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구로구 더링크호텔에서 열린 tVN 새 주말드라마 '태풍상사'의 제작발표회, 이준호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0.01/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이준호가 폼 오른 열연으로 인생캐를 갈아치우며 지난 7주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장현 극본, 이나정·김동휘 연출)가 종영까지 단 2회의 이야기만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이준호가 몰입의 끝으로 그려낸 강태풍의 서사가 회차를 거듭할수록 강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철없던 압구정 날라리에서 한 회사의 사장이자 한 가족의 가장으로 거듭나기까지, IMF 시대의 무게를 온전히 통과한 인물의 감정, 변화, 성장 그리고 책임을 촘촘하게 쌓아 올렸다는 평가다.
이준호는 강태풍이라는 인물이 지나온 감정의 굴곡을 단계적으로 누적시키며, 'IMF를 버텨낸 청춘'의 얼굴을 가장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초반에는 자유로운 압구정 날라리, '압스트리트 보이즈'의 감성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했고, 아버지(성동일)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마주한 후에는 한순간에 삶의 무게가 바뀌어버린 청춘의 혼란, 두려움을 고스란히 쏟아냈다. 그럼에도 기필코 다시 일어나고야마는 근성과 패기로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꽃을 사랑하던 청년이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단단한 열매를 맺기 위해 버티고 싸우며 진짜 사장이 되어가는 과정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설득력을 부여한 것.
그 변화의 중심에는 사장의 무게와 책임을 깨닫는 순간들이 있었다. 삽다리물류 최사장(이도경)에게서 사장이라면 직원들을 위해 뭐든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고, 고마진(이창훈)이 오미선(김민하)에게 '영업의 기본'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며 정작 자신에게는 사수도, 가르쳐줄 아버지도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곤 '사장의 기본'에 대해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봉급을 주기 위해 더 열심히 발로 뛰었고, 방화를 일으켜 자신을 무너트리려 한 표현준(무진성)에게조차 자존심을 내려놓고 물건을 팔아달라 허리 숙여 읍소했다. 그리고 늦은 밤, 텅 빈 사무실에서 아버지가 짊어졌던 무게를 떠올리며 홀로 조용히 숨을 고르는 순간마다 강태풍은 '사장'이라는 자리가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는 무거운 자리임을 몸으로, 마음으로 배워나갔다.
이준호의 연기가 빛을 발한 건 이러한 성장 과정을 단순히 시간의 흐름이 아닌, 매 순간의 선택과 감정으로 촘촘히 쌓아 올렸기 때문이다. 촬영 내내 그는 강태풍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강태풍의 감정으로 호흡했다. 현장에서도 깊은 캐릭터 연구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며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했고, 단순히 대본을 보고 연기하는 것을 넘어, 강태풍 그 자체가 됐다. 이러한 몰입은 화면 속에서 생생한 현실감으로 되살아났고, 시청자들 역시 'IMF 청춘의 얼굴'에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최근 방송에서 이준호는 이러한 몰입력갑(甲) 연기의 정점을 보여줬다. 표현준에게 머리를 숙이는 장면에서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회사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사장의 절박한 책임감을 절절하게 담아냈다. 이후 홀로 아버지가 찾던 국밥집을 찾아 소주를 기울이며 하염없이 그리움을 삼키던 장면 역시 큰 화제를 모았다. 후회, 그리움, 미안함이 뒤섞인 감정을 토해낸 그의 연기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이어진 차선택(김재화)의 배신을 알게 된 순간에는 사람 간의 신뢰가 무너지는 충격을 압도적으로 전달했다. 선택을 향한 원망의 눈빛에서는 분노와 상처, 허탈함이 폭발했다. 그럼에도 태풍은 다시 일어섰다. 표박호(김상호)를 찾아가 차용증으로 블러핑을 치는 장면에서는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담대함과 그 이면의 절박함을 동시에 표현하며, 좌절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 싸우는 진짜 사장의 성장사를 완성했다.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긴 '태풍상사'. IMF라는 거대한 파도 위에서 끝까지 사람과 회사를 지키려는 태풍이 어떤 열매를 맺게 될지, 그리고 이준호가 마지막까지 어떤 울림을 만들어낼지 시청자들의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태풍상사' 15회는 29일, 16회는 30일 밤 9시 10분 tvN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