제지와 극장은 비슷한 처지다"고 씁쓸한 마음을 털어놨다.


[SC인터뷰] "아내 예뻐서 질투? 실제 부부싸움 그렇게 안 하죠"…'이…
사진=BH엔터테인먼트
환상의 호흡을 자랑 하는 명품 배우들과 호흡도 자신했다. 이병헌은 "손예진과 첫 부부 호흡이었는데 날선 감정을 주고 받아야 하는 부부싸움 장면에서도 어색함이 전혀 안 느껴졌다. 이미 여러 작품에서 만났던 사람처럼 아무런 어색함 없이 잘 지나갔다. 그만큼 손예진이라는 배우가 잘하니까 합도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상대방의 감정을 스펀지처럼 받고 자신도 그 연기에 맞는 알맞은 감정을 대응하는 게 참 좋았고 서로 잘 맞았다"며 "인상적이었던 부부싸움 장면은 '미쓰 홍당무'(08)를 연출한 이경미 감독이 쓴 대사였다. '너는 예쁘잖아' '너도 잘생겼잖아'라는 대사를 최종고 탈고를 앞두고 썼다고 하더라. 그 장면도 여러 버전으로 서로 연기했는데 지금 완성된 영화 속 버전이 제일 재미있게 나온 것 같다. 그런데 나도 그렇지만 실제 부부싸움에서 나올 대사는 아닌 것 같다. 나도 싸울 때 전혀 안 그런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박찬욱 감독의 인생작, 그리고 명장면으로 꼽히는 '올드보이'(03)의 장도리 신에 버금가는 '어쩔수가없다' 속 난투 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병헌은 "이성민, 염혜란과 몸싸움을 벌이는 액션신이다. 당시 염혜란이 발가락 골절이 있었는데 괜찮다며 씩씩하게 연기하더라. 남성도 소화 하기 힘든 개싸움을 염혜란이 멋있게 소화하더라. 서로 뒤엉키고 마치 레슬링처럼 싸우는 장면인데 정말 지치지도 않고 체력 좋게 마지막까지 소화했다. 이런 액션은 합이 있는 액션보다 더 어렵다. 상황에 따라서는 달라지고 의도했던 위치에 없어 촬영도 힘들다. 보통 배우들이 작품을 촬영할 때 숙제 한 두 덩어리씩 가지고 있는데 그 장면이 네겐 큰 덩어리 중 하나였다. 다른 장면을 찍을 때도 머릿속에서 걱정을 하게 되는 장면이었다. 다행히 만족스러운 장면이 나온 것 같고 혹자는 '올드보이'의 장도리 신 같은 시그니처 장면이 됐다고 하더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어쩔수가없다'는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이 출연했고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늘(24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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