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 "슈틸리케 발언, 문화의 차이다"

기사입력 2016-10-18 11:48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에 대한 입장을 드러냈다.

정 회장은 1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서 열린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비 현황 설명회 자리에서 "최근 최종예선 부진으로 축구 팬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위기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서 8전 전승(쿠웨이트전 몰수승 포함)으로 신바람을 냈다. 그러나 최종예선에서는 고전을 거듭하면서 우즈베키스탄, 이란에 밀린 A조 3위에 그치고 있다. 이란과의 4차전에선 무기력한 경기 끝에 0대1로 패하면서 '아자디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특히 이란전을 전후해 "이란에 가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세바스티안 소리아 같은 공격수가 없어 졌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부채질 했다. 귀국 뒤에도 "한국은 지난 8차례 월드컵에서 10명의 감독을 바꿨다. 사퇴하라면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물러나겠지만 그게 과연 한국 축구를 향해 옳은 일인가를 생각해보라"며 날을 세웠다. 9회 연속 본선행을 목표로 내걸고 나선 최종예선에서의 고전은 축구계에서 '위기'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 회장은 "어느 대회든 쉬운 최종예선이 없었다. 이번에도 그런 것 같다. 10경기 중 4경기를 치렀는데 아직 낙담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며 "슈틸리케 감독을 지난 2년간 지켜본 결과 축구에 대한 열정 큰 지도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갑자기 비판을 받다보니 예민해져 인터뷰에서 오해의 소지 남긴 듯 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유럽에선 감독이 패배 뒤 팀 상황을 설명하고 결과에 따른 대책을 밝히는 게 우선인데 우리는 감독이 패배를 사죄하고 책임을 지는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 슈틸리케 감독이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특정 선수를 언급하는 모습이 누구 탓을 하거나 변명-핑계를 하는 것처럼 들렸을 수도 있다. 대표팀 전술이나 경기 운영에 대해 내가 언급하는 것은 다소 부적절 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슈틸리케 감독의 성향을 감안하면 우리와 서양의 표현 방식 차이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정 회장은 자신이 구단주 자리를 맡고 있는 K리그 부산을 이끌었던 앤디 애글리 감독(스위스) 시절을 예로 들었다. 정 회장은 "서구 사회에선 감독은 전문가로 불리지만, 우리는 '팀의 아버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애글리 감독이 부산을 이끌던 시절 시즌을 마치고 일부 선수들과 계약을 갱신하지 않았던 적이 있다. '우리 팀보다는 다른 구단, 다른 무대에서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날 선수가 부모와 함께 애글리 감독을 찾아와 울며불며 매달리면서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사정을 했다고 한다"며 "감독 나름대로는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정서와는 맞지 않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슈틸리케 감독이 언론과 팬의 비판을 잘 수용할 것"이라며 "(이란전을 계기로) 소통의 문제를 어느 정도 인지한 만큼 보완책을 잘 마련할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한달 간 슈틸리케 감독 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 비판보다는 힘을 실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우즈벡전 결과에 따른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 판단 문제를 두고는 "원칙을 미리 정한 것은 없다"면서 "승부의 세계에선 결과가 가장 중요하지만,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 위기에서 강한 게 한국 축구"라고 말했다.

한편, 정 회장은 "단일 개최로는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로 큰 FIFA 대회인 U-20 월드컵을 순조롭게 준비 중"이라며 "저비용 고효율 대회를 통해 '열정을 깨워라!'라는 슬로건 대로 U-20 월드컵이 한국 사회 전반에 열정의 방아쇠를 당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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