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한국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돈바스 아레나에서 유로 2012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4강전에서 마지막 키커 파브레가스가 골을 성공시킨 후 선수들이 얼싸안으며 환호하고 있다. 도네츠크(우크라이나)=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6.28/
이제 딱 한경기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경기로 앙리들로네컵(유럽선수권대회 우승트로피)의 주인공이 가려진다.
스페인은 28일(이하 한국시각) 포르투갈을 0<4PK2>0으로, 이탈리아는 29일 독일을 2대1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탈리아의 결승행이 다소 의외지만, 어차피 승부에선 강한 팀이 이기는게 아니라 이긴 팀이 강한 것이다.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팀이 만났다는데에는 이견이 없다.
스페인은 명실공히 최고의 팀이다. 스페인은 유로 2008에서 44년 만에, 남아공에서는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스페인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해 8월 잠시 네덜란드에 1위 자리를 내준 것을 제외하면 최근 2년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맨 꼭대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변은 없었다. 비야와 푸욜(이상 바르셀로나) 두 공수의 핵을 잃었지만, 알고도 당한다는 패싱축구의 위력은 여전히 대단하다. 차비, 이니에스타, 부스케츠(이상 바르셀로나), 실바(맨시티), 알론소(레알 마드리드)로 이루어진 미드필드는 개인기와 조직력 면에서 역대 최강의 진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끊임없는 패스를 통해 볼점유율을 높이다 단 한 방의 킬링 패스로 수비진을 뒤흔들며 찬스를 만들어내는 스페인 경기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전형적인 공격수(9번은 에이스 스트라이커의 번호) 없이 2선에 포진한 미드필더가 순간적으로 공격수 역할까지 커버하는 '가짜 9번 전술'도 성공시키며 힘을 배가 시켰다. 스페인의 장점은 또 있다. 계속된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승리 노하우까지 생겼다. 스페인은 조별리그 크로아티아와의 최종전(1대0 승), 포르투갈과의 4강전 모두 부진한 경기력을 보였지만, 끝내 승리했다. 화려한 경기력에 비해 뒷심부족으로 울었던 과거의 모습은 더이상 없다.
25일(한국시각)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이탈리아와 잉글랜드의 유로2012 8강전에서 마지막 키커가 승부차기를 성공시키자 센터서클에 모여있던 선수들이 환호하며 달려나오고 있다. 키예프(우크라이나)=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6.25/
이탈리아는 오뚝이팀이다. 대회 직전 승부조작 파문과 계속된 부상자 속출로 흔들렸지만,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으며 결승까지 올랐다. 월드컵 4회 우승의 저력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유로68 우승 이후 44년만에 앙리들로네컵을 들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번 대회 이탈리아의 힘은 역시 유연한 전술변화다. 프란델리 감독은 쓰리백과 포백 카드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쓰리백으로 재미를 봤다면, 토너먼트부터는 포백을 유지하고 있다. 다양한 성향을 지닌 좌우 윙백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탈리아의 색깔이 결정된다. 전술변화의 축은 회춘한 피를로(유벤투스)가 맡는다. 피를로의 활약은 이탈리아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2006년 독일월드컵 못지 않다는 평이다. 오히려 더욱 노련해진 경기운영으로 이탈리아의 공수를 이끌고 있다. 피를로는 수비력이 좋은 데로시(AS로마)와 돌파력이 좋은 마르키시오(유벤투스)를 양쪽에 포진시킨 피를로는 경기조율뿐만 아니라 정교한 프리킥으로 해결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대회 초반 호흡이 맞지 않았던 카사노(AC밀란)-발로텔리(맨시티) 투톱도 제대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특히 발로텔리는 독일과의 4강전에서 두골을 터뜨리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이탈리아는 특유의 노련한 경기운영에 젊은 선수들의 상승세가 맞물리며 결승진출까지 성공했다. '강력한 우승후보' 독일을 제압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렇다면 두 팀 중 승자는 과연 누가될 것인가. 힌트가 있다. 두 팀은 11일 C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격돌했다. '제로톱'과 '쓰리백'이라는 다양한 전술변화로 주목을 받았던 이 경기는 결국 1대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당시 이탈리아는 스페인의 패싱게임에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스페인은 실바와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의 기가 막힌 2대1 패스로 골을 뽑아냈지만, 이탈리아의 수비벽에 고전했다. 이탈리아가 1차전에서 사용했던 쓰리백 전술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스페인이 제로톱 전술을 고집할지가 변수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스페인이 앞서 있지만, 결승전은 예측할 수 없는 무대다.
1960년 유로대회가 세상에 나온 이후 2연패를 달성한 팀은 없다. 메이저대회 3연패도 없었다. 스페인이 근접해 있다. 이탈리아는 스페인의 무결점 축구를 깰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적수다. 결승전은 2일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