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 와일드카드 손흥민 절대 신임하는 이유

기사입력 2016-04-20 18:22


손흥민(왼쪽)과 신태용 감독. 허상욱 기자

손흥민(24·토트넘)은 올림픽 대표팀의 핵심 인물. 2회 연속 메달권 진입을 노리는 신태용호에 날개를 달아줄 와일드카드(24세 이상)로 일찌감치 낙점됐다. 지난달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과 태국과의 평가전을 연달아 치른 울리 슈틸리케 월드컵 대표팀 감독도 손흥민을 신태용호에 양보했다. 손흥민이 한국 축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인정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조추첨을 마치고 브라질에서 20일 귀국한 신태용 감독(46)도 손흥민에 대해 흔들림 없는 신뢰를 보였다. 손흥민이 최근 소속팀 경기에 출전하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 경기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신 감독은 "기량이 좋은 선수"라며 일축했다. 나아가 "손흥민이 올림픽 대표팀에 잘 녹아들면 폭발력이 살아날 거라 본다"고도 말했다.

오히려 손흥민보다는 와일드카드 3자리 중 나머지 2자리에 대한 고심이 깊었다. 이에 대한 질문에도 "염두에 둔 사람은 있지만 나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브라질에 가기 전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들러 유럽파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기색이었다.

지난 9일(한국시각)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홍정호가 브레멘전에 후반 41분 교체 출전해 관중석의 신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와일드카드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신 감독은 "홍정호의 경기를 7분밖에 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구자철, 홍정호, 지동원과 점심 식사를 같이하며 대화를 나눴는데, 홍정호가 만약 올림픽 대표팀에 오게 되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가장 먼저 신태용호에 승선한 손흥민의 존재감은 더 커보인다. 신태용호는 오는 5월 말 소집한 뒤 6월 초 A매치 기간을 활용해 올림픽 무대를 위한 담금질에 돌입한다. 신 감독의 손흥민의 활용법도 이 시기에 더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2승1무 조 1위'를 리우올림픽의 1차 밑그림으로 내세웠다. 막연한 의지가 아니다. 전략적 판단에 따른 냉철한 목표다. "D조의 강력한 1위 후보 아르헨티나를 8강에서 피하려면 한국이 최소한 2승1무를 거둬 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올림픽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20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14일 브라질 리우의 마라카나 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축구 조추첨 결과 멕시코, 피지, 독일과 C조에 속했다. 브라질 현장에서 올림픽 추첨식을 관전한 신태용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사용할 경기장과 호텔 등을 둘러본 뒤 20일 귀국했다.
입국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신태용 감독.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4.20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한 한국은 독일, 멕시코, 피지와 함께 C조에 편성됐다. 피지와의 1차전을 시작으로, 독일과 2차전, 멕시코와 3차전을 치른다. 피지는 최약체로 평가받지만, 세계적인 축구 강국인 독일과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 팀 멕시코는 한국에게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다. 하지만 신 감독은 "최악의 경우는 피했다"며 "비교적 무난한 조편성"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 감독이 꼽은 조별리그의 최대 승부처는 독일전. 독일을 꺾어야 무난히 조 1위를 할 수 있고, 8강 이후까지 내다볼 수 있다. 신 감독은 "우리가 피지를 무조건 이긴다는 전제 아래 독일전에 100% 올인할 것"이라고 천명하며 "이기든 비기든 혹은 지든 상관없이 독일전에 승부를 걸고 난 이후 멕시코와의 경기에 어떻게 대비할지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독일과 멕시코는 우리와의 경기에 베스트 멤버를 가동할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피지전에서 (전술을) 숨길 것은 최대한 숨기면서 이긴 뒤에 독일전에 전력을 다해 이기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방문 당시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독일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도 살펴본 신 감독은 "독일이 유소년 시스템이 잘 정착된 덕분에 올림픽 대표팀도 가히 국가대표 버금가는 수준으로 올라왔더라"며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함께 독일이 이번 올림픽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가 아닌가 한다"고 전망했다.

신 감독은 3차전 상대인 멕시코에 대해서도 "해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멕시코는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많이 만나본 팀이기 때문에 우리가 겨뤄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우리 선수들이 정신력 등 한국 특유의 축구를 보여주면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확신했다.

신 감독은 조추첨 이후 한국의 경기가 열릴 각 도시의 경기장도 둘러봤다. 한국은 살바도르에서 1, 2차전을 치른 뒤 브라질리아에서 3차전을 갖는다. 신 감독은 "브라질이 축구의 나라인 만큼 경기장이나 훈련장에는 문제가 없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다만 "살바도르는 연평균 기온 25~30도로 온화하지만 브라질리아는 겨울에 일교차가 심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며 "베이스캠프를 어느 도시에 차릴 지도 잘 고민해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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