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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미네이터' 차두리(33·FC서울)가 마침내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차두리는 데뷔전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전매특허같은 폭발적인 오버래핑은 여전했고, 서울의 포백에도 무리없이 녹아들었다. 수원팬들은 차두리가 볼을 잡을때마다 야유를 보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차두리는 "내가 왜 야유를 받아야 하나?"며 "아버지(차범근 감독)도 여기에서 감독 생활을 하셨다. 또 내가 이 팀에 있다가 유럽 갔다가 다시 서울로 온 것도 아니다. 상대편 팬들이 저라는 선수를 의식한 것 같다. 유럽에서 안 받아본 야유를 한국에서 받았는데 이것도 축구의 하나다"며 웃었다. 전반 1분 시작과 함께 호쾌한 돌파로 산뜻한 출발을 보인 차두리는 공수에 걸쳐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스테보와의 맞대결은 압권이었다. 스테보는 K-리그 최고 수준의 몸싸움을 갖고 있다. 서울은 슈퍼매치 때마다 스테보의 몸싸움에 혼이 났다. 힘이 좋은 차두리의 등장으로 고민이 말끔히 해결됐다. 차두리는 시종 스테보와의 몸싸움에서 완승을 거뒀다. 스테보가 차두리에 밀리자 서정원 감독이 스테보의 위치를 오른쪽으로 옮길 정도였다. 차두리는 노련한 위치선정으로 수비진의 힘을 더했다.
차두리의 선발 투입으로 정대세(29·수원)와의 맞대결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둘은 차두리가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활약하던 2012년,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만났다. 남과 북, 이념의 경계는 없었다. 축구란 공통분모로 금세 친해졌다. 차두리가 지난해 분데스리가로 복귀한 후에는 형제 못지 않은 정을 나눴다. 차두리는 뒤셀도르프, 정대세는 FC쾰른 소속이었다.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만나 식사를 함께 하며 우정을 쌓았다.
정대세가 올해 초 먼저 K-리그를 노크했다. 조언을 구한 주인공은 차두리였다. 수원을 추천했다. 이어 차두리가 지난달 뒤늦게 K-리그에 입성했다. 둥지는 FC서울이었다. 둘의 재회는 K-리그 최고의 흥행카드가 됐다. 이미 한 차례 장외에서 '설전'을 벌였다. 차두리는 입단 기자회견에서 정대세에 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자 "사실 대세를 잡으러 서울로 오게 됐다"며 웃었다. 정대세도 "측면에서 두리 형과 싸우겠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그러나 맞대결은 다소 싱거웠다. 특별한 맞대결은 없었다. 차두리는 오른쪽에, 정대세는 중앙에 포진하며 직접 부딪히는 장면이 연출되지 않았다. 전반 4분 차두리에 정대세가 태클을 시도한 것이 전부였다. 둘의 대결은 정대세가 전반 38분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하며 막을 내렸다.
그라운드에서의 짧은 만남은 경기 후 이어졌다. 정대세가 차두리가 있는 라커룸으로 찾아왔다. 둘은 시종 밟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이어 차두리가 다시 수원 라커룸으로 건너가 유니폼을 교환했다. 차두리는 "(퇴장 장면에 대해)뭐한 것인지 물었다.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며 "정대세가 퇴장당한 것은 사실 웃겼다.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이었다"고 웃었다.
수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