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현재와 미래, 3만6309명의 떼창

기사입력 2016-08-16 01:50



"단기간 내에 변화를 주기가 쉽진 않네요."

지난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를 앞두고 있던 황선홍 FC서울의 말이다. 6월 말 지휘봉을 잡은 지 한 달이 흘렀지만 변화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긴장감도 역력했다. 'K리그 대표 브랜드'인 슈퍼매치에 나설 서울을 이끌어 가야 할 지도자의 숙명이었다.

'맞수'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79번째 맞대결은 이번에도 '명승부'였다. 전반전은 서울, 후반전은 수원을 위한 무대였다. 폭염을 뚫고 상암벌로 달려온 3만6309명의 관중들의 응원전도 후끈했다. 경기 뿐만 아니라 하프타임 이벤트에선 K리그가 '문화 컨텐츠'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확인했다.

황선홍 취임 한 달째, 진화하는 서울

서울 취임 한 달 째를 넘기면서 황 감독의 색채는 조금씩 진해지고 있다. 포백(4-Back)으로 변화한 수비라인은 안정을 찾았다.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던 오스마르가 센터백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스리백(3-Back) 시절 측면 미드필더 또는 윙백으로 활용됐던 고광민도 이제는 오른쪽 풀백으로 자리를 굳히면서 이규로와 로테이션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수원전에서 유기적인 협력 플레이와 안정적인 수비를 통해 수원의 공세를 잘 차단했다. 데얀, 박주영이 투톱을 이루고 있던 후반 11분 조찬호 대신 아드리아노가 나서며 3-4-3으로 변화한 뒤에는 측면과 중앙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약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향후 서울 수비의 관건은 결국 유연한 변화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공격라인은 '황선홍식 축구'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데얀, 박주영이 버틴 투톱과 윙어 윤일록 조찬호가 보여준 짧고 간결한 연계 플레이는 전반전 수원의 수비라인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좁은 공간에서 3~4차례 원터치 패스로 중앙까지 파고들어 마무리를 짓는 공간파괴 패턴은 황 감독이 포항 시절 K리그와 FA컵을 제패할 때 가장 잘 활용했던 전략이다. 사실 포항 시절에는 포지션 별 부족한 부분을 커버하기 위한 '돌파구'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개개인의 능력이 출중한 서울에선 강점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는 '무기'가 된 모습이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간결한 플레이나 속도감, 경쾌함 부분은 좋아지고 있다"면서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뜻이지 완벽하다고 볼 순 없다. 선수들이 (내 전술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주는 부분은 고맙지만 아직 더 노력해야 한다"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3만6309명의 떼창, 감동 물결친 상암벌

전반전을 마친 뒤 상암벌은 일순간 어둠에 휩싸였다. 곧 관중들이 하나 둘 씩 꺼내든 휴대전화에서 하얀색 플래시 불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경기장은 캔버스가 됐고 관중들이 한 땀씩 별빛을 만들었다. 이윽고 등장한 한 사내의 둔탁한 목소리가 상암벌을 콘서트장으로 탈바꿈 시켰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전인권이었다.


서울은 올 시즌 후반 시작에 앞서 가수 전인권이 작사-작곡한 '걱정말아요 그대'라는 곡을 전 관중이 따라부르는 '하프타임송'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힘겨운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에게 힘을 줌과 동시에 축구장에서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였다. 경기장을 직접 찾은 전인권의 열창에 관중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가수와 관객 모두 취할 만큼 몽환적인 하모니에 후반전에 나선 양팀 선수들과 심판진이 그라운드 위에서 대기하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전인권은 "내 노래가 이렇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었다"며 "평소 노래를 부를 때 주위를 잘 신경쓰지 않는데 팬들과 한 목소리로 노래를 같이 부르니 기분이 정말 좋았고 표정관리가 되질 않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슈퍼매치 떼창'은 팬들에게도 진한 여운을 남길 만한 수작(秀作)이었다. 관중몰이가 화두인 K리그에서 서울이 슈퍼매치에 선보인 '감성마케팅'은 좋은 예가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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