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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냐는 걱정도 스트레스로 다가오더라구요."
조용하지만 꾸준했다. 성남에서 5시즌을 보낸 그는 지난 겨울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큰 기대를 모았다. '박진포가 제주에서 사고 한 번 치겠구나.'
스포트라이트는 오래 가지 않았다. 부상을 했다. 다행히 경미했다. 부위는 햄스트링, 2주를 쉬었다. 그리고 다시 그라운드에 섰다. 5월 3일 전북전. 어느 덧 그의 프로 통산 200번 째 경기. "뭔가 새로웠다. 내가 벌써 200경기라니…. 이젠 부상과 작별하고 제대로 해봐야지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부상과의 싸움. 2개월이 훌쩍 지났다. 팀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FA컵 그리고 K리그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팀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힘들었다. 그런데 동료들은 나를 걱정해줬다. 솔직히 괜찮냐는 말을 듣는 것조차 스트레스로 다가오더라."
박진포는 자존심이 강하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타들어가는 속을 부여잡고 묵묵히 재활했다. "자꾸 뛰고 싶은 욕심 생기니까 동료들이 훈련 하는 모습을 지켜보지도 못했다. 내가 이렇게 서서히 잊혀지나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달리지 못하는 풀백 박진포. 집에 돌아오면 크고 멋진 아빠다. 두 아들이 그의 품으로 쏙 들어온다. 4살과 2살배기. 박진포는 "밖에선 몸과 마음이 너무 아프고 힘들지만 집에 와 아이들을 보면 싹 씻어진다."
그런데 박진포의 마음이 뜨끔하다. "내가 맨날 부상 부위 테이핑하고 밴드 붙이고 있으니 아이들이 '아빠 많이 아파?'라고 묻는다." 솔직히 아프다. 잘 낫지도 않아 괴롭다고 말하고 싶다. 그게 박진포의 속 마음이다. 그런데 활짝 웃는다. "아냐 아빤 하나도 안 아파!"
최근 가벼운 런닝을 시작했다. 박진포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오래 재활을 해본 적이 없다. 몸도 몸이지만 심적으로 많이 놀라고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런데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내가 주저앉아선 안 될 이유가 내 눈앞에서 춤춘다. 두 아들 그리고 사랑하는 내 아내…. 아무 연고도 없는 제주에 나를 믿고 따라와준 세 사람."
수화기 너머로 귀염둥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빠 뭐해!"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