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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팀의 무덤', 무늬가 아니었다.
이날 결승행의 주역은 데얀도, 몰리나도 아니었다. 국내파 베테랑의 힘이 빛을 발했다. 주장 하대성(28)이 문을 열었다. 균형을 깼다. 전반 37분이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볼을 미드필드 중앙에서 잡아 수비수 한 명을 제친 후 감각적인 왼발 칩슛으로 연결했다. 하대성의 발끝을 떠난 볼은 상대 골키퍼의 키를 넘겨 그대로 골망에 꽂혔다. 후반 5분과 30분 동점, 역전골을 허용했지만 3분 뒤 차두리(33)가 번쩍였다. 공격수 출신인 그는 과감하게 페널티지역 오른쪽 측면 돌파에 나섰고, 수비수를 앞세우고 '헛다리 짚기'로 속여 돌파하는 순간 발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지체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팀을 수렁에서 건져내는 순간이었다. 이를 김진규(28)가 침착하게 골로 연결했다. 에스테그랄은 스스로 무너졌다. 팬들도 스타디움을 떠났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감격에 젖었다. "환상적인 경기장에서 환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부족한 나를 믿고 마지막 고지까지 오게 됐는데 선수들이 보여준 놀라운 투혼에 다시 한번 고맙게 생각한다. 진정한 도전은 지금부터다."
결승전 상대, 제대로 만났다. 중국 프로축구의 자존심 광저우 헝다다. 광저우는 2일 가시와 레이솔(일본)을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1차전에서 4대1, 2차전에서 4대0으로 완승했다. 결승 1차전은 10월 25일 혹은 26일 서울의 홈에서, 2차전은 11월 8일 혹은 9일 광저우의 홈에서 열린다.
광저우는 아시아의 맨시티다. '위안화 공세'는 '오일 달러'도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광저우 헝다를 이끄는 세계적인 명장 마르셀로 리피 감독(이탈리아)의 연봉은 약 160억원으로 알려졌다. 최 감독의 기본 연봉이 2억5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64배나 높다. ACL 4강까지 선수단 승리수당만 200억원이 훌쩍 넘었다. '쩐의 전쟁'에서 서울은 비교가 안된다.
그래도 넘어야 한다. 서울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최 감독은 "광저우는 아시아 최고 팀으로 평가받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상대의 무리퀴, 콘카 등 걸출한 용병들을 봉쇄할 것이다. 우승과 준우승의 차이는 너무 크다. 반드시 마지막 방점을 찍고 싶다"고 강조했다. 중앙수비수 김주영도 "상대가 강한 외국인선수가 있다고 하지만 우리가 전혀 뒤질 것은 없다.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서울은 창단 후 첫 ACL에 도전한다. 이제 최후의 고개만 기다리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