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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천의 얼굴 배우 설경구(58)가 한계 없는 변주로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설경구는 전작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17)을 시작으로 '킹메이커'(22) '길복순'(23), 그리고 변성현 감독이 각본을 쓴 지난 9월 공개작 '사마귀'(이태성 감독) 특별 출연까지 변성현 감독의 거의 모든 작품을 함께하며 신뢰를 보였다. 특히 공식적으로 네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굿뉴스'에서는 이름도, 출신도 베일에 싸인 정체불명의 해결사로 비상한 머리와 빠른 임기응변, 유연한 대처 능력으로 암암리에 나라의 대소사를 해결하는 인물로 변신해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평양을 향해 날아가는 일본 여객기를 어떻게든 대한민국 땅에 착륙시키기 위해 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공군 중위 서고명(홍경) 뒤에서 작전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해결사로 열연을 펼쳐 '굿뉴스'에 신선한 재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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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물론 '굿뉴스'를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있었다. 일단 이 작품은 안 하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했고 서로 고민도 많았다. 그런데 '어찌어찌 저찌저찌'하게 됐다. 그럼에도 가장 근본적으로 두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란 고민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며 "제안을 받긴 했지만 '굿뉴스'라는 작품도 처음엔 마음이 쏙 들지 않더라. 아무개라는 인물이 정체를 모르겠고 투명인간 같기도 했다. 참으로 묘한 캐릭터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부정할 수 없는 변성현 감독의 페르소나인 설경구는 "변성현 감독은 설경구가 페르소나가 아니라고 한다. 부산영화제 때 기자회견에서도 변성현 감독과 연달아 작품하는 이유에 질문을 받았는데 그때 단순히 '좋아요'라는 말이 나왔고 그게 사랑 고백으로 번졌다. 그런데 또 그날 오후 부산 관객과 한 오픈토크에서는 '결별' 선언이 나갔더라. 그래서 아직까지는 '결별'한 상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변성현 감독은 부정하지만 네 작품을 연속으로 할 정도면 내가 페르소나는 맞다. 변성현 감독은 내가 볼 때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은 감독인 것 같다. 처음이 누아르였고 그 다음이 시대물이었다. 판타지 액션도 했고 블랙 코미디까지 했다. 장르에 대한 욕심이 많고 원 없이 다 하는 감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열심히 하는 감독이다. 고민이 많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다. 앞으로는 또 어떤 장르를 할지 모르겠지만 아마 다른 장르를 하지 않을까 싶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다"고 10년 가까이 쌓아온 신뢰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무엇보다 설경구는 "배우로서 변성현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는 변성현 사단이 모이면 시너지가 커지는 것 같다. '굿뉴스'도 시나리오를 보고 어떻게 표현할지 걱정이 많았는데 그걸 해 내는 걸 보니 계속 좋아지는 것 같다. '굿뉴스'는 걱정했던 것에 비해 변성현 감독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다 표현한 것 같다"며 "다들 나와 변성현 감독이 절친한 사이라고 하는데 사실 변성현 감독과 그리 친한 편은 아니다. 우리가 2~3개월에 한 번씩 연락하는 사이니까. 그리고 가장 큰 것은 변성현 감독과 성격이 안 맞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변성현을 믿는다. 뭐가 되더라도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변성현 감독을 '불한당' 때부터 봤으니까 거의 10년을 봤다. 불한당을 끝낸 뒤 나는 변성현 감독을 향해 '나의 영화적 아버지'라고 했다. 고지식한 편견을 깨준 사람이지 않나? 나는 사실적이어야 한다는 게 강하게 있어야 했던 사람인데 그걸 '불한당'으로 깼다. 내가 보증하는데 변성현 감독은 술 마시는 것과 영화 찍는 것은 정말 열심히 한다. 다른 것은 잘 모르겠지만, 그 두 가지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불한당' 때 구겨진 사람 설경구를 폈으니까. 그런데 그런 나를 '긋뉴스'로 다시 구겼다. 원래보다 더 구겨진 것 같다"고 특유의 농으로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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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개봉한 '용서는 없다'(김형준 감독) 이후 무려 15년 만에 재회하게 된 류승범에 대해서도 "'굿뉴스'를 한다고 해서 제작사 사무실에서 처음 봤는데, 류승범과 내가 서로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내가 내 입으로 '너 많이 바뀌었어'라고 했다. 별다른 이야기나 행동을 많이 한 건 아닌데 그냥 내 눈에 류승범이란 배우의 느낌이 많이 바뀌어서 나타난 기분이었다. 품이 넓게 바뀌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결혼이) 류승범에게 영향을 줬는지 몰랐지만, 아무래도 전혀 없진 않을 것이다. 품 자체가 무언가를 끌어안을 것 같은 사람으로 와 기억에 남는다. 예전 류승범은 날 것 같은 모습이 강했다. 좋고 싫음이 정확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 싫은 것도 떠안게되는 사람이 됐더라. 굉장히 멋져졌다"고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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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