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정무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57)이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허 감독은 취임 직후부터 끊임없는 압박을 받았다. 본격적으로 팀을 지휘하게 된 2011년 K-리그를 앞두고 공격적인 리빌딩으로 도약을 꿈꿨다. 하지만 곧 악몽과 같은 시간이 이어졌다. 주전 골키퍼로 점찍었던 윤기원이 숨을 거뒀다. 전도유망한 선수의 죽음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K-리그를 뒤흔든 승부조작 광풍이 휘몰아쳤다. 인천이 승부조작의 중심에 있다는 뜬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4월까지 중위권을 유지하던 성적은 이때부터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간신히 한숨을 돌린 뒤에는 간판 공격수 유병수가 돌연 해외진출을 선언했다. 재계약 당시 해외진출에 적극 협조한다는 옵션과 바이아웃(일정액 이상의 이적료를 제시하는 팀에 이적을 허락하는 조항)을 달았던 터라 손 쓸 방법이 없었다. 부진한 성적에 가장 강력한 주포까지 빠지자 허 감독의 어깨는 축 늘어졌다. 후반기 성적이 곤두박질치면서 팬들의 원색적인 비난이 도를 넘었다. 허 감독은 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자 직접 찾아간 자리에서 비난의 포화를 맞아야 했다. 자식뻘 되는 서포터스 앞에서 막말을 듣는 수모까지 겪었다.
방패막이가 되어줄 것으로 믿었던 구단 고위층도 도와주지 않았다. 오히려 세력싸움의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최승열 단장과 인천시축구협회장 자리를 놓고 싸우던 조건도 사장이 인천에 둥지를 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조 사장 취임 뒤 선수단 지원 및 새 시즌 계획이 표류하자 허 감독은 답답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 사장이 사퇴하면서 사태는 일단락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선수단 임금체불사태가 벌어지자 조 사장이 관련된 모임을 중심으로 허 감독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불투명한 예산 문제, 허 감독의 고액연봉설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일파만파로 퍼져갔다. 올림픽, A대표팀 감독 시절 네티즌의 집중포화를 맞은 뒤 충격으로 한동안 인터넷과 연을 끊었던 허 감독은 직접 자판을 두드리며 구단 팬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남기기에 이르렀다.. 구단주이기도 한 송영길 인천시장이 취임 초기만 해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던 입장을 바꿔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것도 허 감독의 마음이 인천에서 떠나게 만든 요인이 됐다.
박상경 박찬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