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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위기에서 빛을 발한 박주영
멕시코와 득점없이 비긴 후 와일드카드 박주영(아스널)에게 의문부호가 달렸다. 2~3명이 에워싸는 집중 마크에 그는 고립됐다. 존재감이 없었다. 제로톱에 가까운 공격 패턴에 걷돌았다. 그는 후반 30분 교체됐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박주영의 컨디션이 그리 좋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홍명보호가 살기 위해서는 박주영이 살아야 했다. 스위스전은 명예회복의 무대였다.
후반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승점 3점이 절실했다. '0의 행진'은 147분 만에 붕괴됐다. 박주영이 첫 포문을 열었다. 후반 12분 남태희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 골가뭄을 털어냈다. 부진에서 터진 단비였다. 마음고생에서 탈출했다.
무늬가 아닌 '제2의 박지성' 김보경
'왼쪽 날개' 김보경(카디프 시티)의 침체도 홍명보호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그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 레바논전에서 2골을 터트리며 A대표팀의 해결사로 등장했다. 홍명보호에서는 20세 이하 청소년대표시절부터 황태자로 통했다. 하지만 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그는 부진의 늪에 빠졌다. 특별훈련을 받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멕시코전에이어 스위스전에서도 왼쪽 윙포워드에 포진했다. 스위스전을 앞두고 그는 세레소 오사카에서 카디프 시티로의 이적이 확정됐다. 스위스전 전반까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축구는 역시 골로 말한다. 단 한 방에 그의 이름 석자는 다시 날개를 달았다. 1-1로 동점을 이룬 후반 19분 기가막힌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구자철의 슈팅이 상대 수비수 맞고 굴절됐다. 이를 논스톱 왼발 슛으로 연결했다. 스위스 수문장 베날리오의 허를 찔렀다.
홍 감독도 김보경의 부활이 기뻤다. 그는 "원래 테크닉이 좋은 선수다. 그런 골을 넣을 수 있느 자격이 있다"며 기뻐했다.
아직 갈 길은 남았다, 숙제도 있다
홍명보호는 사상 첫 메달을 꿈꾸고 있다. 8월 2일 오전 1시 가봉과 조별리그 최종전이 남았다. 가봉을 넘더라도 메달을 위해서는 8강도 뚫어야 한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과제는 남았다. 박주영의 선제골 후 2분 만에 동점골을 허용한 것은 옥에 티였다. 골을 터트리면 분위기가 고조된다. 선수들도 흥분한다. 하지만 집중력을 잃어서는 안된다. 침착해야 한다. 90분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볼은 어디로 튈줄 모른다. 김보경의 결승골이 일찍 터진 것이 다행이었다. 자칫 흐름을 완전히 빼앗길 수 있었다.
밀집 수비를 뚫는 방법도 세련돼야 한다. 완벽을 추구하는 패싱플레이는 독이 될 수 있다. 답답한 전개에서는 과감한 슈팅이 동반돼야 한다. 하지만 슈팅을 너무 아끼는 양상이 멕시코전에 이어 재연됐다. 후반 막판 여러차례의 추가골 기회가 있었지만 슈팅 타임을 빼앗기며 찬스를 허공으로 날렸다.
8강행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홍명보호는 역대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멕시코와 스위스도 선수비-후역습을 펼치며 한국을 두려워했다.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사상 첫 메달은 현실이 될 수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