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인 볼트' 광주 조우진, 눈물젖은 빵부터 K-리그 데뷔골까지…

최종수정 2012-04-16 08:31

광주 미드필더 조우진이 15일 전남전에서 슈팅을 날리고 있다. 사진제공=광주FC

광주FC의 미드필더 조우진(25)은 100m를 10초9에 주파하는 빠른 발을 가졌다. 그가 공을 잡고 달리면 따라올 수비수가 없다. 스피드에 자신있다던 광주의 외국인선수 주앙파울로도 달리기 대결에서 백기를 들었다. 그래서 조우진의 별명은 '조사인 볼트'다. 세계 육상 남자 100m 세계기록(9초58) 보유자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만큼 빠르다해서 붙여졌다.

잊혀진 유망주다. 줄곧 포항 스틸러스 유스팀(포항제철동초-포항제철중-포철공고)에서 뛰었다. '포항의 미래'로 평가받았다. 당시에도 트레이드마크는 빠른 발이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19세 이하와 20세 이하 대표로도 활약했다. 그러나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빛을 잃었다. 2006년 고교 졸업 후 포항 입단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일본 J-리그 산프레체 히로시마행을 택했다. 에이전트에게 설득을 당했다. 히로시마도 2005년 일본과의 고교선발대회에서 놀라운 스피드와 돌파력을 보여준 조우진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헌데 이것이 인생 최대 실수였다. 조우진은 히로시마 유니폼을 입고 두 시즌 동안 5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다. 운동에 대한 의욕이 뚝 떨어졌다. 무엇보다 포항과의 신의도 잃었다. 일본은 19세 소년이 버티기에 너무 외로운 곳이었다. 조우진은 '눈물 젖은 빵'을 먹다 결국 2009년 쓸쓸하게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K-리그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가웠다. 자신을 서로 데려가려했던 2년 전과는 상황이 180도 바뀌어 있었다. 한국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일본 진출이 불러온 역풍을 제대로 얻어맞았다. 조우진은 '와신상담' 할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인의 도움을 받아 울산 현대미포조선과 목포시청에서 뛰었다. 조우진은 자신만의 장점을 살렸다. 내셔널리그에선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이었다. 그의 돌파에 상대 선수들은 맥을 추지 못했다. 2010년에는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19경기에서 2골 5도움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조우진에게 내셔널리그는 좁았다. 다행히 조우진은 창단팀 광주의 지휘봉을 잡은 최만희 광주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러면서 광주에 우선지명돼 다시 프로선수가 됐다.

환희는 순간이었다. 다시 고난의 시기가 닥쳐왔다. 팀 내 주전경쟁에서 밀렸다. 지난시즌 11경기에 출전해 1도움 밖에 올리지 못했다. 조우진은 최 감독에게 골 결정력을 지적받았다. 올시즌에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2m2의 장신 외국인선수 복이와 베테랑 슈바가 영입되면서 포지션 경쟁이 더 힘들어졌다. 이번시즌도 조우진의 역할은 후반 조커에 불과했다. 몇 분 안되는 출전 시간이 주어졌을 때 반드시 잡아야했다. 조우진은 8일 울산전(0대1 패)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경기 막판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상황을 맞았지만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슈팅이 각도를 좁히던 김승규 울산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조우진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눈에는 미안함의 눈물이 맺혔다. 자신의 실수로 귀중한 승점을 따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새벽에는 응급실까지 다녀와야 했다. 그러나 두 번째 기회는 움켜잡았다. 15일 전남 원정 경기(2대2 무)에서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31분 동점골을 터뜨렸다.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대각선 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슛보다는 크로스에 가까웠다. 그러나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조우진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벤치로 달려가 동료들과 껴안았다. 감격적인 K-리그 데뷔골을 넣기까지 돌고 돌았다. 6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간 고생들을 한순간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안주는 없다. 또 다른 시작이다. 한 때 한국 최고의 유망주가 이제 K-리그 최고의 선수를 꿈꾸고 있다. 그의 빠른 스피드와 달리 꿈의 실현 속도는 더디다. 그러나 이뤄야 할 꿈이 있기에 조우진은 다시 축구화 끈을 고쳐맨다. 그리고 다시 '번개'처럼 그라운드를 달린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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