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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에 자석이 붙은 듯 했다.
슈틸리케호의 첫 남북대결이었다. 무패 행진은 계속됐다. 북한을 상대로 10경기 연속 무패(3승7무)를 이어갔다. 상대전적에서도 15전 6승8무1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터지지 않는 골에 90분은 탄식의 연속이었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 골망이 야속했다. 진한 아쉬움이 그라운드를 진동했다.
북한은 한 수 아래의 전력이었다. 슈틸리케호의 현란한 공세에 거친 수비로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전반 4분 공격에 가담한 이주용의 왼발 슈팅이 시발점이었다. 3분 뒤에는 첫 번째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김승대 이주용으로 이어진 패스의 종착역은 권창훈이었다. 골에어리어 왼쪽에서 상대 골키퍼 리명국과 1대1 찬스를 맞았다. 그러나 그의 발을 떠난 볼은 허공을 갈랐다.
일방적인 공세에 슈팅 세례는 멈추지 않았다. 전반 12분 이종호, 13분 장현수의 중거리 슈팅에 이어 15분에는 이정협이 왼발 슈팅을 날렸다. 북한은 최전방의 리혁철을 제외하고 전원이 골문 앞에 섰다. 전반 39분 또 한번 기회를 잡았다. 이주용의 땅볼 크로스를 이정협이 그냥 흘려보냈다. 기다리고 있던 이재성이 회심의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리명국의 손끝에 걸렸다. 전반 슈팅수는 14대1, 골은 시간 문제인 듯 했다.
하지만 북한은 후반 초반 반짝 기세를 올리며 슈틸리케호를 압박했다. 다행히 10분이 흐른 후 한국은 다시 주도권을 잡았다. 북한은 운명의 장난처럼 운도 있었다. 후반 12분 페널티킥 상황도 북한을 구해냈다. 골에어리어 왼쪽에서 올린 권창훈의 크로스가 북한 수비수 손맞고 아웃됐다. 명백한 핸드볼 파울, 페널티킥이었다. 그러나 주심의 판정은 페널티킥이 아닌 코너킥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물론 선수들도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후반 27분에는 땅을 치고 또 땅을 치는 장면이 연출됐다. 눈을 의심케 할 정도의 지독한 골 불운이었다. 이재성이 크로스한 볼을 김승대가 슈팅으로 화답했지만 수비수 맞고 흘러나왔다. 이를 이정협이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머리를 맞고 또 나왔다. 볼은 다시 권창훈의 왼발에 걸렸다. 그러나 권창훈의 슈팅은 골대에 선 수비수 몸맞고 다시 튕겨 나왔다. 태극전사들도 허탈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추가시간 3분이 주어졌고, 파상공세는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2~3중의 자물쇠를 채운 골문은 끝내 열지 못했다. 슈팅수는 25대4, 하지만 결과는 0대0이었다.
옥에 티는 교체 타이밍
옥에 티는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교체 타이밍이었다. 첫 번째 교체 카드는 그나마 적절했다. 후반 20분 이종호를 빼고 정우영(빗셀 고베)을 투입하며, 권창훈을 왼쪽 측면으로 재배치했다.
하지만 2~3번째 카드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 사실상 타이밍을 실기했다. 단 한 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계속해서 골문을 노크해도 좀처럼 해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후반 30분을 전후해 공격에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어야 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40분 두 번째 카드로 수비수를 교체했다. 오른쪽 윙백 임창우 대신 정동호(울산)를 투입했다. 그리고 2분 뒤 마지막 카드를 사용했다. 이재성 대신 김신욱(울산)이었다.
경기 종료 직전 정동호의 크로스에 이은 김신욱의 힐슛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지만, 더 이상 허락된 시간도 없었다. 김신욱의 투입이 빨랐다면 상대 수비를 더 빨리 교란시킬 수 있었다. 결과론적이지만 교체타이밍이 5분만 빨랐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충분히 또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15년 동아시안컵은 그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