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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효 부산 감독. 사진제공=부산 아이파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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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하다말고 잔디밭 한 켠 그늘 밑으로 선수들이 모였다. 윤성효 부산 감독과 10명의 선수들은 잔디밭에 편하게 주저 앉았다. 곧이어 수첩과 볼펜을 꺼내든 윤 교수의 눈높이 강의 시간이 시작됐다.
태국 방콕에서 동계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부산의 색다른 훈련모습이었다. 윤 감독은 전술적인 부분에 대한 지적으로 1교시 강의를 시작했다. 윤 감독은 수첩에 그림을 그려가며 지난 3일 치른 랏차부리와 연습경기에서 나온 장면들을 예로 들어가며 설명을 했다. "스트라이커가 하프라인까지 수비를 해줘야 한다. 미드필더들이 하프라인 너머까지 올라와 수비하게 되면 뒷쪽에 숫자가 부족해지지 않느냐.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이 멀어지고 밸런스가 무너진다" 등을 지적했다. 2교시 강의는 실점의 빌미가 된 세트피스 수비. "세트피스 수비시 너무 얌전하게 수비해 상대를 놔준다", "경기장의 1/3지역, 안정적으로 플레이해야하는 위험지역에서는 불필요한 파울을 줄여야한다"는 등을 강조했다. 중간중간 선수들에게 "결정은 네가 해야되는데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하겠느냐?"같은 질문을 던지고, 선수들은 질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답했다. 이후에는 외국인 선수들과 장난을 쳐가면서 "체중을 2㎏만 더 줄이면 훨씬 빨라질 수 있다"는 등 '맨투맨 강의'도 이어졌다.
선수들은 윤 감독이 전에 비해 말이 많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주장 이경렬은 "지난해까지는 감독님이 훈련을 지켜보는 모습이었는데 올해는 다르다. 훈련할 때 더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참여한다"고 달라진 모습을 설명했다. 부주장 이범영도 "말이 많아지셨다.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를 더 잘 구현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윤 감독의 이런 변화는 팀이 어려지면서 프로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 감독은 선수들에게 "아마와 프로의 가장 큰 차이는 경기의 템포다. 프로는 빠르다. 미리 준비가 안되면 경기장에 나가서 마음은 따라가도 몸은 안따라간다. 준비하는 과정이 좋아야 좋은 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 훈련과정이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숭실대를 오래 지도해 20대 초반 선수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는 윤 감독이 선참의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윤 감독은 "이 선수들이 잘 성장해 '대박'을 낸다면 지도자로서 보람있지 않겠나"며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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