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장이 '현대가' 집안 나눠먹기인가

최종수정 2012-11-12 08:22

◇정몽규 프로축구연맹 총재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거머 쥔 권력은 20년 가까이 흔들림이 없다.

'세습 구도'가 또 부활하고 있다. 향후 4년을 다시 노리고 있다. 무늬만 바꾸는 것으로 과연 새로운 세상을 얘기할 수 있을까.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그렇게 첫 단추를 꿰고 있다.

정몽준 의원이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한 것은 1993년이다. 16년간 한국 축구를 이끌다 2009년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십수년간 보좌한 조중연 회장이 '축구 대권'을 잡았다.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정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정 회장이 첫 번째로 뿌린 씨앗은 실패였다. 조중연호는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의 밀실 경질, 횡령과 절도를 한 회계 담당 직원에게 거액의 특별위로금(약 1억5000만원) 지불, 박종우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한 저자세 외교 등으로 좌초했다. 정 회장도 등을 돌렸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다. 그는 끝내 차기 회장 선거에 불출마하기로 했다.

차기 선거에 대비한 여권, 이른바'MJ(정몽준 명예회장)계'의 교통정리도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사촌동생인 정몽규 프로축구연맹 총재(50·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출마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MJ의 두 번째 씨앗인 셈이다. 조 회장도 불명예스럽게 물러나는 마당에 지원사격을 했다. 그는 "차기 회장은 젊고 참신하며 축구에 대한 열정을 가진 인물이 돼야 한다. 축구인의 범위를 선수 출신으로만 보지 않는다. 연맹 회장이나 팀을 운영하는 분 등도 축구인"이라고 강조했다. '젊고 참신한' 인물은 정 총재를 지칭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연 정 총재가 모범답안일까. 그는 '현대가(家)'의 핏줄이다. 출마가 현실이 될 경우 축구협회장직을 집안 나눠먹기식으로 독점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적기인지도 물음표다. 정 총재가 프로연맹 수장에 오른 것은 지난해 1월이다. 3년 임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첫 해는 K-리그 승부조작 사건으로 신음했다. 올해 방향을 잡고 야심차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열매를 맺은 것은 없다. 여전히 진행형이다. 1, 2부 승강제는 내년 첫 성적표를 받는다. 선수 연봉 공개 추진은 일부 구단들의 반대에 발목이 잡혀있다. 강제적으로 집행할 수 없는 민감한 문제라 어디로 튈지 모른다. 프로연맹에서 해야할 일이 더 많다. 첫 번째 임기를 소화한 후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MJ계의 차출로 정 총재가 말을 갈아탄다면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축구협회장은 연간 예산 1000억원을 주무를 수 있는 '축구 대통령'이다. 스포츠는 페어플레이가 첫 번째 덕목이다. 어느 조직보다 깨끗해야 한다. 축구협회는 냉혹한 개혁이 필요한 시기다. 비리 직원에게 왜 특별위로금을 지불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 나물에 그 밥'으로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다.

축구협회장 선거는 내년 1월 열린다. 시도협회장 16명과 협회 산하연맹 회장 8명 등 24명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과반수의 표(13표)를 얻는 후보가 당선된다. 축구계는 선거 정국이다. 축구협회장 선거인단인 시도협회와 산하연맹 회장 선거가 12월 전초전 형태로 열린다.


현재 반MJ 진영에서는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깜짝 인물인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도 축구협회장 도전을 위해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 격한 대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치판처럼 여야로 나뉘어 반목의 역사를 되풀이한다면 한국 축구는 더 이상 희망은 없다. 기득권을 과감하게 버리는 용기도 필요하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식의 이기주의는 축구 시계를 또 거꾸로 돌릴 수 있다. 조중연호의 4년을 통해 얻은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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