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의 그라운드는 변화무쌍하다. 그래서 옵션은 많을 수록 좋다.
미얀마전을 앞둔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두 명의 원톱 자원을 저울질 중이다.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이용재(24·나가사키)가 아랍에미리트(UAE)전에서 맹활약하면서 '군데렐라' 이정협(24·상주)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다. UAE전에서 나란히 득점포를 가동한 두 공격수 중 누가 미얀마전 선발 자리를 꿰찰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용재는 우려를 기대로 바꿔 놓았다. 군더더기 없는 활약이었다. 분주히 공간을 찾으며 UAE 수비라인을 흔들었다. 김진수(23·호펜하임)가 길게 넘겨준 스로인을 진행 방향대로 따라가다 상대 수비를 등지고 재치있게 머리로 트래핑, 순식간에 수비수 두 명을 제쳤다. 골문으로 파고 들어가는 시점에서도 상대 골키퍼가 전진하는 상황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고 원하는 슛 각도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움직임이 적고 문전 앞에서도 서두른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UAE전에선 짧은 시간 안에 팀에 녹아들면서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후반 중반 이용재의 바통을 넘겨 받은 이정협도 경기 종료 직전 쐐기골로 호주아시안컵의 상승세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이용재는 활동량과 개인기, 이정협은 위치선정과 연계플레이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포스트플레이에서는 미얀마의 전력이 상대적으로 처지는 만큼 UAE전에 비해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라오스와 무승부에 그친 미얀마는 승점 획득을 위해 수비 지향적인 전술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밀집수비로 나올 미얀마 수비라인을 흔들기 위해선 원톱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상대 수비진을 붕괴시키느냐에 따라 경기 운영도 달라질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UAE전을 마치고 "모두 잘해서 미얀마전에 누굴 기용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선수들이 못해서 '누굴 빼야하나'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즐거운 상황"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러시아로 가는 길'의 첫 길목에 선 슈틸리케호에게 '원톱 저울질'은 분명 긍정적인 일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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