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현장이슈]왓포드 마스코트, 앨러다이스 감독 신경을 긁다

기사입력 2016-12-27 08:04


사진캡쳐=왓포드 인스타그램

[비커리지로드 스타디움(영국 왓포드)=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경기의 주인공은 선수도 감독도 아니었다. 바로 팀의 마스코트였다. 좀처럼 있는 일은 아니다.

경기를 쥐락펴락한 그 마스코트는 바로 왓포드의 마스코트 '해리 더 호넷(이하 해리)'이다. 26일 영국 왓포드 비커리지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왓포드와 크리스탈 팰리스의 경기에서였다.

해리 이날 중심에 선 것은 경기가 끝난 뒤다. 경기는 1대1로 끝났다. 왓포드 입장에서는 귀중한 무승부였다. 전반 시작 14분만에 두 명의 선수들이 부상으로 교체아웃됐다. 26분 크리스탈 팰리스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페널티킥도 허용했다. 고메스 골키퍼가 막아내기는 했지만 쉽지 않은 경기였다. 결국 후반 26분 트로이 디니의 페널티킥골로 승점 1점을 따냈다.

경기가 끝난 직후였다. 해리는 무승부를 만끽하기 위해 스타디움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그리고는 갑자기 골문 앞에서 허우적대다가 넘어졌다. 모든 관중들이 웃었다. 크리스탈 팰리스 팬들만 웃지 못했다.

후반 42분 크리스탈 팰리스의 윌프레드 자하가 보여준 시뮬레이션를 비꼰 것이었다. 자하는 페널티 지역을 돌파하다가 넘어졌다. 크리스탈 팰리스 선수들과 팬들은 페널티킥이라고 주장했다. 마크 클라텐버그 주심은 휘슬을 불었다. 그리고 자하의 파울을 선언했다. 시뮬레이션 액션이라는 것. 주심은 자하에게 옐로카드를 제시했다. 왓포드 홈관중들은 기립박수로 판정을 환영했다. 해리는 이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두번이나 넘어지면서 크리스탈 팰리스와 자하를 비꼬았다.

경기 후 샘 앨러다이스 감독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그 마스코트가 고장난 것 아니냐"면서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시뮬레이션이 아닌 명백한 페널티킥이었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해리의 패러디는 상대 감독의 신경을 긁는데 성공했다. 해리는 1995년 왓포드의 마스코트가 됐다. 왓포드의 별명인 '호넷(hornet:말벌)'에서 유래했다. 그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1998년 8월 28일 '해리엇 더 호넷'과 결혼했다. 결혼식은 TV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울버햄턴과의 경기 시작 전 결혼식을 올렸다. 울버햄턴의 마스코트인 울피가 결혼식 증인이자 신랑의 들러리가 됐다. 이 결혼식에는 영국의 유명 팝가수 엘튼 존의 코러스가 축가를 불렀다. 당시 엘튼 존은 왓포드의 구단주였다.

2015년 12월 해리는 선수들의 골 세리머니에 참여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왓포드는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3대0으로 승리했다. 해리는 세번째 골이 나온 뒤 이갈로의 골세리머니를 함께 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해리는 평소 홈경기에서도 북을 들고 다니며 응원을 유도한다.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귀염둥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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