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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빅6'에게 패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이날 두가지 변화를 택했다. '에이스' 알렉시스 산체스와 메주트 외질을 과감히 제외했다. 산체스는 올 시즌 17골로 득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아스널 공격의 핵이다. 벵거 감독은 "조금 더 직선적인 축구를 위해 산체스를 제외했다"고 했지만, 이를 곧이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산체스는 벵거 감독의 골칫거리다. 재계약 협상은 지지부진하고, 돌발행동으로 팀 분위기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럼에도 팬들은 산체스의 재계약을 원하고 있다.
오랜 기간 아스널의 가장 큰 존재였던 벵거 감독 입장에서는 그 분위기를 바꿔야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아스널은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올리비에 지루는 영향력이 없었고, 수비진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리버풀의 압박도 좋았지만 조직력 자체를 잃어버렸다. 결국 벵거 감독은 산체스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었다. 산체스는 곧바로 존재감을 보였다. 그제서야 조금 아스널 스러워졌다. 묻혀있던 대니 웰벡은 산체스의 멋진 패스로 살아났다.
변화에 인색한 벵거 감독의 선택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벵거 감독은 언제나 그렇게 위기를 넘겼다. 벵거 감독의 아웃을 원하는 팬들의 분위기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벵거 감독을 지지하는 팬들도 많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는 분명 다르다. 고집스럽게 자신의 철학을 지키던 벵거 감독은 인내심을 잃고 있다. 무엇보다 외부의 시선을 잠재울 수 있던 가장 큰 무기인 팀내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벵거 감독은 과연 아스널을 계속해서 이끌 수 있을까. 확실한 것은 그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