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G 무승 대전, 최문식 감독의 '머나먼 첫승'

기사입력 2015-07-02 07:45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울고 싶은 심정입니다."

최문식 대전 감독(44)은 타들어 가는 속을 애써 웃음으로 감췄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챔피언의 위상이 오간데 없다. 대전이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건진 승수는 단 하나 뿐이다. 성적부진 속에 조진호 전 감독이 경질되고 올림픽대표팀 수석코치 신분이었던 최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최 감독은 부임 후 6경기서 3무3패에 그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1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성남과의 클래식 19라운드에 나선 대전은 말그대로 '만신창이'였다. 윤원일 김찬희 서명원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에 주포 아드리아노까지 퇴장 징계로 빠지는 등 악재가 수두룩 했다. 최 감독은 선발 11명, 교체 7명의 출전명단에 23세 이하 10명을 넣는 승부수를 던졌다. 황인범 김성수 송주한 서명식 등 주전 5명, 후보 명단에는 허영철 등 5명을 넣었다.

"선발 명단을 짜다보니 문득 '6군' 정도의 스쿼드를 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 사실상 2군을 내보낸다고들 하는데, 그보다 상황이 안좋다." 성남전을 앞둔 최 감독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승부가 줄다리기라면, 11명이 모두 힘을 보태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도 있는 법"이라며 "총체적 난국이다.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어 정말 울고 싶을 정도다. 이럴 때 선수들이 한 발 더 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독려했다. 독기를 품은 대전을 두고 김학범 성남 감독은 한 발짝 물러섰다. "스쿼드 차이는 의미가 없다. 한 발 더 뛰는 팀과의 승부는 모르는 법이다."

대전의 투지가 그라운드를 물들이기엔 여전히 부족했다. 김두현 등 베테랑이 버틴 성남은 패기를 앞세운 대전을 손쉽게 요리했다. 일찌감치 볼 주도권을 잡으며 대전을 몰아붙였다. 전반 36분 황의조의 패스를 받은 남준재가 골망을 흔들었고, 후반 시작과 동시에 나온 프리킥 상황에선 김두현의 크로스를 윤영선이 머리로 밀어넣어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후반 14분에는 황의조의 쐐기골까지 터졌다. 3대1로 완승한 성남은 승점 26으로 중위권 도약을 바라볼 수 있게 된 반면, 대전(승점 8)은 무승행진이 11경기(4무7패)로 늘어났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최 감독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조직적인 압박을 강조했으나 체력이나 원정에 대한 부담감이 많았던 것 같다. 심리적 압박과 기량의 차이가 드러났다." 최 감독은 "훈련장에서는 의지가 엿보이지만 아직 그라운드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승리를 갈구하고 있지만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오늘 경기를 마친 뒤 임대로 5명의 선수들이 보강된다. 전술적인 보완과 새로운 선수 구성 등을 준비 중이다. 다가오는 전북전에서는 더 나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과연 대전의 악몽은 언제쯤 끝날까.


성남=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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