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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 3년차 징크스'라는 것이 있다.
조제 무리뉴 첼시 감독은 의심할 여지 없는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하나다. 하지만 그에게 징크스가 있다. 집권하는 클럽마다 3번째 시즌 때 위기를 겪었다는 점이다.
다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로 돌아온 무리뉴 감독은 첫 시즌이었던 2013~2014시즌 EPL 3위에 그쳤지만 2번째 시즌 압도적인 전력으로 EPL 우승을 거머쥐었다. 리그컵까지 차지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그에게 4년 재계약을 선물했다. 올 시즌은 첼시의 퍼거슨이 되고 싶은 무리뉴 감독의 출발점으로 보였다. 하지만 첼시에서의 세번째 시즌 역시 불안하기만 하다.
첼시는 4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 스탬포드브리지에서 벌어진 사우스햄턴과의 2015~2016시즌 EPL 8라운드에서 1대3으로 패하며 17위까지 추락했다. 디펜딩챔피언이 이토록 부진한 초반을 보내는 것은 EPL 출범 후 처음이다. 벌써 4번째 패배다. 첼시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단 3패만을 당했다. 여름부터 꼬였다. 첼시는 맨유, 맨시티 등 우승 라이벌팀과 달리 소극적인 이적시장을 보냈다. 아스미르 베고비치, 라다멜 팔카오 등 영입에 그쳤다. 이들은 팀을 떠난 페테르 체흐, 디디에 드로그바의 대체자였다. 이적시장 마감일을 앞두고 부랴부랴 페드로 로드리게스와 바바 라흐만을 영입했지만, 그토록 원했던 존 스톤스(에버턴), 폴 포그바(유벤투스) 등을 얻지 못했다. 여기에 팀닥터 에바 카네이로 스캔들로 팀 분위기마저 묘하게 흘러갔다. 무리뉴 감독은 8월9일 스완지시티 개막전에서 부상한 에덴 아자르를 밖으로 데리고 나와 치료한 카네이로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팀닥터를 향한 무리뉴의 질타는 논란을 낳았고, 무리뉴 감독의 공개사과에도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금 첼시의 부진이 우려스러운 것은 비단 경기 외적인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 첼시는 언제나 견고하던 무리뉴의 팀과 거리가 있다. 일단 수비기록을 보자. 8경기를 마친 지금 첼시는 벌써 17골을 내줬다. 리그 최다실점 팀인 선덜랜드(18실점)과 단 1골차다. 2004~2005시즌 우승할 당시 38경기에서 15골을 내준 기록을 단 8경기 만에 넘어섰다. 알고 있는데로 무리뉴 감독의 축구는 선수비 후역습을 근간으로 한다. 수비가 무너지며 첼시의 팀컬러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하며 회춘했다는 평가를 받은 팀의 심장 존 테리를 주전 자리에서 제외하며 변화를 줬지만, 큰 효과는 없다. 정작 첼시 수비의 원흉으로 꼽히고 있는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에 대해서는 변함없는 신뢰를 보이고 있다.
공격진에서도 지난 시즌 최고의 선수로 꼽힌 아자르를 비롯해, 세스크 파브레가스, 디에고 코스타 등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윌리안 정도만이 제 몫을 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영국 언론은 무리뉴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제이미 레드냅은 영국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무리뉴 감독은 선수단 장악력을 잃었다"고 지적했고, 알란 시어러도 영국 국영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단이 무리뉴 감독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무리뉴 감독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당당하다. 그는 사우스햄턴전을 마친 후 "나는 도망가지 않을 것이다. 구단이 나를 내보내고 싶다면 그들은 나를 잘라야만 한다. 만약 구단이 나를 자른다면 구단 역사상 최고의 감독을 자르는 것이다. 지금은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하나로 뭉칠 때다. 나는 4위안에 들 것으로 확신한다. 초반 부진했지만 4위까지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감 넘치는 무리뉴 감독의 호언장담과 달리 지금 첼시에는 분명 이상기류가 흐른다. 8라운드 기준으로 첼시가 얻은 승점 8점은 37년만의 최악의 기록이다. 같은 승점이었던 1978~1979시즌 첼시는 강등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