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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연기의 신(神)' 배우 이성민(57)이 박찬욱 감독의 세계관에서 전례 없는 파격 변신에 나섰다.
특히 매 작품 압도적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성민이 '어쩔수가없다'에서 파격 변신에 나서 화제를 모았다. 평생을 제지 회사에서 근무해 온, 타자기를 사용하고 LP 음악만 고집하는 아날로그형 인간 범모를 연기한 이성민은 제지 업계로 재취업이 절실한 인물로 '어쩔수가없다' 속 연민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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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달리 완성된 '어쩔수가없다'는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안겼다고. 이성민은 "'어쩔수가없다' 완성본을 보고 난 뒤 '나의 상상력은 부족하구나' 반성했다, 보고 나니 이런 작품이었구나 싶더라. 시나리오를 볼 때는 일반적인 서사 구조라고 생각을 했다. 직업을 잃은 사람이 자신의 경쟁자를 죽이는 이야기 정도로 보여질 것이란 상상을 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보통의 영화 속 이야기는 관객이 주인공에 빠져서 집중해 간다면 이 작품은 뭐라고 꼬집을 수 없지만 불편하게 만들고 웃음으로 집중을 흐리게 만드는 작품이더라. 그러다가 그 안에 벌어진 일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다시 정신 차리게 되는 영화다. 웃고 낄낄거리다가도 마지막엔 내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인 것 같다. 독특한 전개 방식의 영화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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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파격적인 뒤태 전라 노출 장면에 대해서도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성민은 "대역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고싶다"며 농을 던지면서도 "그 장면은 범모가 깊은 수렁에서 종지부를 찍고 새로 태어나는 걸 보여 주는 장면이다. 지금은 내 몸은 촬영 당시 범모 몸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억지로 관리하거나 만든 몸도 아니다. 원래 콘티에서는 범모가 옷을 전부 벗고 걸어 나가는 것까지 있었는데 그냥 벗는 장면에서 컷이 끝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모의 오타쿠 같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헤어도 과장했던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옷을 벗은 뒤 싱크대에 소주를 버리는 컷트로 넘어가는 장면이다. 범모가 옷을 벗으며 울고 난 다음에 소주를 버리는 장면이었는데 얼굴에 울었던 느낌이 더 묻어났으면 좋았지 않았나 아쉬움이 남는다. 그 장면은 평생 아쉬워 질 것이다. 사실 내 영화나 드라마를 다시 안 보는 이유도 그런 아쉬운 흉터가 보여서 그렇다. 매 작품마다 흉터를 안 남기려고 하고 하지만 쉽지 않더라. 후회하면서 앞으로 더 치열하게 연기하겠다 마음 먹지만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염혜란과 독특한 부부 케미도 남다른 의미를 가진 이성민이다. 그는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 중 하나가 잃어버린 것들, 그리고 앞으로 잃어버릴 것들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중에 하나가 범모가 가진 순수함인 것 같다. 범모와 아라(염혜란)의 과거 장면이 영화에 들어간 것도 그런 의미에서 들어간 것 같다. 순수했던 순간이 있었는데 이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여준다. 다 그렇게 변해가는 것 같다. 그런 지점에서 범모에게 애정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CG를 통해 20대 때 모습을 구현한 이성민은 "실제 내 20대 모습과 전혀 다르다. 영화 속에 나온 것처럼 동글동글하게 생기진 않았다. 그 장면을 보는데 스스로 굉장히 어색하더라"며 "염혜란과 부부 호흡도 좋았다. 요즘 대세라고 하는데 따져보면 그동안 나는 염혜란과 같은 정말 좋은 배우들과 작업 할 기회가 많았다. 그 중 염혜란은 20년 전부터 알고 있었고 물론 전에도 감탄했던 배우다. 내게 오래 전부터 각인된 배우였다. 그런 염혜란과 '어쩔수가없다'에서 만나게 됐는데 여전히 놀랍더라. 현장에서도 굉장히 적극적이었고 준비도 많이 해왔다. 요즘 대중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데 역시 어디 숨어 있어도 발견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멜로 열연에 대해서도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멜로 연기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 그런데 정작 멜로 작품을 받은 적이 없다. 나는 브로맨스 전문 배우다. 만약 멜로 제안이 온다면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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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는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이 출연했고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