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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캡쳐=위건 구단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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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이었다.
내리막길만 걸었다. 2013년 말 말키 맥케이 감독이 경질된 뒤 김보경(26)은 좀처럼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에게 몇 차례 기회를 받았다.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았다. 불완전한 경기력에 홍명보호도 물음표를 달았다. 김보경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대표팀 최종명단에 합류했으나, 정적 본선 조별리그 3경기에선 벤치를 지켰을 뿐이다. 와신상담 끝에 돌아온 소속팀 카디프에선 여전히 실마리가 잡히지 않았다. 러셀 슬레이드 감독 체제로 전환한 카디프에선 김보경의 존재를 잊었다. 카디프의 잔류 요청 속에 재도전을 결심했던 김보경 입장에선 맥이 풀릴 수밖에 없었다. 탈출구는 이적 뿐이었다.
김보경이 15개월 만에 폭발했다. 김보경은 1일(한국시각) 영국 블룸필드 로드에서 열린 블랙풀과의 2014~2015시즌 챔피언십(2부리그) 34라운드에서 0-0이던 전반 46분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블랙풀 진영 왼쪽에서 낮게 넘어온 크로스가 문전 정면 혼전 중 흐르자, 오른쪽으로 쇄도하던 캘럼 맥마나만이 페널티박스 정면으로 쇄도하던 김보경에게 오른발로 연결, 김보경이 침착하게 왼발슛으로 득점을 성공시켰다. 김보경이 득점을 기록한 것은 카디프시티 시절이던 지난 2013년 11월 25일 맨유전 이후 1년3개월 만이다. 김보경은 득점 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쳐 그간의 막힌 속을 뚫었다. 이적생 김보경의 활약에 동료들도 달려와 축하를 아끼지 ?訪年? 카디프는 김보경 외에도 해리 맥과이어, 제임스 매클린의 득점을 보태 3대1로 완승했다.
김보경은 위건에서 옛 기량을 빠르게 되찾고 있다. 이적 직후인 지난달 8일 본머스전에 선발출전 하면서 재기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위건이 치른 6경기에 모두 출전(선발 5번·교체 1번)하면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공수 전반에 걸친 폭넓은 활동량과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투지가 밑바탕이었다. 위건 지휘봉을 잡은 뒤 김보경을 데려온 맥케이 감독은 김보경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카디프 시절부터 김보경을 부르던 애칭인 킴보(Kim Bo·김보경의 이름을 줄여 만든 별명)로 부르며 "매우 좋은 경기를 펼쳤다. 측면에서 상대를 지속적으로 위협했다.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임을 입증했다"고 칭찬했다. 그는 "우리는 이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지난 1월 많은 준비를 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6주간 잘 준비했고 (김보경은) 결국 위건에서 뛰게 됐다"고 덧붙였다.
위건은 종착점이 아니다. 김보경은 올 시즌까지 위건과 계약을 맺는 조건으로 이적을 택했다. 올 시즌 뒤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위건에서 빠르게 되찾고 있는 컨디션은 그동안 김보경이 보낸 인고의 시간을 뛰어넘는 힘이 될 전망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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