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전 산이 높이 치솟았다. 축구에서 꿈에 그리던 올림픽 첫 메달을 대한민국에 선물했다. 숙적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차지해 더욱 짜릿했다.
이러한 시선과는 달리 '골짜기 세대'의 일성은 런던 대회보다 더 높은 꿈, '금빛 합창'이었다. 장밋빛 출사표가 아니었다. 그들의 도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피지(8대0 승), 독일(3대3 무), 멕시코(1대0 승)전 등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면서 시선이 달라졌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하면서 우려는 안개 걷히듯 사라졌다. 기대감도 한껏 고조됐다.
대망의 8강전, 상대는 온두라스였다. 14일(한국시각)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스타디움에서 휘슬이 울렸다. 전반부터 상대를 압도했다. 한 방이 아쉬웠지만 선제골은 시간 문제로 여겨졌다. "꼬리아"를 연호하는 브라질 팬들의 함성도 점점 더 거세졌다. 그러나 축구는 결국 골로 말한다. 만고의 진리를 역행할 수는 없었다. 잇단 찬스가 무산되는 안타까운 흐름을 이어가던 후반 14분, 상대의 역습 한 방에 골문이 열렸다. 선제골을 지키려는 상대팀의 '침대 축구' 속에 더 이상의 반전도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이 있다. 여정은 8강에서 멈췄지만, 그들은 한국 축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리우에 '골짜기 세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우바도르, 브라질리아, 벨루오리존치로 이어진 여정은 역사 그 자체였다.
|
경기력에서도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한국이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하고 비긴 독일은 8강전에서 포르투갈을 4대0으로 완파하고 4강에 올랐다. 현지에서는 한국 축구를 재조명하고 있다. 4강에 진출한 온두라스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축구는 밝은 뉴스보다 어두운 소식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리우에서 확인한 것은 한국 축구의 미래가 밝다는 사실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흘린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세계적인 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그들의 땀내음도 향기로웠다.
|
"이제 시작이고 마음을 잘 추슬러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선 더 강해져야 한다."(권창훈) "형들과 앞으로 미래가 있으니 기죽지 말고 갈 길을 가자고 얘기했다."(황희찬·잘츠부르크) "감독님이 '이게 끝이 아니고 많은 시간들이 있으니 더 열심히 해서 A대표팀에서 보자'고 하셨다. 열심히 하겠다."(정승현·울산) "올림픽이라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배운게 많았다. 이제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류승우·레버쿠젠)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긴채 리우를 떠난 '골짜기 세대'의 신화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