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본체는 사랑꾼 그 자체인 배우 김동욱(42)이 발칙한 부부 이야기로 12월 극장가를 찾아왔다.
코미디 영화 '윗집 사람들'(하정우 감독, 싸이더스·워크하우스컴퍼니 제작)에서 윗집 부부 김선생(하정우)과 최수경(이하늬)의 섹다른 제안이 불편한 임정아(공효진)의 남편 이현수를 연기한 김동욱. 그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윗집 사람들'의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애정을 전했다.
스페인 영화 '더 피플 업스테어스'(20, 세스 가이 감독)를 리메이크한 '윗집 사람들'은 매일 밤 섹다른 층간소음으로 인해 윗집 부부와 아랫집 부부가 함께 하룻밤 식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하정우의 네 번째 연출작인 '윗집 사람들'은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층간소음'이라는 현실적인 갈등 요소를 시작으로 부부 관계, 인간의 욕망, 타인과의 불편한 거리감 등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감정의 이면을 유쾌하지만 날카로운 시선으로 풀어냈다.
특히 '어쩌다, 결혼'(19, 박호찬·박수진 감독)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김동욱은 '윗집 사람들'에서 층간소음에 시달리며 고요한 삶을 갈망하는 독립영화 감독 이현수로 변신, 겉으로는 무심하고 냉소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누구보다 감정에 민감하고 속이 깊은 아랫집 남편으로 현실적인 공감을 자아낸다.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이날 김동욱은 "처음 이 작품을 제안받았을 때는 이런 19금 소재라는 사실을 몰랐다. 스페인 원작 작품을 각색해서 하정우 형이 연출과 주연을 할 것이다 정도만 알았고 그 상태에서 바로 함께하겠다고 결정한 작품이다. 전부터 하정우 형과 같이 작품을 하자고 이야기를 나눴다"며 "작품을 출연하기로 결심하고 원작을 봤다. 스페인 원작 속 배우들의 연기 톤이 소재에서 오는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생활감이 느껴지더라. 원작을 봤을 때는 관객으로서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하정우 형이 각색하면서 더 세진 기분이다. 각색 대본을 받았을 때는 표현과 수위가 괜찮을까 싶긴 했고 관객이 볼 때 부담이 없을까 고민은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공효진 누나도 그랬지만 모두가 '이거 괜찮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고민은 촬영 리허설 전에 수많은 리허설을 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관객에게 어떻게 하면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갈까 고민을 제일 많이 했고 그래서 사전 작업도 많이 했다. 일단 김선생과 수경이 가진 판타지적인 느낌이 있다. 그들은 부부 관계에 대해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고 굉장히 뻔뻔하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두 사람에 대한 현실적인 반응은 작품에서 현수가 담당했다. 현수라는 캐릭터가 관객들의 감정과 반응을 조금은 유도할 수 있게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현수의 톤을 잡는 게 고민이 많이 됐다. 김선생과 수경의 유머에 현수의 리얼한 반응이 자칫 오히려 브레이크를 걸거나 보는 관객으로 흐름을 깨거나 너무 예민하거나 날카롭게 보이지 않을까 싶은 지점도 있었다. 현수의 수위를 어떻게 표현할지 하정우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 작품이다"고 밝혔다.
전작 '국가대표'(09, 김용화 감독) '신과함께-죄와 벌'(17, 김용화 감독) '신과함께-인과 연'(18, 김용화 감독) '하이재킹'(24, 김성한 감독)에 이어 하정우와 다섯번째 호흡을 맞춘 김동욱은 "하정우는 그동안 필모그래피를 통해 검증이 된 배우이지 않나? 남자답고 털털한 이미지도 있지만 굉장히 꼼꼼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선택한 작품이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본이 너무 좋을 수 있고 또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란 무한 신뢰가 있다"며 "'하이재킹' 특별출연까지 따졌을 때 다섯 편을 하정우 형과 함께 했다. 배우 하정우일 때 형이 개인적으로 작품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과정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른다. 다만 현장에서 같은 배우로서 느끼는 대목은 굉장히 감각적이라는 것이다. 감독으로서는 너무 철두철미하게 준비를 하려고 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이렇게까지 하나 싶었던 순간도 있을 정도로 '이런 것까지 플랜을 세우나?' 싶기도 했다. 다른 작품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내가 느꼈던 모습은 적어도 그랬다. 하정우 감독은 상대 배우에게 디렉팅을 하거나 조언을 하는 편은 아니다. 이 작품도 처음 캐스팅을 하면서 '동욱아 네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주면 돼'라는 말을 해줬다.내 게 '네가 가장 잘 할 것 같아서 제안을 했고 그저 '너의 연기를 보여줘'라는 부탁이 전부였다"고 애정을 전했다.
그는 "아마 이 작품 리딩은 다른 작품 5편 정도를 합칠 정도로 많이 했다. 유독 우리 작품의 대사량이 많기도 했고 배우간의 호흡이 중요한 작품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리딩을 정말 많이 했고 또 리딩을 한 뒤 대본도 많이 바뀌었다"며 "하정우 형이 감독을 해서 오히려 더 편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부분도 있었다. 직접 연기도 하면서 감독까지 해야 하는 게 감독으로서는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함께한 배우들은 감독이 배우의 컨디션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바람도 있었다. 역시나 배우를 생각하는 배려가 세심했다. 다만 처음 적응이 안 된 부분은 나와 하정우 형이 마주 보는 장면이 많았는데, 갑자기 내 눈을 똑바로 보면서 '컷'을 했는데, 순간 내 연기가 잘 못 돼 컷을 한 것인지, 이 신이 전체가 이상해 컷을 한 것인지 헷갈렸다. 그게 처음에는 적응이 안 돼 당황했던 부분이 있다"고 예상치 못했던 고충을 털어놨다.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부부 관계에서 자격지심에 사로잡힌 하남자 그 자체였던 이현수를 차지게 연기한 김동욱은 "아직 내가 결혼 생활을 오래 하지 않아서 현수와 정아 부부의 감정을 100% 이해했다고 할 수 없지만 오래된 연인을 생각하면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오래 연애했을 때 익숙하고 편해지면서 오는 소홀해지는 모습이 있지 않나? 그때 나올 법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어디서 이런 부부를 봤다기 보다는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감정일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며 "단순히 우리 영화가 어른들의 야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주변에 현수와 정아 같은 부부가 많더라. 평소에 상대를 끌어 오르게 하는 화법과 말투를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나? 아마 우리 영화를 보면 '네가 저래'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비슷한 문제로 응어리져 있는 분들이 우리 영화를 보면서 가볍게 문제의 실마리를 풀고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 현수의 모습을 보면서, 정아의 모습을 보면서 대화를 시작하고 그것을 계기로 스스로 다시 돌아보고 관계 회복과 개선이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앞서 김동욱은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 스텔라 김과 지난 2023년 12월 결혼 후 지난 24일 아내의 임신 소식을 전해 화제를 모았다. 결혼 2년 차 신혼인 김동욱은 "주변에서 좋은 부부 관계에 대해 많이 하는 이야기가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라는 조언이었다. 솔직한 게 제일 어려우면서 솔직한 게 가장 단순한 해결 방법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나 역시 솔직하게 대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럼에도 모자란 부분이 많은 인간이기 때문에 (아내가) 서운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며 "영화를 보면서 나중에 우리 부부가 현수와 정아처럼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하기도 했다. 평생 소통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틀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우리도 모르는 순간에 서로에 대한 감정이 쌓여서 현수와 정아처럼 되는 것이다. 사소한 순간들이 쌓여서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인다. 그런 순간을 만들지 않으려고 서로 노력해야 할 것 같다. 한 사람의 관객으로 '윗집 사람들'을 볼 때 '나도 현수 같은 모습으로 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고 곱씹었다.
20206년 '딸바보' 아빠를 예약한 김동욱은 "아내가 임신하면 호르몬에 변화가 있다는데 남편도 호르몬이 변화돼 임신한 아내가 예뻐보인다고 하더라. 나는 그 말에 공감 됐다. 다행히 영화 속처럼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 같다"며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지 이제 차차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늘 그려왔던 모습이 있는데, 친구처럼 자주 소통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그렇다고 정말 친구 같은 관계처럼 쉽고 편하게 대하는 사이는 아니다"고 웃었다.
'윗집 사람들'은 하정우, 공효진, 김동욱, 이하늬가 출연했고 '롤러코스터' '허삼관' '로비'에 이어 하정우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오는 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