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곽희주의 간절함, 수원을 살렸다

기사입력 2012-07-29 21:00


수원과 인천의 2012년 K-리그 경기가 열린 2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곽희주가 전반 선취골을 터뜨린 후 동료들과 함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29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2012년 K-리그 24라운드를 앞둔 수원 삼성 라커룸은 시끌벅적 했다. 선수들이 한 가운데 모였다. "우리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고, 할 수 있다고 행동하면 될 것이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들의 출사표처럼 우렁찬 구호가 선수단 출입구 복도에 메아리 쳤다. 이들이 외친 것은 주장 곽희주(33·수원)가 써 온 '우리의 다짐'이라는 짧은 낭독문이었다. 리그 5경기 연속 무승(2무3패)의 부진에 빠진 팀 성적에서 돌파구는 서로가 하나로 뭉치는 것 뿐이었다. 절치부심하던 곽희주가 펜을 잡았다. 서툰 솜씨지만 진심을 담았다.

올 시즌 주장 완장을 찬 곽희주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새 식구 곽광선과 보스나에게 주전 중앙 수비수 자리를 넘겨줬다. 빈 자리가 생길 때마다 백업 역할을 소화해야 했다.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았다. 주장 완장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는 모습이 이어졌다. 수원이 7월 들어 5경기 연속 무승(2무3패) 부진에 빠질 때 "구심점이 없다"는 비난이 나왔던 것도 이런 모습과 맥락을 같이 한다.

곽희주는 '여린 남자'다. 험상궂은 인상은 그저 겉모습일 뿐이다. 웬만하면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훈련장과 그라운드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선수들을 진두지휘하지만, 어지간해선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주전 자리를 내줬음에도 군말이 없었다. 프로는 실력으로 말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얼핏 보면 소심해 보이기 까지 한 곽희주가 적어온 '우리의 다짐'은 간절함을 담은 소망이었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다. 수원은 다시 날개를 폈다. 포문을 연 것은 곽희주 자신이었다. 전반 18분 문전 혼전 중 이어진 볼을 지체 없이 오른발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곽희주가 준비한 또 하나의 무기가 나왔다. 수원 선수들은 손을 맞잡고 벤치로 달려가 윤성효 감독을 부둥켜 안았다. 성적 부진으로 매 경기마다 서포터스의 '퇴진 구호'를 들었던 윤 감독에게 보답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 모두가 하나가 된 벤치는 수원 삼성의 '힐링캠프'였다.

쉽지 않은 승부였다. 2-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2분 보스나가 퇴장을 당했다. 골키퍼 양동원의 선방으로 실점 위기를 넘겼으나, 공격이 침묵했다. 후반 23분 인천 남준재에게 실점하면서 턱밑까지 추격을 당했다. 또 다시 무승의 그림자가 드리워 졌다. 그러나 앞선 5경기와는 달랐다. 10명이 뛴 수원은 막판까지 집중력을 이어가면서 승리를 손에 쥐었다. 곽희주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 마자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보였다. 동료들과 서포터스 앞에서 포효했다. 마음의 짐은 모두 내려 놓았다.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에는 오랜만에 승리의 '만세삼창'이 울려 퍼졌다. 수원은 승점 44가 되면서 울산 현대(승점 42)를 끌어내리고 3위로 올라섰다. 인천(승점 42)은 승점 추가에 실패하면서 중위권 도약의 계기 마련에 실패했다.

성남 일화는 대구스타디움에서 가진 대구FC와의 맞대결에서 후반 43분 터진 김성준의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강원과 광주, 부산과 포항은 각각 0대0으로 비겼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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