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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김)원중이가 대단하다. 21년 동안 포수 한번도 안해본 선배가 앉아있는데, 고개 한번 안 젓고 사인대로 던지더라. 세이브해줘서 고맙다."
"(오)윤석이 먼저 준비하고 있었다. 포수는 한번도 안해본 친구다. 자칫 경기가 잘못되면 윤석이가 욕먹을 것 아닌가. 난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포수를 해봤고, 그때 송승준 선배 공을 받았기 문에 직구가 무섭진 않았다. 그래서 내가 나가겠다 하고, 감독님이 선뜻 믿고 맡겨주셨다."
제아무리 '야잘잘(야구는 잘하는 사람이 잘한다)'이라지만, 이대호로서도 23년만에 처음 해보는 포수는 두려운 자리였다. 이대호는 "윤석이보다 내가 낫겠다 싶었고, 어쩌다 놓쳐서 혼이 나도 내가 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승리해서 다행"이라며 "나도 바짝 긴장해서 집중이 잘됐나보다. 바운드볼이 2개나 들어왔는데, 공이 잡히더라. 하늘이 도왔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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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이대호에겐 연락이 폭주했다고. 이대호는 "만루홈런 쳤을 때보다 연락이 많이 왔다. '이제 포수로 몇년 더하자' 하더라. 좋은 추억이 생겼다"며 껄껄 웃었다.
앞으로 또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다시 마스크를 쓰겠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이대호는 "없는게 가장 좋겠지만, 선수로서 준비는 해놓겠다. 한번 받아봤으니 한번도 안해본 사람보단 낫지 않겠나. 감독님께 좀더 편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전날 롯데의 승리는 이 같은 최고참의 희생정신과 간절함 속에 팀 전체가 하나로 똘똘 뭉친 결실이었다. 이대호는 "이렇게 한경기 한경기 쌓아올리면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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