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일본처럼, 일본은 한국처럼' 달라진 한-일축구

최종수정 2016-02-01 18:21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이전에는 볼 수 없는 한-일전이었다.

지난달 31일 카타르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겸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결승전. 기존의 한-일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었다. 그간 한-일전하면 한국은 과감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한 선이 굵은 축구를, 일본은 기술을 앞세운 아기자기한 축구를 펼쳤다. 내용에서는 패싱게임을 내세운 일본이 앞섰지만 승리는 투지를 앞세운 한국의 몫이었다. 이날은 달랐다. 정반대였다. 한국은 '일본처럼' 만들어가는 플레이를, 일본은 '한국처럼' 빠르고 직선적인 플레이를 주 전술로 삼았다. 한국이 전체적으로 경기를 주도하며 좋은 내용을 보였지만 결과는 일본의 3대2 승리였다.

이날 한-일전은 양국 축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볼 수 있는 장이었다. 최근 한국축구의 화두는 기술축구다. K리그에서도 포항, 수원, 서울 등과 같이 패싱게임을 하는 팀들이 리그를 주도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식 제로톱을 구사하는 팀도 적지 않다. A대표팀도 변하고 있다.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기술 좋은 유럽파가 득세하며 2선 공격을 강조한 기술축구가 한국축구의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슈틸리케호의 황태자' 이정협(울산)은 이같은 변화의 상징이다. 과거 한국축구는 측면 돌파 후 이를 마무리할 수 있는 공격수를 선호했다. 하지만 이정협은 높이와 파워보다는 연계와 움직임을 장점으로 한다. 이정협의 중용은 2선 공격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이번 신태용호는 달라진 한국축구의 가장 극명하게 보여줬다. 신태용 감독은 권창훈(수원) 문창진(포항)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테크니션들을 극대화한 전술을 펼쳤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모두 K리그의 자양분을 먹고 자란 유스출신이라는 점이다. '메이드 인 K리그'인 젊은 태극전사들은 기술에서 일본을 압도했다. 1대1에서 막힘이 없었다. 탄성을 자아낼 만한 번뜩이는 움직임도 여러차례 나왔다. 후반 체력 저하로 무너졌지만 그 전까지 보여준 축구는 분명 인상적이었다.

반면 일본은 보다 투박하게 변하고 있다. 이번 일본 올림픽대표팀은 지지 않는 축구를 표방했다. 수비에 초점을 맞춘 후 역습에 나서는 것이 주 전술이었다. 점유보다는 전진에, 세밀함보다는 속도를 강조했다. '아름다운' 축구에서 '이기는' 축구로 방향을 바꿨다. 올림픽대표팀뿐만 아니다. A대표팀도 그 흐름에 동참했다. 지코, 이비차 오심, 알베르토 자케로니 등 기술축구를 강조하는 감독에서 피지컬을 강조하는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을 선임했다. 일본 A대표팀은 과도기다. 할릴호지치 감독의 스타일은 아직까지 기존의 일본축구와 대립각을 보이고 있다. 성적도 들쑥날쑥하다. 하지만 올림픽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며 적어도 변화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지금의 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누구의 선택이 맞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반대의 선택을 한 한-일축구, 과연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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