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월드컵 사상 첫승, 다 잡은 승점 3점을 놓치던 날, 역전골을 터뜨렸던 전가을은 "가슴이 아프다. 모든 분께 죄송하다"고 했다. 14일 오전 8시(한국시각) 캐나다 몬트리올올림픽경기장에서 펼쳐진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여자월드컵 E조 조별리그 2차전 코스타리카전 후반 44분, 코스타리카의 역습 한방은 뼈아팠다. 전반 17분 코스타리카의 선제골, 전반 21분 지소연의 페널티킥 동점골, 전반 25분 전가을의 역전골까지 첫승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러나 '마지막 1분'을 지키지 못했다.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12년만의 월드컵에서 골문을 열었고, 첫 멀티골을 터뜨렸고, 첫 승점을 기록했건만, 첫승의 길은 멀었다.
다 이긴 승점 3점을 놓친 후 대한민국 여자대표팀의 분위기는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국민들도 속상했지만, 누구보다 속상한 건 이날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치열하게 준비해온 선수들 자신이었다. 이날 12년만에 월드컵 골, 캐나다월드컵 첫 골을 터뜨린 지소연은 "머리가 하얘졌다"고 했다. 머릿속은 온통 '놓친 승점 3점' 생각뿐이었다. 첫 승점도, 첫 골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비겼는데 진 것 같은 기분"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선수단은 경기후 밤 10시 15분이 다 돼서야 숙소인 쉐라톤호텔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은 시무룩한 선수들을 격려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오늘 이겼다고 해서 16강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스페인전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스페인전, 우리 잘 준비하자."
저녁식사후 방으로 올라간 선수들을 맞이한 것은 A4 용지에 인쇄된 세 문장이었다. "왜 그래? 월드컵 끝났어? 스페인 이기면 조 2위다!"
선수들이 낙심할 것을 걱정한 윤 감독과 코칭스태프, 윤영길 멘탈 코치(한체대 교수)의 따뜻한 코멘트였다. 선수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스페인과의 3차전에 모든 것을 쏟아내게 하려는 조치이자 배려였다.
오타와로 이동하는 15일(한국시각), 선수단의 분위기는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오타와로 이동하기 전 몬트리올 근교 한식당에서 한국 음식을 먹으며 힘을 다시 냈다. 하루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시작이다. 18일 오전 8시 16강의 운명이 걸린 일전,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준비한다. 오타와(캐나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