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캐나다여자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16강 명운이 걸린 스페인전을 앞둔 태극낭자들이 공유한 필승코드였다.
지난 14일 조별리그 2차전 코스타리카전 후반 44분 동점골을 허용하며 사상 첫승을 놓쳤다. 그날 태극낭자들의 지친 마음을 움직인 건 '왜 그래? 월드컵 끝났어? 스페인 이기면 조 2위다'라는 한줄의 글이었다. 저녁식사 후 엘레베이터 앞, 방으로 올라가는 선수들은 이 희망의 글을 보며 심기일전했다. '여자대표팀 멘탈코치' 윤영길 한체대 교수와 코칭스태프의 선수들을 위한 따뜻한 코멘트였다.
'이겨야 하는 게임' 스페인전을 앞두고 새로운 메시지가 붙었다. '스페인 애들 급해, 그래서 시작하면 서두를 거야, 차분하게 기다려, 그리고 악착같이 뛰면 기회가 생길거야'라고 풀어쓴 후 '(마음이 가라앉아 고요함)차분하고, (목표에 확실하게)정확하게 (매우 모질고 끈덕지게)악착같이'라고 썼다. '필승 미션' 아래 23명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새기며, '원팀'의 의지를 다졌다.
18일 스페인전 태극낭자들은 이 '미션'을 보란 듯이 완수해냈다. 0-1로 뒤지던 상황, 하프타임 라커룸에서 선수들은 하나같이 '침착하고 냉정했다'고 했다. 득점 장면은 정확했다. 2개의 유효슈팅이 2골로 연결됐다. 후반 8분, 스페인 수비수와 몸싸움을 이겨내며 찔러넣은 지소연의 공간패스는 영리하고 '정확'했다. 강유미의 속도를 '정확'하게 계산했다. 강유미 역시 '악착같이' 끝까지 달려가,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다. 조소현이 문전에서 '악착같이' 솟구쳐 올랐다. 필사적인 헤딩골은 타점도, 타이밍도 '정확'했다. 후반 33분 김수연의 오른발 '슈터링' 골 역시 강력하고 정확했다. 2-1로 앞선 상황, 코스타리카전 무승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로, 절대 물러서지 않기로 약속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라는 윤덕여 감독의 독려속에 선수들은 악착같이 집중했다. 마지막 프리킥 위기상황에서도 서로의 몸을 바짝 붙인 채 눈을 부릅뜨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악착같은 독기와 정확한 실력, 서로를 향한 믿음으로 끝내 대한민국 여자축구 사상 첫승, 첫16강 꿈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