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 4강]시메오네의 '방패', 과르디올라의 '창' 넘었다

기사입력 2016-04-28 13:45


ⓒAFPBBNews = News1

창과 방패. 이날 경기를 설명하는 키워드였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이끄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수비의 팀이다. 앙트완 그리즈만, 페르난도 토레스 등과 같은 공격수가 있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지탱하는 힘은 방패다. 기록이 입증한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올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10경기에서 단 5골만을 내줬다. 4강전에서 역대 최강의 트리오 MSN(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이 이끄는 바르셀로나를 무실점으로 묶었다.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단 16골만 헌납하며 1993~1994시즌 데포르티보가 세웠던 역대 최소실점(18골)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는 시메오네 감독에 대해 "수비를 예술의 경기로 끌어올린 인물"이라고 평했다.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이에른 뮌헨은 날카로운 창을 갖고 있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토마스 뮐러, 프랑크 리베리, 더글라스 코스타 등 막강 공격진에 과르디올라 감독의 창조적인 전술을 더한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력은 유럽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메오네 감독은 과르디올라 감독을 '혁신가'라고 했다. 4-1-4-1, 3-4-3, 4-3-3 등을 상황마다 구사하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은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티키타카에 빠른 역습까지 장착한 바이에른 뮌헨은 올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10경기에서 무려 28골을 넣었다.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은 분데스리가에서도 74골이나 넣었다. 경기당 2.38골이다.

경기 전 바이에른 뮌헨의 우세를 점치는 전문가가 더 많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수비의 핵 디에고 고딘이 부상으로 제외되는 악재가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리그 보다는 유럽챔피언스리그에 집중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반대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방패가 바이에른 뮌헨의 창보다 견고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방패는 날카롭기 까지 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28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비센테 칼데론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의 2015~2016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전반 11분 터진 니게스의 골을 잘지키며 1대0으로 이겼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홈에서 무실점 승리를 거두며 결승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승부수는 공격적인 수비였다. 점유율이 높은 바이에른 뮌헨을 맞아 물러서지 않고 전방부터 강한 압박으로 나섰다. 기회가 되면 빠르게 올라서며 역습을 노렸다. 시메오네 감독의 지략은 주효했다.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몰아붙이며 주도권을 잡았다. 선제골도 이른 타이밍에 터졌다. 사울 니게스가 환상적인 드리블 돌파로 전반 11분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바이에른 뮌헨의 거센 반격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는 흔들리지 않았다. 4-4-2를 기본으로 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특유의 두줄 수비로 바이에른 뮌헨을 가뒀다. 전방부터 후방까지 폭을 좁혀 지속적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는 그야말로 숨이 막혔다. 그렇다고 수비만 한 것은 아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그리즈만, 코케, 토레스를 앞세운 역습으로 바이에른 뮌헨의 간감을 서늘케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전반전은 역대 최악이었다"고 했을 정도로 완패를 시인했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바이에른 뮌헨의 홈에서 열리는 2차전은 어떤 형식으로 진행될지 모른다. 앞서 설명한대로 바이에른 뮌헨은 어떤 창조적인 전술을 꺼내들지 모른다. 하지만 일단 1차전은 수비만 하지 않았던 시메오네 감독의 날카로운 방패가 과르디올라 감독의 변화무쌍한 창을 이겼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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