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 "SM연습생 때 '거절'이 일상"…'케데헌' 이재, K-연습생→월드★ 싱어송라이터 되기까지(종합)

기사입력 2025-10-15 12:09


[SC현장] "SM연습생 때 '거절'이 일상"…'케데헌' 이재, K-연습…
사진=넷플릭스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국계 미국 싱어송라이터 이재(본명 김은재)가 많은 고난과 역경을 딛고 금의환향했다.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매기 강·크리스 아펠한스 감독) 내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극 중 루미의 목소리를 연기하고 OST '골든(Golden)'을 작곡·가창한 이재가 참석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낮에는 K팝 걸그룹으로, 밤에는 비밀리에 퇴마사로 활동하는 헌트릭스의 멤버 루미(아덴 조), 미라(메이 홍), 조이(유지영)가 낮에는 K팝 보이그룹이지만 밤에는 악령이 돼 인류를 위협하는 사자보이즈를 물리치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국내 K-POP 아이돌을 소재로 한 최초의 해외 제작 애니메이션이자 역사상 최초 K-POP 음악을 활용한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됐다.

무당을 모티브로 삼은 퇴마 아이돌을 현대 어반 판타지 히어로로 재해석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의 남산서울타워, K-Food, 사인검, 일월오봉도, 까치호랑이(작호도), 기와집 등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녹여내 전 세계 시청자로부터 호평을 얻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무엇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공개 11주 차인 지난 9월 3일 누적 시청수(시청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 2억6600만 기록을 세우며 넷플릭스 영화·쇼 부문 통합 역대 흥행 1위 콘텐츠로 등극,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러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 원동력으로 꼽히는 OST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OST에 실린 여덟 곡이 빌보드 핫100에 동시 차트인했고 특히 헌트릭스가 부른 '골든'은 미국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르며 화제성을 입증한 것. '골든'은 7주 연속 미국 빌보드 핫 100 1위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당연히 '골든'을 작곡하고 직접 부른 이재에 대한 관심도 쏟아졌다. 이재는 원로배우 신영균의 외손녀로, 과거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10년을 보냈지만 결국 데뷔에 실패한 뒤 SM엔터테인먼트를 퇴사, 미국에서 작곡가 및 작사가, 가이드 보컬로 활동을 이어갔다. 이후 트와이스, 레드벨벳, 엔믹스 등 K-POP 아티스트들의 곡에 참여하며 이력을 쌓은 이재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만났고 이를 통해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SC현장] "SM연습생 때 '거절'이 일상"…'케데헌' 이재, K-연습…
이날 이재는 "너무 실감이 안난다. 스케줄도 바빠서 소화할 시간도 없다. 감사한 마음뿐이다. 2개월 전까지는 그저 평범한 작곡가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사랑을 받아서 낯설고 적응하는 중이다. 팬들이 '이제는 이재의 시간'이라고 해주는데 너무 고마웠다"고 소회를 전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금의환향한 이재는 "정말 자랑스럽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한국 문화를 보여주고 싶은 것 때문이었다. 내가 어릴 때 미국 친구들이 한국을 잘 모르더라. 그때마다 화가 났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던 것도 있다. 가족도 너무 좋아한다. 엄마가 내 얼굴이 나온 사진으로 사인지를 만들어 돌리기도 했고 방 안에 포스터로 도배를 해놨다"고 웃었다.


'골든' 작사 및 작곡을 할 때 받은 영감에 "루미의 간절함이 필요했다. 매기 강 감독의 가이드가 있었고 치과 가는 길에 그 가이드가 담긴 트랙을 받아 영감을 받았다. 트랙을 듣자 마자 바로 영감을 받아 멜로디를 따 녹음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골든'이라는 단어가 필요했고 반드시 넣어야 했다. 그 당시 실제로 나도 좀 힘든 시기였다. 희망적인 메시지가 필요했는데, 나도 모르게 개인적인 감정도 녹여낸 것 같았다"고 답했다.

'골든'에 한국어를 사용한 과정도 특별했다. 이재는 "이 작품은 한국 문화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모든 스태프가 한국 문화, 한국어를 녹여내려고 했다. 노래에도 한국어를 다루려고 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한국어로 팬들이 노래를 부르는걸 보면서 너무 뿌듯했다"며 "한국 사람으로서 너무 자랑스럽다. 이제 어딜 가도 '나는 한국인이야'라고 하면 다들 한국 문화를 너무 애정하는 걸 표현한다"고 덧붙였다.

'골든' 흥행 이유를 분석한 이재는 "작곡가로서 빌보드나 음원 차트를 늘 보는데 차트를 보면서 아쉬움이 있었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노래가 없더라. 전 세계가 힘든 시기를 겪었는데 이 시기에 희망이 메시지를 담은 '골든'이 나왔고 그래서 더 사랑받은 게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 된 '골든' 챌린지에 대해서도 "다들 '골든'의 고음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고음은 감독이 넣으라고 한 것이다. 스토리 자체에서도 루미에게 클라이맥스가 있지 않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설정도 필요했고 그래서 내 음역대보다 더 높은 고음을 만들었다. 루미와 공감대가 많았다. 자신의 음역대가 아닌데 계속 푸쉬한다. 사실 나는 내 목소리가 컴플렉스였다. 약간 허스키한 보이스인데 그걸 가리고 싶었다. 내가 가수를 준비할 때는 특히 더 깨끗한 목소리를 원하는 시대였다. 루미를 보면서 나와 정말 공감이 됐다"며 "만약 내가 아닌 다른 가수에게 '골든'을 맡긴다면 에일리가 좋지 않을까 싶다. 에일리가 '골든'을 커버하기도 했고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SC현장] "SM연습생 때 '거절'이 일상"…'케데헌' 이재, K-연습…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에 대해서도 "모든 것은 다 이유가 있다는 걸 요즘 더 많이 느끼고 있다. 어린 나이에 연습생으로 꿈을 향해 갔지만 상처도, 고생도 많이 했다. 그리고 마침내 고생도 어떻게 넘어서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어릴 때부터 '거절'이 일상이었는데 그걸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SM엔터테인먼트도 나를 판단할 때 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엄마도 '말이 씨가 된다'라고 항상 말했다. 항상 '할 수 있다'라며 스스로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며 "나는 음악이 나를 살렸다. 물론 가수의 꿈도 있었지만 음악을 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연습생 때 연희동에 살았는데 1시간을 걸어 홍대에 있는 카페까지 가 밤늦게까지 비트만 만들었다. 그렇게 나를 찾은 것 같다. 아무리 좌절감을 느껴도 작은 기회를 잡고 그걸 100% 소화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혼자서 절대 버틸 수 없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도 나오지 않나? 나도 엄마, 오빠 등 가족들에게 고민을 나눴다"고 말했다.

외할아버지 신영균도 언급됐다. 이재는 "노래도 연기라고 생각한다. 100% 몰입해야 듣는 사람도 몰입할 수 있다. 할아버지도 어릴 때부터 '노래도 연기다'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열심히 해서 그 자리에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영감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지금도 '잘했어' '더 열심히 해'라며 응원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SC현장] "SM연습생 때 '거절'이 일상"…'케데헌' 이재, K-연습…
내년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유력한 주제가 상 후보로 꼽히고 있는 '골든'. 아카데미 수상에 대한 기대감도 이재는 "상상만 해도 울 것 같다. '엄마, 아빠 나 해냈어' '한국 팬들 사랑한다'라며 소감을 전하고 싶다"고 벅찬 소회를 전해 장내를 웃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이재는 "앞으로 한국 아이돌 중에는 에스파와 같이 작업하면 잘 어울릴 것 같고, BTS도 함께하면 너무 영광일 것 같다. BTS 멤버 중 정국이 정말 노래를 잘하더라. BTS와 함께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는 작곡가로 활동할 계획이다. 아티스트로서 내 노래도 만들 계획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아든 조, 안효섭, 메이 홍, 유지영, 김윤진, 조엘 킴 부스터, 라이자 코시, 그리고 대니얼 대 김, 켄 정, 이병헌 등이 목소리 연기에 나섰고 한국계 캐나다 출신 매기 강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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