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할릴호지치의 첫번째 지략대결 풍경은?

기사입력 2015-08-05 22:05


ⓒAFPBBNews = News1

숙명의 한-일전은 사소한 것 하나까지 신경이 쓰인다. 조그마한 부분에서 승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먼저 신경전을 걸어온 쪽은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 감독이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이날 노타이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었다. 자칫 우리 선수들의 흰색 유니폼 색깔이 겹쳐 보일 수 있었다. 부심은 할릴호지치 감독에게 조끼를 입으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할릴호지치 감독은 천연덕스럽게 조끼를 목에 걸치고만 있었다. 부심이 신경을 쓰지 않으면 다시 벗었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감독과 할릴호지치 일본 감독이 처음으로 맞닥뜨린 벤치 전쟁은 90분 내내 펼쳐졌다.

전반 중반까지 벤치의 모습은 현실과 정반대였다. 여유가 있는 쪽은 한국이었다. 한국은 1차전에서 중국에 2대0 완승을 거뒀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시종 벤치에 앉지 않았다.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따라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그가 벤치에 올때는 땀을 닦을 때 뿐이었다. 특유의 열정적인 모습으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선수들과 함께 싸웠다. 애매한 판정이 나오면 심판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은 북한과의 1차전 1대2 역전패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벤치에 앉을때가 많았다. 어쩌다 나오면 그라운드 보다 자기 쪽 벤치를 바라보는 일이 더 많았다. 답답한 장면이 나올때마다 통역에게 하소연을 하느라 바빴다. 통역과 스태프들은 그런 할릴호지치 감독의 모습을 보며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골에 따라 분위기가 춤을 췄다. 전반 26분 장현수의 첫 골 이후 양 팀 벤치의 온도차는 더욱 두드러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여전히 뜨거웠다. 반면 할릴호지치 감독은 승부를 포기한 듯한 인상마저 줬다. 전반 38분 야마구치의 동점골이 터지자 할릴호지치 감독이 그제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양 팀 벤치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후반전부터가 진짜 한-일전이었다. 선수들은 곳곳에서 몸싸움을 했다. 충돌하고 쓰러지는 장면이 많아졌다. 침착한 슈틸리케 감독도 경기가 풀리지 않자 후반 35분 물통을 걷어찼다. 양 팀 벤치는 교체카드로 치열한 수싸움을 벌였다.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지만 끝내 승부를 내지 못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양 팀 감독의 신경전이 계속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일본은 겁을 먹어서 수비를 내렸다"고 했고, 할릴호지치 감독은 "한국은 롱패스 밖에 없었다"고 했다. 치열했던 한-일전 풍경이었다.


우한(중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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