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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박희순(55)이 버킷리스트였던 박찬욱 감독와 작업에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가졌다.
이러한 추석 극장 기대작으로 등극한 '어쩔수가없다'에서 박희순은 제지 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부는 와중에도 여전히 잘나가는 회사 문 제지의 반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출로 변신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선출은 절박한 심정으로 이력서를 들고 문 제지를 찾은 만수에게 면박을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만수에게 연민을 느끼는 인물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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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손예진은 어릴 때부터 봤던 배우다. 국민 첫사랑이었지 않나? 그럼에도 연기를 너무 잘한다. 이번 작품에서 손예진의 연기를 봤을 때 정말 완전 내려놨는데 또 자신이 가져가야 할 부분에서 확실하게 가져가는, 응축된 연기를 봤다. 발산하지 않아도 그 배우가 있는 자체로 납득이 되는 연기를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기 중 하나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이성민 형은 내가 연극할 때 만난 형이다. 그 이후 20년 넘게 만나지 못한 배우였는데, 그동안 이 형의 연기력은 내가 감히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하고 있는 배우가 됐다. 이 작품에서 범모가 어떻게 연기할까 궁금증이 컸는데, 일단 머리 스타일부터 웃기더라. 처음부터 무장해제가 됐고 성민이 형의 연기가 정말 압권이었다. '고추잠자리' OST가 나오는 신에서 성민이 형은 나의 웃음벨이었고 눈물샘을 건드리는 코드였다. 굉장히 놀라웠다. 염혜란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배우 중 하나다. 지금 가장 핫한 배우이고 대세배우다. 대본 처음 받았을 때부터 아라 역할이 가장 궁금했다. 대본 자체도 가장 튀는 역할이었고 매력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걸 누가 맡을까 궁금했던 찰나 염혜란이 한다고 하더라. '이건 끝났다'라며 인정했다. 역시 영화를 보니 끝내버리더라. 두 말 할 필요가 없다"고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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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순은 영화 속 선출의 충격적인 엔딩신에 대한 비하인드도 털어놨다. 그는 "처음에는 힘든 장면이어도 내가 다 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과 제작진이 위험할 수 있다며 나와 똑같은 더미를 만들고 혹시 모를 안전장치도 설치했다. 처음엔 더미로 촬영을 진행했는데 당연히 박찬욱 감독이 만족할 리가 있겠나? '너무 티 나는데? 박희순 다시 와야 할 것 같아'라며 나를 소환했다. 결국 내가 다시 투입돼 전부 찍게 됐다. 입에 깔때기를 넣는 장면은 아무래도 위험 수위가 높아서 더미로 대체해 촬영했고 그 밖의 장면은 직접 실제로 연기했다. 땅을 파서 목만 내밀고 있었는데, 그 안에 안전장치를 다 해놨지만 그래도 힘들긴 힘들더라. 발가 벗겨질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는데 녹록하지 않았다. 시사회 때 성민이 형이 이번에 발가 벗겨져서 다음엔 내가 발가 벗겨지겠다 자신했는데 옆에서 박찬욱 감독이 조용하게 '누가 보고 싶다고'라며 투덜거리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알코올 냄새가 스크린까지 뚫고 나올 정도로 리얼했던 만취 분장에 대해서도 "술이 취한 것처럼 볼에 분장도 했는데 아무래도 흉내 같더라. 촬영이 들어가기 직전 30초 정도 숨을 참아 얼굴이 빨개지게 만들었다. 힘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숨을 참았다가 촬영에 들어가곤 했다"고 고생담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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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는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이 출연했고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