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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반전, 또 반전이었다.
승점 45점에서 출발한 6위 인천이 키를 쥐고 있었다. 승리하면 끝이었다. 승점 43점의 7위 제주는 무조건 이기고, 인천이 패할 경우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승점 42점의 8위 전남은 인천과 제주가 모두 패하고 대승을 해야 6위에 오를 수 있었다. 골득실차는 인천이 +3, 제주가 0, 전남은 -2였다.
제주는 전북에 최근 5경기에서 1무4패로 절대열세였다. 제주가 전북을 넘기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출발은 정반대였다. 그룹A행을 향한 의지는 휘슬이 울리자마자 비상했다. 경기 시작 1분 만에 김상원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김상원은 전반 16분 두 번째 골을 터트리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제주는 웃을 수 없었다. 인천이 성남과 비길 경우 2골도 모자랐다. 골득실차를 감안하면 한 골이 더 필요했다.
인천은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었다. 비기기만해도 그룹A행의 가능성이 큰 만큼 철저하게 지키는 축구를 했다. 실낱희망의 전남은 전반 33분 이종호가 선제골을 터트리며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희망의 빛은 선명하지 않았다. 전반 45분이 흘렀지만 여전히 6위는 인천이었다.
풀죽은 제주와 전남의 눈물
제주는 올 시즌 후반 유독 눈물이 많았다. 잘 나가다 후반에 골을 허용해 승점 3점이 1점, 0점으로 둔갑된 일전이 한, 두 차례가 아니었다. 일례로 8월 16일 수원을 맞아 전반을 2-1로 리드하다 후반 3골을 허용하며 2대4로 패했다. 제주의 뒷심은 헛심이란 평가도 있었다.
'후반의 저주'는 이날도 재연됐다. 전북은 전북이었다. 이근호가 후반 14분과 25분 연속골을 터트리며 순식간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제주의 희망이 물거품되는 듯 했다. 전남도 서울에 후반 10분 오스마르, 23분 윤주태에게 동점, 역전골을 허용하며 사실상 그룹A행이 물건너갔다. 0-0의 균형을 이어간 인천의 그룹A행이 확정되는 듯 했다.
6분의 기적, 신은 제주를 선택했다
성남의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마침내 골망이 흔들렸다. 후반 37분이었다. 그러나 골문을 연 주인공은 인천이 아니었다. 성남의 황의조가 골네트를 갈랐다. 인천의 갈 길이 바빠졌다. 하지만 제주가 전북과 비긴다면 '윗물 전선'은 여전히 이상이 없었다.
후반 40분이 지났다. 인천이 폭죽이 눈앞에서 넘실거렸다. 그 순간 거짓말같은 역전이 현실이 됐다. 후반 43분 제주의 로페즈가 세 번째 골을 터트리며 다시 승기를 잡았다. '6분의 기적'이 연출됐다.
인천에도 제주의 골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또 한 번의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제주도 더 이상의 과오는 범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리드를 지켰다. 전남은 후반 41분 이종호가 동점골을 터트렸지만 2분 뒤 아드리아노에게 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6위는 승점 46점의 제주였다. 인천은 승점 45점, 전남은 42점에 머물렀다. 2015년 스플릿시스템은 제주를 위한 마지막 잔칫상이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K리그는 이제 1~6위(전북, 수원, 포항, 성남, 서울, 제주)의 그룹A와 7~12위(인천, 전남, 울산, 광주, 부산, 대전)의 그룹B로 분리된다. 두 개의 다른 세상에서 5라운드를 더 치른다. 그룹A는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그룹B는 강등 전쟁을 펼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