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구겨졌던 날 펴주더니 다시 구겨놔"…설경구와 변성현의 만남, 무조건 '굿뉴스'(종합)

기사입력 2025-10-21 08:47


[SC인터뷰] "구겨졌던 날 펴주더니 다시 구겨놔"…설경구와 변성현의 만…
사진=넷플릭스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천의 얼굴 배우 설경구(58)가 한계 없는 변주로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범죄 액션 영화 '굿뉴스'(변성현 감독, 스타플래티넘 제작)에서 비상한 머리와 빠른 임기응변을 가진 정체불명 해결사 아무개를 연기한 설경구. 그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굿뉴스'의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애정을 전했다.

1970년 3월 일본 내 반정부주의자 9명이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에서 승객 129명을 태우고 출발한 일본항공 351편 여객기를 납치해 북한으로 넘어가고자 한 '요도호 사건'을 모티브로 한 '굿뉴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블랙 코미디로 다룬 '굿뉴스'는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주목받은 변성현 감독 특유의 미장센과 위트가 잘 녹아든 작품이다. 여기에 변성현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려지는 설경구가 이번 '굿뉴스' 역시 가세하면서 확실한 중심을 잡았다.

설경구는 전작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17)을 시작으로 '킹메이커'(22) '길복순'(23), 그리고 변성현 감독이 각본을 쓴 지난 9월 공개작 '사마귀'(이태성 감독) 특별 출연까지 변성현 감독의 거의 모든 작품을 함께하며 신뢰를 보였다. 특히 공식적으로 네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굿뉴스'에서는 이름도, 출신도 베일에 싸인 정체불명의 해결사로 비상한 머리와 빠른 임기응변, 유연한 대처 능력으로 암암리에 나라의 대소사를 해결하는 인물로 변신해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평양을 향해 날아가는 일본 여객기를 어떻게든 대한민국 땅에 착륙시키기 위해 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공군 중위 서고명(홍경) 뒤에서 작전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해결사로 열연을 펼쳐 '굿뉴스'에 신선한 재미를 더했다.


[SC인터뷰] "구겨졌던 날 펴주더니 다시 구겨놔"…설경구와 변성현의 만…
사진=넷플릭스
이날 설경구는 "나는 내 영화를 편하게 못 본다. 그래도 '굿뉴스'가 공개된 직후 보는 시청자가 다행히 작품을 잘 본 것 같다"며 "처음 이 영화를 토론토영화제에서 봤는데 거기에서는 무조건 환대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를 보는 관객도 축제처럼 즐기는 분위기였고 시사 중 웃음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래서 한국 반응도 궁금해 부산영화제 때 한 번 더 보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국내 관객은 초반 20~30분은 '땐땐(인색)'하더라. 초반에는 일본 배우들이 많이 나오니까 아무래도 더 그런 분위가가 형성됐다. 관객의 그런 분위기를 보니 나 역시 절로 긴장이 됐다. 그러다 일본 비행기 안에서 인질의 코를 ?씨沮獵 장면부터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고 곱씹었다.

그는 "이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뭘 이야기 하려고 그러나' 모르겠더라. 대사도 이상한 소리를 하는 캐릭터였다. 아무개는 너무 안 어울리는 이질적인 모습으로 튀어나와서 더 걱정됐다. 장관도 붕붕 떠 있는 상황인데 아무개 역시 더 뜨게 하라고 하니까 답답하더라. 영화의 30%를 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변성현 감독에게 '이게 맞냐?'고 계속 물어본 작품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납득이 되면서 '이 녀석(변성현 감독)이 뭔가 다 있구나' 싶었다. 나름 머릿속에 치밀하게 있는 것 같아서 변성현 감독의 말을 듣고자 했다. 의심하면서도 변성현 감독의 계산에 맞춰주려고 노력을 한 것 같다. 전부는 아니었지만 촬영을 하다 보니 의문이 어느 정도는 납득이 됐다"고 밝혔다.


[SC인터뷰] "구겨졌던 날 펴주더니 다시 구겨놔"…설경구와 변성현의 만…
궁합도 안 보는 4살 차이란 이런 것일까. 변성현 감독과 설경구는 무려 네 작품 연속 호흡을 맞추며 영화계 '깐부'로 등극했다. 이에 설경구는 "한 감독과 연속으로 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사실 변성현 감독과 세 번째 작품을 했을 때도 서로 결별이었다. '이제 같이 안 할거다' 말하기도 했고 속으로도 변성현 감독과 앞으로 계속 안 할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다음 작품은 안 할 것'이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또 우연히 변성현 감독과 만나 소주 한 잔 마시면서 근황을 묻다가 '굿뉴스'라는 작품을 집필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나 할 거 있어?' 물어봤더니 바로 '있다'고 답을 받았다. 그게 '굿뉴스'의 아무개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물론 '굿뉴스'를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있었다. 일단 이 작품은 안 하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했고 서로 고민도 많았다. 그런데 '어찌어찌 저찌저찌'하게 됐다. 그럼에도 가장 근본적으로 두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란 고민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며 "제안을 받긴 했지만 '굿뉴스'라는 작품도 처음엔 마음이 쏙 들지 않더라. 아무개라는 인물이 정체를 모르겠고 투명인간 같기도 했다. 참으로 묘한 캐릭터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부정할 수 없는 변성현 감독의 페르소나인 설경구는 "변성현 감독은 설경구가 페르소나가 아니라고 한다. 부산영화제 때 기자회견에서도 변성현 감독과 연달아 작품하는 이유에 질문을 받았는데 그때 단순히 '좋아요'라는 말이 나왔고 그게 사랑 고백으로 번졌다. 그런데 또 그날 오후 부산 관객과 한 오픈토크에서는 '결별' 선언이 나갔더라. 그래서 아직까지는 '결별'한 상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변성현 감독은 부정하지만 네 작품을 연속으로 할 정도면 내가 페르소나는 맞다. 변성현 감독은 내가 볼 때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은 감독인 것 같다. 처음이 누아르였고 그 다음이 시대물이었다. 판타지 액션도 했고 블랙 코미디까지 했다. 장르에 대한 욕심이 많고 원 없이 다 하는 감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열심히 하는 감독이다. 고민이 많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다. 앞으로는 또 어떤 장르를 할지 모르겠지만 아마 다른 장르를 하지 않을까 싶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다"고 10년 가까이 쌓아온 신뢰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무엇보다 설경구는 "배우로서 변성현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는 변성현 사단이 모이면 시너지가 커지는 것 같다. '굿뉴스'도 시나리오를 보고 어떻게 표현할지 걱정이 많았는데 그걸 해 내는 걸 보니 계속 좋아지는 것 같다. '굿뉴스'는 걱정했던 것에 비해 변성현 감독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다 표현한 것 같다"며 "다들 나와 변성현 감독이 절친한 사이라고 하는데 사실 변성현 감독과 그리 친한 편은 아니다. 우리가 2~3개월에 한 번씩 연락하는 사이니까. 그리고 가장 큰 것은 변성현 감독과 성격이 안 맞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변성현을 믿는다. 뭐가 되더라도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변성현 감독을 '불한당' 때부터 봤으니까 거의 10년을 봤다. 불한당을 끝낸 뒤 나는 변성현 감독을 향해 '나의 영화적 아버지'라고 했다. 고지식한 편견을 깨준 사람이지 않나? 나는 사실적이어야 한다는 게 강하게 있어야 했던 사람인데 그걸 '불한당'으로 깼다. 내가 보증하는데 변성현 감독은 술 마시는 것과 영화 찍는 것은 정말 열심히 한다. 다른 것은 잘 모르겠지만, 그 두 가지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불한당' 때 구겨진 사람 설경구를 폈으니까. 그런데 그런 나를 '긋뉴스'로 다시 구겼다. 원래보다 더 구겨진 것 같다"고 특유의 농으로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SC인터뷰] "구겨졌던 날 펴주더니 다시 구겨놔"…설경구와 변성현의 만…
브로맨스 장인인 설경구는 '굿뉴스'에서 홍경과도 진득한 티키타카를 펼쳤다. 홍경이 연기한 서고명에 대해서 설경구는 "서고명과 아무개는 다른 듯 같은 인물이다. 서고명이 아무개가 되는 과정이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홍경에게 안쓰럽고 미안하기도 했다. 엔딩에서 서고명에게 아무개가 처음으로 진실을 이야기 해주는 장면이 정말 안쓰러웠다"며 "홍경은 진짜 열심히 하는 후배더라. 홍경 시나리오를 보면 정리한 글로 빽빽하다. 시험공부하듯 적어뒀는데 진짜 열심히 하더라. 안 풀리면 변성현 감독과 밤새 이야기를 나누는데 변성현 감독이 홍경과 밤샘 토론을 하다가 잠을 못 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홍경은 딱 서고명 같았다. 본인도 서고명이 자신과 닮은 부분이 많다고 하더라. 현장에서도 오직 서고명만 생각하는 배우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10년 개봉한 '용서는 없다'(김형준 감독) 이후 무려 15년 만에 재회하게 된 류승범에 대해서도 "'굿뉴스'를 한다고 해서 제작사 사무실에서 처음 봤는데, 류승범과 내가 서로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내가 내 입으로 '너 많이 바뀌었어'라고 했다. 별다른 이야기나 행동을 많이 한 건 아닌데 그냥 내 눈에 류승범이란 배우의 느낌이 많이 바뀌어서 나타난 기분이었다. 품이 넓게 바뀌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결혼이) 류승범에게 영향을 줬는지 몰랐지만, 아무래도 전혀 없진 않을 것이다. 품 자체가 무언가를 끌어안을 것 같은 사람으로 와 기억에 남는다. 예전 류승범은 날 것 같은 모습이 강했다. 좋고 싫음이 정확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 싫은 것도 떠안게되는 사람이 됐더라. 굉장히 멋져졌다"고 추켜세웠다.


[SC인터뷰] "구겨졌던 날 펴주더니 다시 구겨놔"…설경구와 변성현의 만…
사진=넷플릭스
'굿뉴스'는 설경구, 홍경, 류승범 등이 출연했고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길복순'의 변성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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