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윤빛가람 "해외이적에 대한 생각?"

기사입력 2012-12-27 10:40



칼바람이 부는 목포 전훈지에서 만난 윤빛가람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나갈 거냐?" 윤빛가람은 담담히 정답을 말했다. "기회가 되면 나갈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경우 팀에서 열심히 뛰면 된다."

3년차 윤빛가람은 매 시즌이 끝날 때마다 해외이적설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스코틀랜드 레인저스행이 유력했지만, 우여곡절끝에 꿈을 접고 성남 유니폼을 입었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이번엔 SC브라가(포르투갈) 브레멘(독일) 등 유럽구단들과 중동, 일본, K-리그 구단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매년 불거진 이적설에 이골이 났다. 섣불리 들뜨지 않았다. 신경을 곤두세우거나, 일희일비하지도 않는다. 영하 10도의 혹한속에 오전 훈련-오후 경기를 마치고 나면 지쳐 쓰러져 잠이 든다. "이적이야 에이전트가 알아서 하는 거고, 선수는 운동만 열심히 하면 되죠"라며 담담하게 웃었다.

윤빛가람,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

"비싸잖아요." 이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한마디로 정곡을 찔렀다. 맞다. 윤빛가람은 비싼 선수다. 윤빛가람을 데려가기 위해선 20억원 이상의 이적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이적료를 감당하는 구단이 나오면 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감독님이 나를 원하는 곳에서 뛰어야 한다"는 소신을 또렷하게 밝혔다. '돈과 이름'이 없는 하위팀이라 할지라도, 출전시간이 보장되고,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팀이라면 마다하지 않는다. 처음엔 일본, K-리그 내 이적도 생각했다. 하지만 팀을 옮긴다면 상대적으로 '쉬운 선택'보다는 '힘든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실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패하더라도 도전은 의미있다"는 생각이다. 중동리그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어린 나이에 돈벌려고 간다는 선입견이 많지만, (남)태희도 그렇고, 한국인 선수들이 잘하고 있고, 자리를 잘 잡아놨다. 가도 나쁘다고 생각 안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짜릿한 패스플레이를 즐기는 윤빛가람은 평소 좋아하는 클럽으로 바르셀로나와 아스널을 꼽아왔다. "스페인 축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포르투갈 클럽 역시 매력적"이라고 했다. SC브라가에 대해선 가까운 선배 기성용(23·스완지시티)에게 조언을 구했다. "잘 맞을 것같다. 유럽 무대를 경험할 좋은 기회"라는 답을 얻었다. 기성용은 빅리그 코리안리거의 좋은 예다. 보란듯이 스완지시티의 주전을 꿰찼다. 충분한 출전시간을 확보하고, 자신의 플레이를 즐기고 있다. "조광래 감독님 시절 대표팀에서 성용이형과 한방을 썼다. 조 감독님이 이란전 직후 성용이형에게 '예쁘게만 차려고 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을 나도 옆에서 들었다. 이후 성용이형의 축구는 터프해졌다. 변화하고 진화했다. 그점이 부럽고 대단하다"며 칭찬했다.

'경상도 남자' 윤빛가람은 솔직하다. 올시즌 성남 이적후 1골에 그친 극도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해외이적설이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해 "솔직히 많이 줄었다"며 웃었다. 현상황을 확대해석하지 않았다. 이적, 잔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이적료가 충족되고, 좋은 기회가 온다면 당연히 잡아야겠지만, 굳이 조건이 맞지 않는데 무리해서 '무조건 해외진출'을 외칠 생각은 없다.

'수비의 신' 안익수 신임 감독 아래서 배우고 싶은 것도 많다. 프로 첫해 경남에서 조광래 감독을 만나며 스타덤에 올랐고 K-리그 신인상도 받았다. 꼼꼼하게 챙기는 감독 스타일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해외이적설이 뜬 후 숙소 엘리베이터에서 안 감독을 마주쳤다. 안 감독의 첫마디는 "꿈도 꾸지 말라"였단다.


최고로 힘든 한해, 많이 배웠다

올시즌 성남 이적 후 거짓말처럼 풀리지 않았다. "제 인생이 평탄치가 않은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10대 시절부터 영리한 축구지능과 뚜렷한 재능으로 주목받으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경남에 입단한 프로 첫해 신인왕에 올랐고, 어린나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2년차때도 승승장구했다. 해외진출 0순위로 거론됐다. 올해 프로 3년차, 성남에서 축구인생 최대의 시련에 부딪혔다. 새팀에서 부진했고, 올림픽대표팀 최종명단에서도 누락됐다. "성남에 와서 처음 겪는 일이 너무 많았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신태용 축구'와 어우러지지 못했다. 팀 전술과 엇박자를 내면서, 특유의 킬패스, 날렵한 프리킥도 빛을 잃었다. 후반기엔 주로 '조커'로 투입됐다. 성적이 떨어지고 출전시간이 줄어들면서 자신감도 동반하락했다. 무엇보다 가슴아팠던 건 팬들의 독설이었다. 홈 11경기 무승, 지독한 부진의 이유로 지목됐다. 고의 태업 논란도 불거졌다. 윤빛가람은 "선수는 누구나 꿈이 있다. 축구는 내 직업이고 나는 축구로 돈을 버는 프로다. 프로선수는 결국 돈이다. 이겨야 승리수당이 나오고, 몸값이 오른다. 그래야 꿈을 이룰 수 있는데, 어떻게 열심히 안뛸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나중엔 경기장에 나서서 볼 받는 게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패스라면 누구보다 자신있던 윤빛가람이다. 팬들의 거센 비난속에 공이 무서울 만큼 위축됐다. 마지막 강원전에 오랜만에 선발로 나섰지만 자기축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올림피크 리옹측의 스카우트가 온 날이었다. '저런 선수 많다'는 혹평을 감내해야 했다. K-리그 최고스타로 이름을 날리며 승승장구했던 윤빛가람은 강인했다. 시련을 직시했다. "시즌중엔 정말 힘들었다. 지나고 나니 축구를 하면서 언제든 한번쯤 겪을 수 있는 일이 빨리 찾아온 것에 감사한다. 많이 배웠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개인훈련에 돌입했다. 사상 최악의 시즌을 보낸 후 좌절하기보다 스스로를 다잡았다.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내년에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다. 특유의 오기가 발동했다. "올해 부진은 처음이었으니 변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년에도 못할 경우 할말이 없다. 스스로 망가진 거라고밖엔…." 2주간 나홀로 동계훈련을 마치고 고향 부산으로 내려가자마자 3일만에 목포로 재소집됐다. 겨울휴가도, 크리스마스도 없었다. 목포 전훈 캠프에서 본 윤빛가람은 누구보다 몸이 가벼웠다. "바닥을 쳤다. 이제 날아오를 것"이라며 웃었다.
목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