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끼 '포스트 김연아' 아이스쇼를 접수하다

기사입력 2016-06-06 20:34



'포스트 김연아'가 모두 모여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했다.

3일간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펼쳐진 '올댓스케이트 2016'이 6일 막을 내렸다. 이번 아이스쇼에는 2016년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 애슐리 와그너(미국),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데니스 텐(카자흐스탄) 등 해외 피겨스타들과 박소연 이준형 김진서 등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이 중 한국 피겨의 새로운 세대로 평가받는 유 영(12·문원초) 임은수(13·한강중) 등 피겨 꿈나무들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이들은 한국 피겨에 새로운 르네상스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모으는 선수들이다. 유 영은 1월 전국남녀종합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차세대 여왕' 후보로 떠올랐다. 김연아의 한 마디가 결정적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때보다 더 잘한다." 유 영은 3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열린 '컵 오브 티롤 2016'에서 1위를 차지하며 생애 첫 국제대회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임은수는 2월 동계체전 여자 초등부에서 유 영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포스트 김연아'로 주목받는 이들이 생애 첫 아이스쇼에서 어떤 연기를 펼칠지 관심이 모아졌다. 김연아도 "이전 아이스쇼와 달리 초등학생, 중학생 등 어린 선수들이 공연에 나선다"며 "후배들이 익숙지 않은 분위기에서 공연을 펼친다. 긴장이 될 텐데 좋은 모습 보여드리면 좋겠다"고 기대 반, 걱정 반의 소감을 밝혔다.

걱정은 기우였다. 유 영과 임은수는 많은 팬들 앞에서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어린 나이를 무색케 하는 표현력을 보여줬다. 재즈 퍼포머로 변신한 유 영은 소품으로 들고 나온 의자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임은수도 처음 서는 아이스쇼에서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유 영과 임은수는 '한국 피겨의 간판' 박소연(19·단국대) 안소현(15·목일중)과 함께 아이돌 걸그룹 트와이스의 'Cheer Up'에 맞춰 깜찍한 군무를 선보였다. 유 영은 지난 3월 스포츠조선 제정 제21회 코카콜라체육대상 시상식에서 트와이스와 함께 '우아하게' 클라이막스 부분 댄스를 선보인 바 있다. 걸그룹 못지 않은 미모와 끼를 지난 이들의 공연에 팬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유 영은 "2014년에 아이스쇼를 구경왔는데 내가 직접 이 자리에 서니까 이상하다. 재밌었다"고 웃었다. 임은수는 "관중들이 많아서 좋았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통해 많이 배웠는데 헤어지니까 아쉽다"고 했다. 신예들의 연기를 지켜본 와그너는 "유 영은 백스테이지에서는 조용한데 얼음 위에서 180도 달라져서 놀랐다. 은수는 무대 뒤에서나 얼음 위에서나 한결 같다. 두 선수 모두 실력과 끼가 충분하다. 이들이 어려서 함께 경쟁하지 않아 다행이다. 한국 피겨의 미래는 밝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미는 김연아가 장식했다. 흰색 원피스로 '여신'의 분위기를 연출한 김연아가 빙판 위에 '깜짝' 등장하자 관중석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김연아는 "후배 선수들이 멋진 공연을 보여서 즐거웠다. 앞으로도 피겨를 사랑해주시고, 평창동계올림픽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김연아는 후배들의 손을 잡고 마지막 세리머니를 함께 했다. '여왕'이 후배들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이번 아이스쇼의 주제는 'The Dream'이다. '포스트 김연아'는 이번 아이스쇼를 통해 새로운 꿈을 향한 아름다운 도전을 시작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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