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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철기둥 수비수' 김민재는 풀타임 경기를 무려 20회나 연속으로 소화했다. 프랑스 리그1 파리생제르맹(PSG)의 핵심선수로 떠오르고 있는 '골든보이' 이강인은 소속팀 경기와 한국대표팀 합류 등의 일정을 소화하느라 엄청난 이동량을 기록했다. 이동 거리를 따져보니 무려 지구를 두 바퀴 반이나 돈 것으로 나왔다.
이에 앞서 FIFPRO는 '선수 업무량 모니터링 보고서'를 통해 엘리트 축구 선수들의 과도한 혹사를 다시 경고했다. 국내 리그가 끝나기도 전에 클럽 월드컵, 이어지는 국가대표 일정까지 소화하느라 선수들이 쉴 틈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스포츠 의학 전문가들이 말한 '최소 보호 장치'(오프시즌 28일+프리시즌 28일)에 턱없이 모자란 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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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PRO 자문 네트워크 의장인 대런 버지스 박사는 "충분한 오프시즌이 없으면 신체·정신적 재충전이 불가능하다. 프리시즌 28일이 보장돼야 고강도 훈련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다. 축구도 NBA 14주, MLB 15주 등 타 종목의 휴식 일정을 참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보고서에는 한국 축구의 대들보들이 '혹사 아이콘'으로 언급됐다. 뮌헨 핵심수비수 김민재는 73일 동안 평균 3.6일 간격으로 경기에 나섰고, 최장 20경기 연속 출전을 기록했다. 전체 경기의 65%가 연속 경기 출전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충분한 회복 없이 이어진 연속 출전은 부상 위험을 비정상적으로 높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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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우드 FIFPRO 글로벌 선수위원은 "이동거리가 긴 만큼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강인의 경우 전혀 그렇지가 않다. 장거리 이동 후 곧바로 경기나 훈련에 투입된다면 선수 생명이 빨리 끝난다. 과거 한국 레전드 박지성 선수 사례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FIFPRO는 청소년 보호는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스페인 국가대표인 라민 야말은 만 18세가 되기 전 이미 130경기에 나섰고, 잉글랜드 대표이자 토트넘 홋스퍼 소속인 아치 그레이(19세)는 지난 시즌 클럽·연령 대표 소집·출전이 80회에 달했다.
버지스 박사는 "아직 성장 중인 청소년 선수들이다.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상태에서 인대가 취약한 시기에 고강도 질주와 짧은 회복 간격은 구조적 손상을 부른다. 심리적 부담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주 2경기 이상'이 지속될 때 축구 고유의 위험을 넘어서는 건강 리스크가 발생한다고 못 박았다. 레알 마드리드(발베르데, 모드리치), 바르셀로나(페드리, 라피냐), 아틀레티코, 바이에른 등 다수 핵심 자원은 지난 시즌 50경기 이상을 소화했고, 5일 미만 회복 구간이 누적됐다.
이런 FIFPRO 보고서에 관해 김훈기 선수협 사무총장은 "최소한 28일은 휴식이 필요한 것을 규정으로 문서화 해야 한다. 혹서기 및 혹한기에 휴식을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국가대표·클럽 간 캘린더 연동을 통해 이동 후 최소 회복 시간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아직 청소년기인 U-18, U-21 선수들의 연속 경기 출전 제한 및 의료 컨디셔닝 데이터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총장은 "핵심은 간단하다. 경기를 줄이자는 게 아니라, 쉴 때 확실히 쉬게 해달라는 것이다. 선수는 소모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사람이다. 쉴 때 쉬어야 한다. 건강하게 뛸 권리를 보장해야 팬들에게도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