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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현영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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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최재현(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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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션 변경'은 K리그 클래식의 또 다른 묘미다.
전남은 잊지 못할 2016년을 보냈다. 2013년 스플릿 시스템 도입 후 최초로 그룹A(1~6위)에 올랐다. 5위로 시즌을 마쳤다.
겨우내 착실히 준비했다. 하지만 2017년 들어 제대로 쓴 맛을 봤다. 시즌 개막 후 내리 5연패를 했다. 지난 9일 '승격팀' 대구에 1대2로 쓴 잔을 마시며 체면을 구겼다.
물러설 곳이 없었다. 늪에 빠진 노상래 감독이 잡은 동앗줄은 포지션 변경이었다. 퍼즐은 '베테랑 풀백' 현영민이었다.
노 감독은 15일 인천전에서 풀백 현영민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웠다. 스피드는 전성기에 못 미치지만 경기를 읽는 눈이 돋보였다. 안정적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카드가 주효했다. 이날 데뷔전을 치른 최재현이었다. 최재현의 본 포지션은 왼쪽 풀백, 하지만 노 감독은 오른쪽 윙포워드로 기용했다. 적중했다. 최재현은 1골-1도움을 올렸다. 전남은 3대1 완승을 거뒀다. 전남은 이어진 울산전에서도 골 폭풍을 몰아치며 5대0 대승을 챙겼다. 최근 두 경기에서 8골-1실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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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김진혁. 사진제공=대구F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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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션 변경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팀이 또 있다. '승격팀' 대구다. 주인공은 김진혁이다. 2015년 대구에 입단한 김진혁의 원래 위치는 공격수다. 하지만 올 시즌 손현준 감독은 그를 중앙 수비수로 기용하고 있다. 헌신적인 플레이에 내린 결정이다. 김진혁은 스쿼드가 얇은 대구에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며 팀 분투에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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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고승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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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박동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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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유형도 있다. 원래 위치로 돌아와서 미소 지은 케이스다. 바로 고승범(수원)의 이야기다. 그는 오른쪽 측면 자원이다. 하지만 시즌 개막 전 왼쪽 윙백 옷을 입었다.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클래식에선 또 달랐다. 기대에 못 미쳤다. 수원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서정원 감독이 변화를 꾀했다. 12일 이스턴SC(홍콩)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G조 4차전에서 고승범을 오른쪽 윙백으로 기용했다. 물 만났다. 고승범은 2골-1도움을 올리며 5대0 완승을 견인했다. 이후 고승범은 수원의 오른쪽 측면에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광주의 박동진도 마찬가지다. 박동진의 원래 포지션은 중앙 수비수다. 그런데 지난 시즌엔 오른쪽 풀백으로 뛰었다. 박동진의 빠른 스피드를 주목한 남기일 감독의 선택이었다. 활약도 좋았다. 오른쪽 측면을 든든히 지켰다.
올 시즌엔 더 좋아졌다. 본래 위치로 돌아왔다. 팀은 고전하고 있지만 박동진의 활약은 분명 주목할 만 하다. 이한도 김영빈 등 어떤 파트너와도 좋은 호흡을 자랑한다. 수비 범위가 넓고, 엄청난 비거리를 자랑하는 롱 스로인도 갖췄다. 박동진은 클래식 6라운드 베스트11 중앙 수비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녹색 그라운드 위에 불가능은 없다. '안되면 되게 하라.' 때로는 포지션 변경이 만능 열쇠가 되기도 한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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