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조연' 권순형, '7전8기' 축구인생

기사입력 2016-06-13 20:53


권순형이 1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와의 2016년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큰 주목을 받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명품조연. 주연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하는 배우를 일컫는 말이다. 권순형(30·제주)이 딱 그렇다.

권순형은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4대3 제주 승)에서 3-3이던 후반 34분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짜릿한 역전극을 연출했다. 11일 광주전에서도 권순형의 오른발이 빛났다. 역시 오른발 슈팅으로 3대2 승리를 이끌었다. 권순형은 2경기 연속 결승골과 더불어 연속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권순형을 향했다. 그러나 권순형은

"큰 주목을 받고 싶은 생각은 없다. 관심은 앞에 있는 선수들이 받을 때 더 의미가 있다"며 "나는 미드필더로서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팀 승리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자세를 낮췄다.

스스로 주연이기를 한사코 거부한 권순형. 하지만 사실 권순형은 학창시절 누구보다 빛나던 선수였다. 동북고를 졸업한 뒤 고려대에 입학한 권순형은 팀을 4년 연속 전국대학선수권 정상에 등극시킨 주역이다. 이천수(은퇴) 박주영(서울)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달았던 등번호 10번도 권순형의 몫이었다.

탄탄대로일 것 같았던 권순형의 축구인생. 프로 데뷔 첫 해 만에 산산조각났다. 권순형은 2009년 신생팀 강원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권순형은 "당시 내 포지션에 이을용과 일본인선수 마사히로가 있었다. 베테랑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대학무대에서는 승리가 익숙했는데 신생팀이다보니 한 경기 승리하기가 참 힘들었다. 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다. 나도 이렇게 그저 그런 선수가 되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시절.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가 침체됐던 권순형을 일으켜 세웠다. 권순형은 "부모님께서 큰 힘을 주셨다. 특히 어머니는 매일 나를 위해 기도하셨다"고 했다. 기도가 통했다. 권순형은 2012년 당시 박경훈 감독이 이끌던 제주에 입단했다. 이적 첫 시즌 40경기를 소화하며 주전으로 도약했다.

다시 빛을 보는 듯 했던 권순형에게 또 한 번 악재가 닥쳤다. 2013년 왼무릎 인대가 찢어졌다. 권순형은 "다행히 걱정했던 것 만큼 심하지는 않았지만 막막했다. 출전시간도 늘어나면서 자신감도 붙던 참이었는데 다쳐서 답답했다"고 밝혔다.

포기는 없었다. 이를 악물고 재활했다. 절치부심 끝에 2014년 상주에 입대했다. 권순형은 "상주에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다른 종목 선수들도 국군체육부대에서 훈련을 했는데 레슬링, 유도 등 비인기종목 선수들이 죽어라 훈련하는 것을 봤다"며 "그들이 땀 흘리는 것을 보면서 나를 되돌아봤다. 그때 마음을 굳게 먹었다"고 말했다.

8년에 걸친 인내의 시간. 권순형이 다시 눈을 떴다. 권순형은 수비형 미드필더임에도 올 시즌 리그 13경기에 나서 3골-2도움을 기록중이다. 권순형은 "내 나이 벌써 서른이다. 하지만 계속 배우고 공부한다. 팀의 중심, 주연은 모르겠다. 단지 꾸준하게 활약하는 좋은 미드필더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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