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
|
"감독이 할 일도 있지만, 선수 개인의 의지도 중요하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작심한 듯 경고 메시지를 내뱉었다.
성남 공격수 김동섭(25)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김동섭은 2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광주와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에 선발출전 했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 자리에 서서 원톱 황의조와 자리를 맞바꾸며 광주 수비진을 공략하겠다는 게 김 감독의 포인트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0-1로 뒤지던 전반 33분 김동섭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히카르도를 투입했다. 벤치로 들어가는 김동섭과 김 감독의 시선은 엇갈렸다. 성남은 이날 후반 40분 터진 황의조의 동점골에 힘입어 1대1로 비겼다. 패배 직전에 몰렸던 경기에서 따낸 귀중한 승점 1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전반전에는 준비했던 부분들을 선수들이 전혀 소화하지 못했다." 김동섭을 겨냥한 화살이었다. 김 감독은 "플레이가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되도록 전반전에 선수를 빼지 않으려 했는데, 어쩔 수가 없었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경기장 안에서는 선수들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가는 호랑이지만, 바깥에선 좀처럼 혹평하는 법이 없었다. 그러나 이날 만큼은 달랐다.
기록을 보면 김 감독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2013년 36경기서 14골을 터뜨렸던 김동섭은 지난해 34경기 4골에 이어 올 시즌엔 단 4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다. 지난 2년간 부상과 컨디션 난조가 겹치는 과정에서 자신감 뿐만 아니라 의욕까지 잃어 버렸다. 시즌 초반만 해도 "김동섭의 피지컬이 많이 좋아졌다. 공격진은 로테이션 플레이를 할 것이다. 김동섭이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호언장담 했던 김 감독의 인내심도 결국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모진 일갈 속에는 절박함도 숨어 있다. '강철체력'을 자랑하던 성남은 바닥을 향하고 있다. 부상, 경고누적 등 변수가 이어지면서 선제골을 내주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김 감독은 "선제골을 내주면 자연스럽게 이를 따라가기 위해 체력소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동점, 역전도 좋지만 애초에 체력소모가 크지 않은 승부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승부처에서 믿을 만한 카드가 많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광주전 뒤 나온 김 감독의 혹평은 김동섭이 부활해주기 바라는 소망이기도 했다.
사냥감을 물지 못하는 맹수에게 눈길을 줄 주인은 없다. 프로 5년차 공격수 김동섭이 이대로 잊혀지기엔 너무 아깝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야 더 큰 미래를 볼 수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