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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철 17세 이하(U-17) 대표팀 감독(44)은 현역 시절 대기만성형이었다.
그러나 35세의 최진철은 나이를 이길 수 없었다. 후배들의 눈길을 피해 밤마다 링거를 맞았다. 당시 대표팀의 베이스캠프인 슐로스 벤스베르그의 고성호텔은 복잡한 미로처럼 얽혀있었다. 의료진은 선수들의 눈에 뛰지 않게 밤마다 최진철의 방문을 노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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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묵한 성격인 그는 지도자 생활도 진중했다. 대기만성형이었다. 전북의 원클럽맨으로 2007년 현역에서 은퇴한 그는 2008년 강원FC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했다. 이후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를 거쳐 지난해 16세 이하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첫 대회인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U-16)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며 칠레 U-17 월드컵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지난달 브라질, 크로아티아, 나이지리아가 참가한 수원 컨티넨탈컵 17세 이하 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서 1승1무1패를 기록했다. 브라질에는 0대2로 패했다. 설상가상 대회 직전 장결희(17·바르셀로나 후베닐A)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다행히 모든 것이 기우였다. 최진철 감독의 마법은 한 달 만에 우려도, 부상도 잠재웠다. 톡톡튀는 개성 만점의 이승우(17·바르셀로나B)를 '원팀'으로 녹아들였다. 용병술은 상상을 초월했다. 교체카드를 꺼내들 때마다 '신의 한수'였다. 브라질전에서 이상헌(17·현대고) 카드로 이변을 연출했다. 후반 33분 투입된 이상헌은 1분 만에 브라질의 왼쪽 측면을 뚫은 후 골문으로 쇄도하던 김진야(17·대건고)에게 연결했고, 김진야의 패스를 받은 장재원(17·현대고)이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기니전에서는 더 놀라웠다. 후반 시작과 함께 급격하게 수비가 흔들리자 7분 만에 장재원(17·현대고) 대신 김승우(17·오산고)를 투입했다. 김승우를 중앙수비에 놓고 이승모(17·포항제철고)를 위로 올렸다. 흐름이 바뀌었다. 수비가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최 감독의 카드는 이제 공격을 향했다. 서두르지 않았다. 후반 31분 이상헌에 이어 인저리타임에 오세훈(16·현대고)을 투입했다. 오세훈은 '에이스' 이승우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승우는 마지막 해결을 짓지 못해 아쉬워했다.
득점없이 끝날 것 같았던 일전이었다.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오세훈이 투입된 지 1분 만에 극장골의 주인공으로 피날레쇼를 연출했다. 마지막 기회에서 왼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터트렸다.
'리틀 태극전사'들의 꿈은 진행형이다. 최 감독의 마법도 진행형이다. 그는 "2승하면서 조 1위냐 2위를 고민하게 됐다. 처음이다"며 웃은 후 "생각같아서는 3승하고 싶지만 다음 16강 상대를 볼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FIFA U-17 대회 첫 4강을 향한 최진철호의 발걸음에서 힘이 느껴진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