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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나쁜엄마' 라미란 "영순 같은 母, 이해 못하지만..나=좋은 엄마"

기사입력 2023-06-09 07:10


[인터뷰①] '나쁜엄마' 라미란 "영순 같은 母, 이해 못하지만..나=좋…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라미란(48)이 '나쁜엄마'를 보냈다.

라미란은 8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JTBC 수목드라마 '나쁜엄마'(배세영 극본, 심나연 연출)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라미란은 "14부는 역시 짧지 않나 싶다. 저도 아쉬웠고, 시청자들도 조금 아쉬워할 것 같다. 그래서 작가님께 '더 힘을 내보시라. 16부 정도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잘 마무리를 하신 것 같더라. 9월에 촬영을 시작해서 3월까지 촬영을 했는데, 저에게는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시 옛날에 공연을 할 때처럼, '응답하라1988' 때 골목길 사람들처럼, 그런 사람들이 북적이며 있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조우리에서 이사를 가기가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조우리 사람들'과의 호흡은 완벽했다. 라미란은 타이틀롤인 나쁜 엄마였지만, 조우리 사람들과의 이야기에 애정이 많이 갔다고. 라미란은 "이 작품이 좋았던 것이 주인공이 끌고 가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주변의 인물들도 다 살아있고, 그들의 이야기도 다 있고, 합쳐지고 흩어지며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부담은 제가 느낄 필요가 없었다. 이미 채워지고 있는 부분들이 많았고, 강호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강호(이도현)와 강말금 씨를 빼고는 다 작품을 해봤던 분들이라 편하고 좋았다. 부담이나 그런 것은 없었고, '놀러가야겠다' 싶었다"고 했다.

라미란이 표현한 영순은 나쁘고 독한 엄마였다. 아들의 앞날을 위해 독해질 수밖에 없던 영순을 표현한 것. 라미란은 "엄마라는 존재의 표현보다는 영순에 대한 이해를 한 것 같다. 엄마들도 여러 엄마들이 있잖나. 정씨 같은 엄마, 박씨 같은 엄마. 또 이장 부인은 호랑이 엄마잖나. 모든 것이 모성인 것 같다. 어떤 모성으로 빚어질지 모르지만, 엄마의 마음이라기 보다는 영순이란 인물 자체에 집중을 했던 것 같다. 엄마라서가 아니라, 영순이니까. 이 인물이니까. 그렇기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이고, 판단이고,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하고, 용서를 빌고 관계를 맺어가며 이야기가 생기는 것이다. 영순의 상황이 버겁기는 했지만, 버거운 만큼 더 감사함이 커지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①] '나쁜엄마' 라미란 "영순 같은 母, 이해 못하지만..나=좋…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충격을 줬던 장면은 휠체어에 탄 아들 강호를 강물에 밀어넣는 신. 스스로 일어나게 하려는 엄마의 의도였지만, 잔인하게 느껴진단 평도 다수 있었다. 라미란은 "욕 많이 먹었다"며 "강호가 고생을 했다. 물에 오래 들어가 있어서 힘들었을 것이다. 방송이 되니 다들 '엄마가 미쳤다. 애를 어떻게 그러냐. 급발진한다'고 반응이 많더라. 그런데 제가 그걸 할 때 영순의 마음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였다. 얘를 빨리, 어떻게 해서든 살아가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그렇기에 정말 독하게 한 것 같다. 촬영할 때 대역 분이 오셨지만, 그분은 정말 발만 담그고 가셨고, 진짜 강호를 밀어넣었던 것 같다. 휠체어를 집어 던지고 하는 장면에서, 제가 워낙에 팔힘이 없는데도 확 집어던지고 하더라. 정말 엄마들의 슈퍼파워가 나온 것 같았다"고 했다.

라미란은 '엄마 영순'에 대해 "이해가 안 된다. 영순도 후회하잖나. '내가 이런 괴물을 만들었다'고. 그런데 누구나 그런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잘못된 인생을 걸어가기도 한다. 그게 바로 돼지가 넘어진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저는 실제로 내 아이에게, 강호에게는 그러지 않았을 것 같다. 영순이의 모진 풍파를 겪지는 않았으니. 그래서 영순의 입장이라면 어땠을지를 생각해봤다. 그래서 그걸 믿고 연기를 했던 것 같다. 그냥 지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혹한 일이고,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살아온 영순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나 보다. 나중에 사죄하고 용서를 빌 만큼 잘못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 라미란은 어떤 엄마였을까. 라미란은 "저는 사실 좀 방치형이었다. 네살 때부터 '너의 선택은 너의 책임'이라고 얘기를 했었다. 그래서 아주 잘, 지 알아서, 잘하고 있어서 저는 간섭을 안 한다. 저 살기도 바쁘기에. 애한테 신경을 많이 못 썼다. 그걸 미안해하는 엄마들이 꽤 있더라. 미안할 수 있지만, 그렇게 안 미안하면 좋겠다. 엄마도 본인의 삶이 있는 거니까. 저는 젖먹이가 끝나면 끝났다고 생각한다. 오은영 박사님처럼 키우려면 우리가 살 수가 없다. 몇 살엔 뭘 해주고, 어떻게 잘 이끌고. 저도 제 삶을 살아야 하는데, 저도 막 사는데 어떻게 제가 (그렇게 키우겠나)"라고 했다.


[인터뷰①] '나쁜엄마' 라미란 "영순 같은 母, 이해 못하지만..나=좋…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아들의 반응은 '무관심' 그 자체. 라미란은 "아들은 안봤다. 집 식구들은 저에게 관심이 없다. 제가 뭘 하든 관심이 없다. 머리를 바꾸고 가면 '머리 왜그래'하고 끝이다. 집에 잘 안오고 가끔 본다. 주변에서 '나쁜엄마' 얘기를 듣는다면서 '하도 애들이 얘기해서 나도 봐야 되나'하더라. 그런데 안 볼 것 같다"며 웃었다.

라미란은 "아이들 입장에선 좋은 엄마일 거다. 나쁜 엄마인지 판단되잖나. 자식들이 봤을 슌 좋은 엄마면 좋은 엄마고, 강호처럼 '나쁜엄마'라고 꾹꾹 눌러서 쓸 정도라면 저는 나쁜엄마인 것이다. 저희 아들에게 물어봤다. '엄마는 좋은 엄마야 나쁜 엄마야?' 그랬더니 '좋은 엄마지'하더라. '오케이 렜다'했다. 사실 이런 엄마가 세상에 어디 있나. 잔소리도 안 하고, 애한테는 너무 좋다. 방생하는 엄마"라며 밝게 웃었다.

'나쁜엄마'는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영순'과 아이가 되어버린 아들 '강호'가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가는 감동의 힐링 코미디를 그린 작품. 10.6%(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호평 속에 방영된 바 있다. 라미란은 드라마의 타이틀롤인 '나쁜엄마' 진영순을 연기하며 최강호(이도현)와의 서사를 쌓아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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