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카타르전 분석]역전 또 역전 그리고 퇴장, 불안한 슈틸리케호

최종수정 2016-10-06 22:17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3차전 한국 대 카타르의 경기가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환상적인 감아차기로 역전골을 성공시킨 후 기성용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0.06/


원정이 아닌 안방이었다.

카타르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85위, 한국은 47위다. 38계단이나 벌어져 있다. 2전 전패인 카타르는 암울했다. 최종예선 2경기 만에 사령탑을 교체했다.

중국에 3대2로 신승한 데 이어 시리아와 득점없이 비긴 슈틸리케호도 위기감이 휘몰아쳤지만 카타르는 적수가 나이었다. 축구공은 둥글지만 그래도 낙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홈이점을 스스로 날려버렸다. 불안한 슈틸리케호는 계속해서 흔들렸다. 재역전에 성공하며 간신히 승점 3점을 챙겼지만 찜찜한 뒷 맛은 지울 수 없었다.

한국이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카타르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3차전에서 3대2로 승리했다. '침대 축구'에 대비, 이른 시간 선제골이 터지기를 바랐다. 출발은 좋았다. 전반 11분이었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손흥민(토트넘)의 패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 골문을 활짝 열었다. 소나기 골이 기대됐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참담함이었다. 5분 뒤 홍정호(장쑤 쑤닝)가 카타르의 스트라이커 세바스티안 소리아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키커로 나선 하이도스 칼리드가 동점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끝이 아니었다. 전반 44분 또 한 방을 얻어맞았다. 칼리드의 패스를 받은 소리아가 역전골을 터트렸다. 재앙이었다. 1-2, 충격적인 전반이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적신호가 켜진 듯 했다. 다행히 후반 초반 흐름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후반 10분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동점골을 작렬시킨 데 이어 13분 손흥민이 결승골을 터트렸다. 3만2550명이 운집한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파도 타기' 응원이 펼쳐졌다. 분위기는 최고조였다. 그러나 후반 20분 홍정호가 찬물을 끼얹었다. 소리아를 마크하다 전반에 이어 또 다시 경고를 받았다. 퇴장이었다. 곽태휘(서울)가 수혈됐지만 10명의 태극전사는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꼈다. 카타르의 거센 공세를 저지하기에 급급했다. 추가골은 없었고, 더 이상의 실점도 없었다. 하지만 과제는 여전히 산적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이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카타르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을 가졌다. 손흥민이 후반 교체아웃되며 슈틸리케 감독의 격려를 받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10.06/

단조로운 패턴의 공격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의 밀집수비를 뚫기 위해 4-1-4-1 시스템을 꺼내들었다. 원톱에는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이 포진한 가운데 2선에도 유럽파가 출동했다. 손흥민 기성용 구자철(아우쿠스부르크) 지동원이 위치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정우영(충칭 리판)이 섰다. 포백에는 홍 철(수원) 홍정호 김기희(상하이 선화) 장현수(광저우 부리)가 포진했고, 골문은 김승규(일본 빗셀 고베)가 지켰다. 카타르는 예상대로 뒷문을 굳게 잠궜다. 3-5-2 시스템으로 맞불을 놓았다. 소리아와 칼리드를 제외한 그 외 선수들은 수비에 치중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용병술은 물음표였다. 석현준과 구자철의 몸이 무거웠다. 지나치게 측면만 고집하며 선수들의 동선에도 제약을 뒀다. 왼쪽을 떠나지 않은 손흥민은 홍 철과 포지션이 겹쳤다. 오른쪽 지동원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에는 공동화 현상이 일어났다. 수적열세로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그나마 일찍 수술을 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석현준을 빼고 1m96의 고공폭격기 김신욱(전북)을 수혈했다. 김신욱이 헤딩으로 지동원 골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신욱을 방어하기 위해 카타르 수비수들이 분산되면서 공간도 생겼다. 기성용이 중앙으로 쇄도하는 손흥민에게 기가막힌 패스를 연결했고, 손흥민은 반박자 빠른 슈팅으로 허를 찔렀다.

하지만 밀집수비의 대응 능력은 여전히 떨어졌다. 단조로운 패턴의 공격은 독이었다. 포지션 파괴와 이동 등 좀 더 유연한 플레이를 펼쳐야 하지만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3차전 한국 대 카타르의 경기가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카타르 소리아가 전반 막판 한국 수비수 네 명을 완벽하게 따돌린 후 역전골을 넣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0.06/

중앙수비는 대재앙

중국과의 1차전에선 홍정호-김기희가 중앙수비로 호흡했다. 2골을 허용했다. 시리아와의 2차전에선 김영권(광저우 헝다)과 장현수가 출격했다. 카타르와의 3차전, 선택은 또 다시 홍정호와 김기희였다.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낙제점이었다. 왜 이같은 악수를 뒀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허둥지둥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이란과의 2연전 명단을 발표하면서 깔끔하게 실수를 인정했다. 그리고 곽태휘를 거론했다. "곽태휘가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종료 후 휴식하다가 서울로 이적했다. 지난 명단 발표 전 곽태휘가 1경기만 뛴 상태였다. 그 경기에서 퇴장도 당했다. 팀에서 몸을 만들라는 차원에서 안 뽑았지만 중국, 시리아전을 치르면서 곽태휘같은 베테랑이 선수단을 잡아줘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카타르전은 분위기 전환의 무대였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일전이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곽태휘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홍정호와 김기희는 카타르 킬러 소리아와 칼리드에게 철저하게 유린당했다. 홍정호의 퇴장은 도저히 납득이가지 않는 플레이였다.

중앙수비의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수비수는 첫째도 안정, 둘째도 안정이다. 중앙수비가 흔들리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도 장담할 수 없다.
수원=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
/font>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