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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메시'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의 기적같은 5박6일이었다. 최악의 컨디션에서 강인한 정신력이 빛났다.
4일 아침 인천공항에 도착 후 곧바로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캐나다월드컵 출전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서류 제출을 위해 체력검사가 예정돼 있었다. 검사 때문에 기내식은 물론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고나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면 굉장히 힘들다"고 했다. 기내식이 나올 때면 일부러 잠을 청했다. 시차 적응을 위해 한국시간을 수시로 체크하며, 한국의 밤엔 잠을 청했고, 한국의 낮엔 깨 있으려 눈을 부릅떴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위해 스스로 애썼다. 한국에 도착한 후 1시간여의 체력검사를 마치고 녹초가 된 채 파주NFC에 입소했다. 병원에서 계단을 걸어올라가는 데도 힘들어했다. 허벅지가 당겨 잠시 쉬었다 올라가기도 했다. 지소연은 "다리에 조금 쥐가 났던 것같다"며 웃었다. 그라운드에서 그녀는 거짓말처럼 의연했다. 3일부터 8일까지 6일동안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3경기를 치렀고, 3경기 연속골을 터뜨렸고,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와 관련 협회 관계자는 "사업 단위별로 예산이 책정된다. 남자축구는 수익이 많으니 그만큼 지출도 많다. 여자축구의 경우 수익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지출이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 대회 홍보 등 모든 측면에서 예산 범위가 한정되기 때문에 실무에 어려움이 있다. 남녀 불평등의 문제보다는 그런 현실적인 고민이 크다"고 답했다. 캐나다여자월드컵에 비즈니스석 적용에 대한 질문에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15세에 태극마크를 단 지소연은 여자대표팀 A매치 74경기에서 38골을 기록한 '월드클래스' 에이스다. 2011년 일본 고베 아이낙에 입단한 이후 3년간 리그 48경기에서 21골을 넣었고, 2012~2013년 2년 연속 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됐으며, 2011~2013년까지 3년간 국제클럽선수권에서 MVP로 선정됐다. 2014년 1월 잉글랜드 여자 축구 슈퍼리그(WSL) 첼시 레이디스로 전격 이적한 후 첫시즌 19경기에서 9골을 터뜨렸다. 첼시는 2013년 리그 7위에서 2014년 리그 2위로 수직상승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냈다. 대한축구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여자선수상도 최근 5년새 벌써 4번(2010,2011,2013,2014년)이나 수상했다. 지소연은 지난시즌 잉글랜드 WSL리그 선수들이 직접 뽑은 올해의 선수상에 이어 지난 3월 초 런던 축구 어워즈 2015 시상식에서에당 아자르(첼시)와 함께 '런던 최고의 여자선수'로 선정됐다.
국민들은 '지소연' 하면 '여자축구'를, '여자축구' 하면 '지소연'을 떠올린다. 밖에서 먼저 알아본 이 선수의 가치를, 안에서 더 대접해주지 못하는 점은 미안하고 안타깝다. 17년만의 A매치, 최악의 상황에서도 2경기 연속골을 쏘아올리며 묵묵히 존재감을 입증했다.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 지소연의 강행군은 계속된다. 런던 도착 이틀후인 12일 밤 10시 FA컵 8강전에서 '난적' 아스널 원정에 나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