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얼굴이 사라져도 '얼굴'이 된 배우 신현빈(39)이 인생 캐릭터를 만난 소회를 전했다.
지난 11일 개봉한 '얼굴'은 첫날 3만 5018명을 동원함과 동시에 누적 매출액 3억4671만1750원을 달성하며 순제작비를 거둬들였고 개봉 3일 차인 13일 누적 관객수 20만8956명을 기록, 손익분기점(6만명)을 훌쩍 넘어서며 '대박'을 터트렸다.
특히 한국 영화계 새로운 활로를 연 '얼굴'에서 미스터리의 주축이 된 신현빈 역시 극 중 1인 2역을 소화한 박정민과 함께 '얼굴'의 흥행을 이끄는 치트키로 등극하며 관객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신현빈은 '얼굴'에서 단 한 장면도 얼굴이 나오지 않은 '얼굴'의 얼굴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얼굴이 노출되면 안 된다는 미션 속 정영희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기 위해 손이나 어깨, 목소리 등 새로운 방식으로 캐릭터를 표현하며 호평을 자아냈다.
|
개봉 3주 차 누적 관객수 90만7389명을 돌파한 '얼굴'은 이제 100만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이에 신현빈은 "이 영화를 처음 만들기로 했을 때는 지금 같은 상황을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저 이 영화가 어떤 반응을 얻게 될까 궁금했다. 나 역시 처음 이 영화의 완성본을 봤을 때 굉장히 좋고 묵직한 울림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로는 관객이 너무 무겁게 느끼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토론토영화제도 그렇고 국내 반응도 생각보다 이 영화를 상업적으로 받아들여주는 것 같아 신기했다. 아마 그 지점이 지금의 관객수를 가져간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다. 관객이 만들어준 흥행이다. 볼 만한 상업 영화라는 포지션을 관객이 만들어 준 덕분에 지금까지 왔다. 팀 내 분위기는 100만 앞두고 있는 상황에 추석을 앞두고 새로운 영화들도 계속 개봉하고 있어서 100만 기록을 언제 돌파할 수 있을지, 혹은 못할지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 같다"며 "관객들도 이 영화가 '꼭 100만 돌파 했으면 좋겠다'라고 직접 말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우도 처음이라 출연한 배우로서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일부 관객은 '얼굴' 정보도 전혀 모르고 오시는 분도 있고 심지어 내가 어디에 나왔는지 모르는 관객도 있더라. 나처럼 안 보이고 싶은 작품이었는데 그래서 이런 관객의 반응이 재미있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고 곱씹었다.
쉽지 않은 연기를 소화한 신현빈에 쏟아지는 호평도 기쁜 마음으로 받아 들이고 있는 중이라고. 신현빈은 "얼굴이 나오지 않았는데 얼굴로 호평을 받는 게 재미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 얼굴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내 얼굴의 문제인가 싶기도 하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나에 대한 좋은 평가도 있지만 그게 비단 나로 비롯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정영희라는 캐릭터에 대한 연민과 공감에서 오는 호평도 많은 것 같다. 이 캐릭터가 그만큼 관객의 마음에 닿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민도 많았고 두려움도 많았는데 다행이다. 내 연기 때문에 다른 배우가 잘 한 연기 조차 안 보일 수 있겠다는 부담도 있었다. 걱정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관객에게 잘 전달된 것 같아 만족한다"고 자평했다.
|
|
'얼굴'의 출연 과정도 특별했다. 신현빈은 "처음 이 작품을 제안 받았을 때는 캐스팅 제안인줄 몰랐다. 연상호 감독의 '계시록'(25) 촬영할 때였는데, 그때 '얼굴'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연상호 감독과 촬영 중 쉬는 타임에 '얼굴'의 이야기를 계속 들었는데, 처음엔 '그런가 보다' 했고 오히려 그 현장에 커피차라도 하나 보낼까 생각하기도 했다. 연상호 감독이 '얼굴'에 여자 역할이 하나 있는데 중요한 역할이지만 캐스팅 하는데 어렵다고 하더라. 얼굴이 안 나오는 역할이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하고 또 배우에게 이 캐릭터를 어떻게 설득하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가볍게 배우의 입장으로 목소리만으로도 연기하는 경우가 있으니 편하게 생각하는 배우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보통 배우에 따라서 어떤 배우는 얼굴이 한계인 배우도 있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조언했는데 갑자기 '그렇다면 한 번 해보는 게 어때?'라며 '얼굴' 시나리오가 담긴 링크를 보내더라"고 밝혔다.
그는 "개봉을 하면서 느꼈는데 결국은 연상호 감독의 큰 그림 속에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나도 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연상호 감독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 이야기 자체가 정말 묵직하게 다가왔고 힘이 있었고 관객이 봤을 때 이 이야기를 보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하게 됐다. 캐릭터가 어렵다고 느꼈지만 배우로서 또 이런 기회가 쉽게 올까 싶기도 해서 결심하게 됐다. 얼굴은 안 나오는데 몸이나 실루엣이 나오니까 이런 경험은 잘 없기도 하고 프로덕션 자체가 크지 않고 짧아서 부담도 없었다. 다만 막상 연기 하기로 한 뒤에는 (캐릭를 표현하기 힘들어) 괜히 했나 싶기도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
|
이어 "얼굴이 안 나와서 민낯으로 촬영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시대물이라 피부톤을 낮추는 작업을 했다. 전체적으로 메이크업은 다 했다. 의외로 노메이크업이 아니다. 매우 유메이크업이다. 입술 같은 것도 분장을 해줬고 머리도 가발을 착용했다. 분장팀이 정영희를 만들기 위해 정말 큰 일을 많이 해줬다"며 "캐릭터를 표현할 때 행동도 다른 캐릭터와 달랐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움직임을 할지 생각하다가 일단 주변 때문에 많이 위축되어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부분을 몸으로 보여줘야겠다 생각해고 그래서 정영희는 더 굽어지고 움츠러드는 것도 있었다. 소극적인 사람처럼 보이려고 했다. 영화 후반에 이르러서 조금씩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려고 하는 부분에서는 실제로 몸이 좀 펴지는 부분도 보인다. 그 지점에서는 정영희의 강단을 조금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목소리 톤도 변주를 주려했다는 신현빈은 "몸과 같은 맥락인 것 같다. 이 사람이 왜 남들에게 오해받고 무시당하는 사람이 되었나 생각을 해보다가 너무 올곧아서 그런게 아닐까 싶었다. 너무 올곧게 자신의 뜻을 말하면 주변에서 화살도 맞고 돌도 맞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처음에는 목소리를 누가 들어도 불편한 소리로 만들어 내볼까도 했다. 그런데 또 중반부에 임영규와 관계도 생각해 봐야 했다. 특히 임영규는 남들보다 귀가 더 예민한 사람인데 내 소리가 불편하면 사랑에 빠질 수 없다. 영규는 영희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조절을 해야 했다. 너무 듣기 싫지 않지만 너무 편안하지 않는 중간의 톤을 찾으려고 했다. 현장에서도 박정민에게 '이 목소리면 사랑할 것 같아?'라고 물어보면서 톤을 조절했다"고 덧붙였다.
박정민과 멜로 호흡에 대해서는 "극 중 주먹밥 플러팅이 있었다. 정영희는 편견이 없는 사람이다. 영규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게 크게 대수롭지 않은 사람인데 영규도 유일하게 영희에게 친절한 사람이지 않나? 영규가 보여준 친절이나 호의에 호감이 된 것 같다. 영규도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무시 당했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영희가 나타난 것이다. 영희도 영규도 나를 나로 봐주는 사람이 필요했던 시기이고 서로에게 귀하게 다가와 사랑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얼굴'은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 등이 출연했고 '부산행' '반도'의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