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연의 미리 봄] '당신이 죽였다', 제발 죽이고 시작하면 안될까요

기사입력 2025-11-07 17:00


[문지연의 미리 봄] '당신이 죽였다', 제발 죽이고 시작하면 안될까요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볼수록 고통스러워지는 신작. '당신이 죽였다'다.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살인을 결심한 두 여자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새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가 7일 전편 공개를 앞두고 취재진에게 4회까지 분량을 선공개했다. 미리 공개된 '당신이 죽였다'에서는 가정 폭력에 노출된 이들의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고통이 몰입감 있게 그려졌다. 주요 등장인물인 조은수(전소니)와 조희수(이유미) 모두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이다. 조은수는 엄마(김미경)이 아빠(김원해)에게 당하는 가정폭력을 어린 시절부터 간접 경험하며 버텨왔고, 조희수는 현재 남편 노진표(장승조)에게 가정폭력을 당하는 중. 조희수의 삶을 완전히 파괴하는 가정폭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은수가 노진표를 죽이자고 제안하게 되면서 지옥을 벗어나기 위한 두 친구의 처절한 발버둥이 시작되게 된다.

긴장감은 넘친다. 노진표에 대한 살해를 결심하고, 그와 똑같은 얼굴을 가진 불법체류자 장강(장승조)로 바꿔치기 할 계획까지 세우면서 행복한 결말을 꿈꾸지만, 이 과정도 쉽지는 않다. 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진소백(이무생)의 시선이 끈질기게 따라오고, 여기에 노진표의 동생인 노진영(이호정)의 눈이 이들을 추적한다는 것도 변수로 작용한다. 이들의 범죄가 완벽하게 마무리될 수 없을 것을 예고하는 시그널이 꾸준히 등장하면서 긴장감을 높이는 것.


[문지연의 미리 봄] '당신이 죽였다', 제발 죽이고 시작하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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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연의 미리 봄] '당신이 죽였다', 제발 죽이고 시작하면 안될까요
이 긴장감이 오락이면 좋겠지만, '당신이 죽였다'는 현실적인 공포를 몰고오면서 보는 이들에게 심적 압박감을 선사한다. 범죄 드라마의 경우 플래시백 연출을 선택하는 것이 속도감에 도움을 주지만, 이정림 감독은 정공법을 택하면서 이들의 서사를 먼저 촘촘하게 쌓는 데 집중했다. 이 때문에 보는 시청자들의 고통 역시 짙어지는 것. 극중 조희수가 노진표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을 여러 각도로, 여러 상황으로 비추게 되면서 시청자들까지 마치 가정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것 같은 현실적인 공포감을 심어준다. 점차 더 커지는 공포에 반복되는 상황으로 피로감이 짙어지기 때문에 만약 '먼저 노진표를 죽이고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간절한 마음까지 들게 되는 것이다.

점점 숨을 옥죄는 듯한 연출은 몰입도를 극도로 끌어올린다. 어?든 4회에서는 이 작품의 최대 악이라고 할 수 있는 노진표가 처리되지만, 이들을 지켜보는 눈이 적지 않다는 점은 후반부를 끌어갈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라진 노진표를 찾는 이들도 등장할 것이고, 진소백이라는 인물의 존재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배우들의 연기는 '당신이 죽였다'를 감상하게 만드는 데 불편함이 없다. 전소니는 평소와 같은 연기를 보여주고, 이유미 역시 불행한 조희수의 삶을 표현하기에 효율적으로 움직여준다. 여기서 반전이 되는 인물은 장승조다. 실제로는 아내인 린아와 함께하는 일상을 공개하면서 사랑꾼의 모습을 보여줬던 장승조의 실제 가정 생활까지도 (장난스럽게) 의심하게 만드는 정도의 파격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살벌한 눈빛을 장착하고 이유미를 향한 폭력을 퍼붓는 장승조의 모습을 보다 보면 '당신이 죽였다' 속에서 제발 노진표를 죽이고 시작하면 안됐을까 하는 마음이 샘솟는다.

'당신이 죽였다'는 단순한 오락물은 절대 아니다. 이정림 감독 역시 가정폭력의 생존자들이 이 작품을 볼 것을 예상하면서 무거운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음을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이 작품은 여성 서사물. 그동안 '애마'에 '은중과 상연' 등 여성 연대를 다룬 이야기를 만들어왔던 넷플릭스의 신작인 만큼 이번에도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지 관심이 쏠린다.

'당신이 죽였다'는 전반부에서는 노진표를 제거하는데 힘을 쏟는다면, 후반부는 이들이 완전히 범죄를 감추기 위한 여정이 자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신이 죽였다'의 전편은 7일 오후 5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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