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쿠요비치 물거품...제2의 카윗 악몽?

기사입력 2016-06-13 20:53





"어쩐지 그 옛날 카윗이 자꾸 떠오르더니…."

수원 삼성이 제2의 카윗 사건에 또 울상이다.

최근 유력한 영입 대상으로 떠올랐던 에미르 쿠요비치(26·노르쾨핑) 때문이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쿠요비치 영입작업에 대해 "물 건너갔다. 급이 너무 높아졌다. 우리가 감당할 수준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초 수원은 최근 입단한 조나탄과 함께 쿠요비치를 보강해 하반기 반등을 노릴 복안이었다. 그동안 외국인 선수를 사실상 1명(산토스)밖에 기용하지 못했던 수원이다. 이고르가 등록돼 있지만 잦은 부상 등으로 인해 K리그 클래식 1경기 출전하는 데 그치는 등 사실상 전력 외 자원이었다.

지난해 챌린지 리그에서 득점왕, MVP(최우수선수), 베스트11을 동시에 석권하며 기량을 인정받은 조나탄에 쿠요비치까지 가세하면 해 볼만 했다. 쿠요비치는 스웨덴의 장신(1m94) 공격수 유망주로 스웨덴 프로리그 노르쾨핑에서 2015년 29경기 21골, 2016년 9경기 7골의 기록으로 수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쿠요비치가 이번 유로2016을 앞두고 스웨덴대표팀에 깜짝 발탁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쿠요비치는 스웨덴의 간판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백업 멤버로 지난 5일 웨일스와의 평가전(3대0 승)에서 29분간 출전했다.

당초 수원은 쿠요비치의 스웨덴 대표팀 발탁 소식을 접하고 유로2016이 끝난 뒤 쿠요비치측의 태도를 예의주시하려고 했다. 쿠요비치가 유로2016에서 기대받은 만큼 활약을 보이지 못하면 몸값 급상승은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스웨덴대표팀에 뽑힘과 동시에 차세대 공격수로 주목받으면서 이른바 '입질'이 많아졌다. 유럽 빅리그에서 쿠요비치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면서 그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이다. 결국 수원은 유럽리그의 물량공세에서 밀릴 수밖에 없게 됐다. 서 감독은 "이탈리아 등의 유명 리그에서 오퍼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경쟁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유로2016을 기반으로 빅리그 진출을 꿈꾸는 쿠요비치에게 상대적 변방 K리그는 후순위로 밀린 것이다.


이 대목에서 수원은 14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게 된다. 김 호 감독이 이끌던 2002년 수원은 당시 22세의 네덜란드 유망주 디르크 카윗을 영입하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당시 소속팀이던 위트레흐트와 이적료 협상을 마치고 사인만 남겨놓은 상황이라 김 감독이 공론화하기 까지 했다. 하지만 카윗은 2002~2003시즌을 시작하자 무서운 득점력을 보였고, 네덜란드대표팀 명단에까지 올랐다. A매치 데뷔는 2004년에 성사됐지만 대표팀 명단에 오를 정도로 유망주로 급부상한 것이다. 결국 카윗은 수원 입단을 거절하고 2003년 거액의 이적료로 페예노르트에 입단했다. 이는 K리그 사상 역대 최고급 선수를 영입하려다가 불발된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결국 카윗에 대한 아픈 기억은 강산이 변해 쿠요비치를 통해 재현된 셈이다. 그래도 수원은 추가 영입을 계속할 예정이다. 서 감독도 "조나탄에 그치지 않고 외국인 선수 추가보강을 계속 타진 중이다"면서 아시아쿼터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추가 보강을 하면 외국인 선수 쿼터를 넘게 되지만 이고르가 임대 선수이기 때문에 별다른 걸림돌은 없다. 문제는 쿠요비치 못지 않은 선수여야 한다는 점. 이것이 수원의 고민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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